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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문화 편견 화음으로 넘을래요”
내일 첫 공연 여는 외국인 노래 퍼포먼스팀 ‘몽땅’
인종초월 음악으로 똘똘

타향살이 유쾌하게 표현

가수 인순이씨가 예술감독


“즐거움 주는게 목적인데…”

주변 동정적 시각 안타까워

‘탁탁탁탁’

‘카바사’(브라질 민속악기) 소리가 노래의 시작을 알렸다.

단원의 몸이 리드미컬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짝짝짜자작 짝짝짜자작.” 박수를 치고 발을 구르며 무대 앞으로 나갔다. 어느새 12명의 단원이 일렬로 늘어서자 무대가 꽉 찼다. 노래와 춤은 기본, 음악 뒤에 깔리는 동물 울음소리 효과음도 직접 목소리로 표현했다. 핀란드어, 중국어, 인도네시아어 등 다양한 언어로 부르는 노래는 듣는 이의 귀를 즐겁게 했다.

가사 내용은 더 유쾌하다. 우쿨렐레의 경쾌한 사운드로 시작하는 노래 ‘봄바’는 “한국말이 어렵다고 무조건 ‘네’라고 하지 마세요. 계약서 잘못 쓰면 길바닥에 나앉을 수도 있어요”라는 가사로 듣는 이의 배꼽을 잡았다.

“그래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서로 다른 말 때문에 생긴 일이야”라며 타향살이를 하는 외국인의 고충을 시종일관 즐겁게 풀어냈다.

세상을 향해 ‘다르지만 같은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 외국인 퍼포먼스팀 ‘몽땅(montant)’이다. 팀 이름 몽땅은 ‘있는대로 죄다’라는 뜻의 순수 국어다.

친목모임이라고요? 아니죠. 우리는 전문 노래단…가수 인순이가 예술감독=몽땅은 지난 4월 인천공항공사의 후원을 바탕으로 사회적 기업 노리단과 사단법인 씨즈가 만든 다문화ㆍ다국적 노래단.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통해 단원을 선발하며, 전문 트레이닝을 통해 음악적 역량을 높이고 실제로 공연을 열기도 한다. 가수 인순이 씨가 예술감독이며, 실제로 지난 2차 오디션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인순이 씨는 몽땅의 취지에 동감해 예술감독으로 합류하게 됐다. 여기에 인순이 씨는 이후 자녀교육 문제 등 단원의 개인적인 고민을 들어주는 멘토 역할도 하고 있다.

외국인 단원은 현재 12명. 필리핀ㆍ중국ㆍ인도네시아ㆍ버마ㆍ모로코ㆍ몽골 등 다양한 국적에 이주여성, 난민, 유학생, 강사 등 출신도 각양각색이다.

이들은 단순한 외국인 친목모임이 아니다. 오디션을 통과한 단원은 4개월의 수습기간을 거친 후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5일근무하며 4대보험을 적용받는 정식 단원이 된다. 다국적 음악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것이 장기적 목표 중 하나다.

▶“우리도 ‘가수’다”=9일 창단 이래 첫 정기공연을 앞두고 있는 몽땅은 요즘 연습에 한창이다. 지난 7일 오후 경기도 부천 복사골문화센터에서 만난 단원의 얼굴엔 기분 좋은 긴장감이 흘렀다.

지난 6월 1차 오디션을 통과해 몽땅 단원이 된 숙아띤(35ㆍ여ㆍ인도네시아 출신) 씨는 연습으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요즘이 가장 행복하다. 어린 시절 가수를 꿈꿨던 아띤 씨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가수의 꿈을 접었다. 13년 전 결혼과 동시에 한국으로 이주한 이후 남편 뒷바라지와 육아에 바쁜 삶을 보내며 그 꿈은 점차 멀어져 갔다. 그 흔한 노래방을 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띤 씨는 “노래를 무척이나 좋아했는데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노래방에 가는 것 뿐이었다. 그마저도 친구들이 시간이 되지 않으면 혼자선 갈 수 없었다. 2년 동안 노래 한 번 부르지 못했던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마음껏 부를 수 있어서 인생이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하는 아띤 씨. 그는 “고향에 가서 공연도 하고 가수의 꿈을 이루고 있다는 걸 많은 이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12명의 다양한 국적을 갖고 있는 외국인들이 모여 노래를 통해 다문화의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고 있는 외국인 퍼포먼스팀‘ 몽땅’이 오는 9일 창단 이래 첫 정기 공연을 앞두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 ‘다문화’ 에 대한 동정어린 시선 바꾸고 싶어요”=이들의 또다른 목표는 ‘다문화(多文化)’에 대한 사회의 시선을 바꾸는 일이다. 창단한 지 6개월이 채 되지 않은 탓에 대외 홍보를 위해 ‘다문화ㆍ다국적 노래단’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앞으로는 ‘다문화’라는 세 글자를 지우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김명화(31ㆍ여ㆍ중국) 씨는 “5살 아들을 유치원에 데려다주면서 원장님에게 공연 티켓을 드렸다. 어떤 공연이냐고 묻기에 ‘사회적 기업 노리단이 만든 외국인 노래 그룹’이라고 말했더니 ‘아 그냥 다문화네요’라고 답했다. 솔직히 기분이 상했다”며 “우리는 노래를 잘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모여서 퍼포먼스도 하고 공연도 기획하는 것인데 ‘다문화’라는 말 한마디로 지레짐작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노승미 노리단 소셜네워크팀장은 “여러 나라의 음악과 예술의 크로스오버를 통해 나이, 인종, 국가, 계급을 넘나드는 즐거움을 전하는 게 몽땅이 추구하는 가치”라며 “인권활동 중심의 기존 다문화운동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시민이 온정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아닌 ‘멋지다’라고 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몽땅의 첫 정기공연은 9일 오후 5시반부터 인천국제공항공사 대강당에서 열린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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