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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억 도자기 잃고도 8개월간 쉬쉬
“귀찮으니 오지 마세요”

경찰수사조차도 거부

지난 3월 15일 오전 10시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고급 저택가가 몰려 있는 사업가 A(경찰 신원 공개 거부)씨의 집에 흉기를 든 도둑 5명이 들었다. 마침 집에는 A씨의 부인 L(46)씨, 아들과 딸, 가사도우미가 있었다.

범인은 C(57)씨 등 5명. 이들은 부잣집만 골라 강도 행각을 벌여왔다. C씨 등은 L씨를 결박하고 현금과 금괴 등 1억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았다. 여기에는 피해자 집안에서 가보로 전해 내려오던 국보급 도자기도 있었으며, 이는 시가로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L씨를 결박한 뒤 ‘감시조’는 감시를, 나머지 ‘수색조’는 집안을 뒤져 돈이 될 만한 금품을 싹쓸이해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피해자인 L씨는 그러나 강도를 당한 사실을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L씨의 피해 사실이 밝혀진 것은 범행이 발생한 지 8개월이나 흐른 지난 11월 15일. C씨 등은 서울 청운동에 거주하는 의사 L(73)씨의 집에 침입해 현금 200만원과 1000만원 상당의 금품 등 모두 1200만원을 뻬앗아 달아났다.

C씨 등은 경찰의 추적에 결국 붙잡혔고, 여죄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L씨 사건이 드러났다.

L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집에도 찾아오지 말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가보인 이조백자를 도난당한 사실조차 경찰 조사에서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술서는 대리인인 이 회사의 홍보실장 P씨를 통해 전달됐다. 도자기는 문화재정 감정 결과 문화재급. L씨는 경찰조사에서 30억원 이상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더이상 고통받고 싶지 않으니 전화도 하지 말고 찾아오지도 말아 달라고 부탁해 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들은 부유층의 경우 강도를 당해도 여론을 의식해 경찰에 신고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미리 고가의 금품이 있을 만한 집을 물색한 뒤 수차례 사전답사를 하고 침입을 연습하려 합숙까지 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고 전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6일 C씨 등 5명을 특수강도 혐의로 검거해 이 중 4명을 구속하고, 1명은 불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사설 경비업체의 보안시스템이 설치된 고급 주택이라도 낮시간대 사람이 안에 있는 경우 시스템 전원을 꺼두는 점을 노려 쉽사리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황혜진 기자/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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