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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스타는 ‘경매아이템’을?
오랜 속담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가 있다. 그러나 이제 이 말은 "호랑이는 가죽을, 스타는 화제의 경매 아이템을 남긴다"로 고쳐 불러야 할듯 하다.

요즘 스타가 유명을 달리 하면, 뜨거운 경합을 이룰 ‘경매물품’을 남기는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그만큼 스타들이 남긴 미술품이며 보석, 의상, 가구 등은 대중및 수집가들에게 큰 주목의 대상이다.

그 좋은 예가 최근 숨진 ‘팝의 여왕’ 휘트니 휴스턴이다. 그의 장례식이 치러진 게 2월 18일(현지시간)인데, 바로 이튿날 ‘의상과 보석류를 경매에 부친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유명인사들이 소장했던 물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경매사 대런 줄리언은 19일 "휴스턴이 영화 ‘보디가드’에 출연할 때 착용했던 귀고리와 의상, 공연용 롱드레스를 오는 3월31~4월1일 경매에서 판매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아직도 그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데 유품이 너무 빨리 경매에 나오는 것 아니냐"고 비난한다. 그러나 대런 줄리언은 "역사의 일부가 된 스타의 물품은 그들의 삶과 접촉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라고 맞서고 있다.

휴스턴의 롱드레스는 1000달러, 인조 진주귀고리는 600달러, 상의는 400달러로 평가됐으나 경매회사는 ‘휴스턴의 명성과 인기를 감안할 때 추정가보다 훨씬 높은 값에 팔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정가는 원가를 따져 매긴 것으로, 그를 애도하는 열혈 팬 중에는 "얼마를 주더라도 꼭 수집해 고인의 숨결을 느끼겠다"는 이들이 적지않아 경합이 예상된다. 이번 경매에는 배우 찰리 채플린의 지팡이, 클라크 게이블이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입었던 재킷 등도 나온다.



▶스타의 아우라, 경매열기 부추긴다?= 실제로 유명 배우와 가수, 디자이너, 명사들이 수집했던 그림과 보석, 애장품은 경매에서 고가에 팔리고 있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천재 디자이너 입센 로랑이 남긴 인상파 회화와 골동품은 사후(死後) 경매에서 무려 4억838만달러(한화 약 5431억원)에 팔리며 ‘대박’을 냈다. 이같은 금액은 단일 인물(스타)이 남긴 유품 경매로는 역대 최대 금액이다. 

입센 로랑이 연인 베르제와 함께 평생에 걸쳐 수집했던 마티스 등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과 유명작가의 조각, 진귀한 가구 등은 지난 2008년 초 파리의 초대형 전시장인 그랑 팔레에서 전시되며 엄청난 관람객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볼거리로도 흥미진진했던 것. 그 여세를 몰아 크리스티가 진행한 경매 또한 엄청난 열기 속에서 가공할만한 낙찰액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고혹적인 눈매를 자랑하는 미국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남긴 1800여점에 이르는 소장품 역시 경매에서 열띤 경합을 이뤘다. 워낙 파란만장한 스토리를 만들어냈던 전설적인 여배우인데다, 다이아몬드 등 보석류를 누구 보다 좋아했던 스타였고, 의상이며 그림도 최고명품만 고집했기에 테일러의 소장품 경매(총1800점)는 총1억8350만달러(한화 약 2060억원)라는 높은 날착액을 올렸다. 

테일러가 리차드 버튼으로부터 받은 50캐럿짜리 진주와 다이아몬드가 포함된 16세기 목걸이 ‘라 페레그리나’는 1184만2500달러(한화 약 136억원)에 팔렸다. 리차드 버튼이 한 경매에서 이 목걸이를 구입했던 가격은 불과 3만7000달러(한화 약 4300만원)였다. 40여년 사이에 목걸이 값이 320배나 뛴 것이다.

테일러의 보석경매에는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딸을 낳은 아내 빅토리아 베컴을 위해 뛰어들 의사를 밝혔는가 하면, 33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일명 ‘리즈 다이아몬드’)는 한국의 이랜드그룹이 약 101억원(881만 8500달러)에 낙찰받기도 했다. 테일러가 소장했던 미술품 또한 런던 크리스티에서 지난 7,8일 진행된 ’인상파및 현대미술 경매’에서 여타 출품작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크리스티 관계자는 "다른 아이템은 추정가 범위, 또는 약간 높은 수준에서 낙찰됐으나 리즈의 반 고흐, 르느와르, 드가, 미로 작품은 추정가의 2~3배에 낙찰돼 ’스타의 지명도’가 크게 작용했다"고 전했다.

