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개발·대남도발 지속
경제·군사협력 요구 몽니…
전략적 우방이자 골칫거리
한반도 급변사태 방지위해
최소 지원후 상황관망 유력
“북한은 미국과의 접촉을 위해 ‘버릇없는 아이(Spoiled child)’처럼 행동하고 있다.”
작년 공개된 위키리크스 외교전문에서 당시 중국의 허야페이(何亞非) 외교부 부부장이 한 말이다.
그는 “북한이 나쁜 행동을 더 하지 못하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속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에 북한은 전략적ㆍ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우방(友邦)국가다. 하지만 동시에 ‘몽니부리는’ 북한은 골칫덩어리이기도 하다. 지난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정세가 급변하면서 중국의 북한에 대한 인내심도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천안함ㆍ연평도 사태부터 핵실험에 이르기까지 모호한 태도로 북한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의 맹비난을 감수했다. 최근 6자회담 과정에서도 이런 과정이 되풀이됐다. 자국 외교력에 대한 국내의 회의론도 적잖이 등장한 실정이다.
또 다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정부 외교전문에서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그가 외교부 차관으로 재직할 당시 스티븐슨 미국대사에게 중국 고위당국자 2명과 만난 이야기를 전하면서 “중국의 젊은 공산당 지도부는 북한을 유용하거나 신뢰할 만한 동맹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전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북한 역시 중국을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고 황장엽 북한민주화위원장은 “평소 김정일이 ‘미제와 남조선보다 중국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중국을 경계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또한 북한이 기대했던 중국의 대북 식량지원이 이뤄지지 않자 주민의 실망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주민은 작년 김 위원장의 두 차례 중국 방문 소식이 조선중앙TV를 통해 집중 보도되고 중국에서 대규모 식량지원이 이루어질 것이란 기대를 했다. 그러나 정작 식량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게 되자 중국과 김 위원장을 싸잡아 비난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김 위원장 사망이라는 초유의 사태에도 당분간 중국이 한반도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고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중국 베이징대 초빙교수를 지낸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중국은 전반적으로 한반도의 급변사태를 원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김정은 리더십이 흔들리지 않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아주 풍족하게 도와주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 입장에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상황을 지켜볼 것”이리고 전망했다.
양대근 기자/bigroo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