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친박계 주요 인사인 현기환(52ㆍ부산 사하갑) 의원이 20일 19대 총선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이 박근혜 비대위를 출범시킨 다음날 ‘깜짝 선언’이었다. 정치인이라면 스포트라이트를 기대할 법도 한데,국회는 물론 국가 전체가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으로 혼란스러운 틈에 불출마 선언을 했다. 그동안 친박계의 ‘자발적 용퇴’가 회자됐지만, 3선 이상의 중진도 아닌 초선 의원이 이같은 결단을 내리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현 의원은 그동안 “당이 이대로 가면 안된다”며 쓴 소리를 해온 개혁 성향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 소속이다. 그는 2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불출마 선언을 오랫동안 구상해왔고,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비대위를 출범시킨 다음날 기자회견을 해야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박 비대위원장과 미리 상의한 건 아니다”라며, “기자회견 직전에 ‘민본21’ 소속 의원 몇명에게 전화로 뜻을 밝힌 정도”라고 했다. 그러자 일부 의원들은 “왜 갑자기 당신이 하냐”, “당신은 초선이고 일을 해야할 사람 아니냐”, “정작 뜻을 밝혀야 할 사람들은 안한다 하고, 왜 당신이 그러느냐”며 만류했다.

현 의원은 이날 불출마 선언 후,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에 내려갔다. 그는 “부산 지역에서 재선 어렵다고 엄살을 부려왔지만, 솔직히 재선하고 싶었다. 그리고 자신도 있었다”며 그동안 공들여온 지역구를 떠나는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럼에도 불출마 선언을 한건 “수도권보다는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권에서, 기득권을 내려놓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불출마를 결심한 결정적 계기로는 “좋아하는 친구와 후배(정태근, 김성식 의원)가 탈당하는 사태가 있었다. 근데 나는 한나라당을 버릴 생각이 없기 때문에 당안에서 이당의 쇄신과 개혁을 위한 방법을 찾은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왜 하필 국회가 난리통인 이 시점에 불출마 선언을 했는지 묻자 그는 “비대위 출범에 맞춰서 결심을 밝히는게 좋겠다 생각해왔다”며 “국가의 위기 상황 만큼 당의 위기도 묵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추후 친박계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이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른 의원들의 뜻.은 잘 모른다”라며 말을 아꼈다.
끝으로 그는 “18대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간 물리력 동원한 폭력 사태가 이어졌고, 친이친박 등 계파간 기득권 다툼을 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면서 “앞으로 당은 당대로 목표를 위해 계파간 화합해야 하고, 여야도 머리를 맞댈 때 정당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