이렇듯 경매시장에서도 ‘스타의 이름값’은 큰 역할을 한다. 같은 그림이라도 스타가 갖고 있으면 그 명성이 더해져 작품값이 천정부지로 뛴다. 물론 기본적으로 작품의 질이 담보되어야 한다. 좋은 작품이면서, ’세계적인 스타가 늘 곁에 두고 감상하던 그림’이란 이력이 붙을 경우 그냥 ‘아무개 부자가 보유했던 그림’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 하며 그 가치가 훌쩍 뛰게 된다.

테일러 그림의 경매를 주도했던 런던 크리스티의 인상주의및 현대미술파트 지오반나 베르타조니는 “테일러는 부친이 아트딜러여서 신중하게 수작들을 사모으기도 했지만 경매에서는 ’최고의 배우’라는 프리미엄이 더해져 예상 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작품들이 낙찰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테일러가 소장했던 반 고흐의 ‘생레미 성당’은 추정가가 500만~700만 파운드였지만 1010만파운드에 팔렸다. 이 작품은 테일러의 아버지(프랜시스 테일러)가 딸을 대신해 런던 소더비에서 25만7600달러에 구입했던 그림이다.

또 카미유 피사로의 작품은 300만파운드에 낙찰됐고, 에드가 드가의 자화상(추정가 35만~45만파운드)과 피에르 오귀스트 르느와르 작품(추정가 18만~25만파운드) 역시 경합 끝에 추정가의 2~3배의 가격에 팔렸다. 후앙 미로의 그림은 추정가가 600만~900만파운드였는데, 경합이 치열해지며 1680만파운드라는 높은 가격에 한 전화응찰자에게 낙찰됐다. 



유명스타가 한점, 두점 컬렉션했던 예술품은 물론이고, 스타들이 쓰던 명품 가방이며 가구, 드레스, 심지어 안경이며 손수건 등은 죄다 치열한 경합을 이루며 팔려나가곤 한다. 이번 테일러 사후 경매에서 가장 하이라이트에 해당됐던 다이아몬드 등 보석류는 물론이고, 테일러가 장거리 여행시 늘 끌고다녔던 루이비통 여행가방 셋트들은 가장자리가 마모될 정도로 많이 닳았음에도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크리스티 서울사무소의 배혜경 소장은 "경매시장에서 스타라든가 유명인사들의 명성은 일반이 예상하는 것 이상의 프리미엄을 형성할 때가 많다"며 "여배우 마릴린 몬로가 ‘메이저리그 강타자’ 조 디마지오로부터 받은 결혼반지는 불과 3000달러짜리였으나 경매에서 자그만치 77만달러에 낙찰된 게 좋은 예"라고 전했다.

마릴린 몬로가 존 F. 케네디의 생일 축하파티 때 입었던 드레스 역시 1만달러였던 추정가의 100배가 넘는 126만달러에 팔리며 엄청난 화제를 뿌린바 있다. 당시 두사람이 공공연한 연인관계였던 데다, 뉴욕 메디스스퀘어 가든에서 열렸던 생필파티에 몬로가 입고 나와 유명해진 옷이어서 낙찰가를 천정부지로 치솟게 했다.



▶살아있는 스타들도 경매사들의 표적?= 살아있는 스타들 또한 경매사들의 관심대상이다. 가수이자 작곡가인 엘튼 존은 대표적인 관리대상이다. ’수집계의 제왕’이라 할 정도로 다양한 아이템들을 광적으로 수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래드 피트 또한 만만찮다. 피트는 세계 정상급 아트페어인 ‘아트 바젤(Basel)’의 단골고객으로 현대미술 마니아다. ‘노팅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 등의 영화에 출연했던 휴 그랜트는 미술시장에서 알아주는 A급 컬렉터다. 그는 2001년 런던 소더비에서 34억원에 샀던 앤디 워홀의 ‘리즈’라는 작품을 6년 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 내놓아 200억원대의 차익을 실현한 바 있다. 요즘도 그는 그림을 열심히 모은다. 

이밖에 마돈나와 스팅 또한 현대미술 수집가여서 경매사들의 관리대상 목록에 올라 있다. <사진제공 크리스티 경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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