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청장은 이런 위기 상황에서 강공을 선택했다. 검ㆍ경 수사권 조정 실패에 책임을 지고 청장직을 사임할 수도 있다는 기존 입장에서 선회, 형사소송법이 개정될때까지 형소법 개정 대장정에 나서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조 청장은 이를 위해 개정 형소법 취지에 맞는 경찰의 수사 주체성을 반영하지 않으면 청장직 사퇴로 경찰의 항의 의사를 대신 표명하겠다는 기존 입장도 바꿔 청장직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위기 상황을 기회삼아 검ㆍ경 수사권 조정 대통령령 안 관련 힘겨루기 대신 형사소송법 개정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통해 내부의 결속을 다진다는 포석이다. 아울러 청장자리를 유지하면서 청와대까지 거론된 정치권 및 시민들의 외부로 부터의 공격까지 한번에 해결하고 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인다.
조 청장이 이번 두가지 현안을 슬기롭게 극복한다면 그의 앞날은 매우 밝아질 수 있다. 총선ㆍ대선이 다가오는 ‘정치의 해’ 2012년에서 경찰의 의지를 국회에 전하고, 이를 통해 형소법 개정을 이끌어 낸다면 조 청장은 일약 경찰내부의 영웅이 될 수 있다. 또한 ‘정치경찰’ 공세를 효과적으로 타파한다면 조 청장은 물론이고 경찰 전체의 이미지를 좋은 방향으로 굳힐 수 있다.
문제는 조 청장에게 다가온 위기가 쉽게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이번 디도스 수사관련 청와대와의 전화 통’화건을 국정문란의 주요 사례로 판단하고 특검이나 국정감사를 청할 기세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서도 일선 경찰들중에는 조 청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하는거 아니냐는 시각이 만만찮다
문제는 지금부터 조 청장이 보여줄 자세가 어느쪽이냐는 점이다. 국민과 국가를 위하는 경찰이라는 기본과 원칙에 맞춰, ‘윗선’의 눈치 보기 없이 정의와 신뢰에 의거해 두가지 사안을 타결해 간다면 조 청장은 위기를 넘길 수 있다. 그러나, 계속해서 구태를 재현해 의혹의 실마리를 상대에게 제공한다면 조 청장은 오히려 위기에 먹히고 자초함은 물론, 10만 경찰의 염원인 수사권 독립마저 멀어질 것이다. 조 청장의 다음수를 기대해본다.
<김재현 기자 @madpen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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