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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수첩> 종이호랑이 자초한 방통위
케이블TV방송사(SO)의 고화질(HD)급 지상파방송 재송신 중단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2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와 MSO 사장단의 의견청취를 마친 뒤 “7일간의 추가 협상 기간 설정과 그 기간 동안 지상파가 케이블에 청구할 수 있는 간접강제집행금 면제”를 합의했다고 발표한 지 이틀만에 지상파는 이를 전면 부인했다. 지상파는 한발 더 나아가 “(방통위의)관료적이고 무능력한 개입으로 사업자 간 협상이 중단됐다. 부위원장 앞에서의 협상은 규제기관으로서의 권한을 넘어선 관료적 강압”이라며 협상 중단의 잘못을 방통위에 씌우기까지 했다.

누가봐도 지상파의 생짜다. 신규가입자(CPS) 당 100원에 구두합의한 다음 말을 뒤집은 게 지상파다. 2일 권고안도 방통위가 지상파의 입장을 케이블 측에 전달해 수용을 종용해 나온 결과다. 심지어 김재철 MBC 사장은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이렇게 취조하듯 하나씩 따로 부르는 거에 동의할 수 없다”며 1인씩 청취 방식에 반발해 결국 우원길 SBS 사장과 동석했다.

방통위는 대놓고 종이호랑이 취급을 받은 셈이다. 그동안 사업자간 분쟁 조정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는 방통위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방통위는 이미 지난 4월 스카이라이프와 MBC, SBS간의 분쟁 사태를 경험했다. 당시 MBC가 6일, SBS가 48일 동안 HD 중단을 감행했는데도 방통위 행정 조치는 ‘서면경고’에 그쳤다. 이번에도 방통위 실무 국장은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권한은 제한적이다. 법령 근거 있는 거도 아니고”라며 스스로 역할에 선을 그었다. 위원장 주재의 사장단 의견청취를 두고 여론의 뭇매에 못이긴 ‘면피용’이란 비판이 쏟아지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방통위의 학습기간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시청자를 볼모로 한 사업자간 분쟁을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지상파 재송신 제도개선 밖엔 답이 없다. 이번 지상파의 안하무인식 대응은 역설적으로 지상파 재송신 제도개선 시행의 시급함을 드러낸다. 창작자의 권리가 우선시되는 풍토인 미국에서 조차 뉴미디어에서의 지상파 재송신이 무료 보편적 서비스임을 상기해야한다. 광고료와 계열 채널사용사업자(PP)를 통한 수신료, KBS의 경우 시청자 수신료 수입에 더해 재송신 이용료까지 높이려는 지상파의 끝없는 탐욕을 이제라도 제도적으로 막아야한다.

<한지숙 기자 @hemhaw75>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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