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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 최재원 부회장 찍고 최태원 회장 향해 돌진
거액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이 16시간 동안 강도 높은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일단 조사 내용을 면밀히 들여다 본 뒤 최 부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 및 형인 최태원 회장에 대한 조사 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중희)는 전날 오전 최 부회장을 피내사자 신분으로 불러 SK계열사 자금을 빼돌려 선물투자나 투자손실 보전에 사용하도록 지시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그러나 최 부회장은 “SK계열사들이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한 것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이라며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부회장은 이날 새벽 1시 40분께 귀가하면서 굳은 얼굴로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1년여의 내사와 20여일의 공개수사를 통해 검찰은 이미 상당한 증거 및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최 부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발부는 어렵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8일 SK그룹 본사 등을 전격 압수수색한 검찰은 SK그룹 계열사 18곳이 베넥스에 투자한 2800억원 가운데 1000억원이 베넥스 대표 김준홍(구속) 씨의 차명계좌를 통해 SK해운 고문 출신 김원홍(중국체류) 씨에게 흘러들어간 것을 확인했다. 최 부회장이 차명으로 갖고 있던 아이에프글로벌(IFG) 주식을 베넥스가 액면가 5000원의 700배인 350만원씩 총 230억원에 사들여 이 중 180억원을 최 회장 선물투자에 쓴 사실도 밝혀냈다.

‘SK계열사→베넥스 펀드→김준홍 씨→김원홍 씨’로 이어지는 자금 흐름을 파악한 검찰은 핵심 연결고리인 김준홍 씨를 이미 20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지난달 25일 구속했다. 또한 SK그룹 지주회사인 SK홀딩스의 재무책임자(CFO)인 장모 전무를 불러 베넥스 투자금 횡령에 최 부회장 개입 여부를 조사했다. 이를 통해 최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진술도 일부 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최 부회장을 부른 건 그간의 조사를 통해 포착한 최 부회장의 혐의에 쐐기를 박기 위한 수순이란 분석이다.

이제 관심은 최 회장으로 옮겨지고 있다. 최 회장이 선물투자의 당사자라는 점, 거액의 회삿돈이 오가는 걸 회장이 몰랐을리 없다는 의혹 등이 최 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 부회장은 SK그룹 계열사들이 베넥스에 투자할 2008년 당시엔 SK가스 대표에 불과했다. 그가 그룹 전반의 의사결정에 역할을 할 수 있는 지금의 수석부회장 자리에 오른 건 지난해 12월이다. 회장 동생이란 ‘특수신분’을 감안하더라도 그가 독단적으로 대규모 선물투자을 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비록 영장이 기각되긴 했지만 당초 검찰이 최 회장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던 사실은 검찰의 칼끝이 결국 최 회장을 향할 것이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만약 최 회장이 이번 수사로 검찰조사를 받게 된다면 지난 2003년 이후 8년 만에 검찰에 또 소환되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최 회장은 당시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분식회계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으며 혐의가 인정돼 2008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된 뒤 특별사면을 받았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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