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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로 속 세계경제 가늠할 ‘세가지 열쇠’
글로벌 투자 시장에 안개가 자욱하다. 유로존 재정위기와 미국 더블딥 우려 등으로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빠져나가는 주식시장, 치솟는 원/달러 환율, 요동치는 금값 등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사는 법. 혼란스러운 투자의 갈림길에서도 탈출구를 찾아나갈 방법은 있다. 홍콩H지수(달러 유동성), 구리 가격(경기), 금 가격(시장심리 및 반등시점)은 변동성 장세를 비추는 세 가지 거울이자 나침반이다. 힘든 시기를 피해 시장을 완전히 떠날 투자자가 아니라면 3가지 변수를 꼼꼼히 살펴 시장 흐름을 읽어내는 게 급선무다.

▶H지수는 달러 유동성의 거울=유로존 일부 국가의 채무 위기로 촉발된 이번 금융위기로 유로존에서의 달러 자금 이탈, 홍콩 등 아시아 지역에 투자했던 유럽계 은행들의 달러 자금 회수 등 달러 유동성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리스 디폴트 우려로 달러가 부족한 프랑스, 이탈리아 은행에 대한 달러 공급을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나, 유로존 내 국가 간 이견으로 실행은 쉽지 않다. 위기가 봉합되기까지 신흥시장에서의 달러 유동성 회수에 나설 수밖에 없다.

위기 국면에서 은행들의 달러 유동성 수요로 홍콩 항셍(H)지수 매도가 두드러진다. 홍콩달러가 미국달러와 고정환율제로 연결되어 있고, 홍콩거래소는 자금 유출입이 자유롭기 때문에 외국인투자자가 달러가 필요한 경우 중국상하이거래소가 아니라 홍콩거래소 주식을 매도하는 게 보통이다. 외국계 자금 유출입에 개방적인 한국 금융시장이 위기 때마다 현금인출기(ATM)가 되는 것과 같다. 지난달 이머징 증시 가운데 H지수의 하락률은 유일하게 20% 넘으며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이제 관심은 추락하는 H지수가 언제 반등하느냐다. H지수가 반등한다면 이는 유로존 은행들의 자금 위기가 진정국면으로 돌아서고 글로벌 증시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방증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김철중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ECB의 달러 유동성 공급정책의 성공 여부는 H지수의 등락에서 극명하게 표현될 것이다. H지수가 하락세에서 벗어나 긴 양봉을 그린다면 유럽계 은행의 달러 유동성이 일정부분 충족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리 가격은 경기의 거울= H지수가 세계 금융시장 불안을 반사하는 거울이라면, 구리 가격은 실물 경기를 비추는 거울이다.

9월 중순까지 낙폭이 크지 않았던 구리가격은 최근 20일 사이 20% 넘게 폭락했다. 구리는 다른 어떤 상품보다도 경제 상황에 민감하고 주가와의 상관성도 높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구리가격의 하락과 주가의 하락이 맞물려 있다는 것은 최근 발표되고 있는 경기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구리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 구리가격은 유럽의 재정위기뿐만 아니라 경제에 대한 우려도 함께 반영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구리값 폭락이 더 우려스러운 것은 세계 경제의 마지막 구원투수로 여겨지는 중국의 경기와 구리 가격이 연관성이 높기 때문이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은 구리를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나라인데, 최근 구리가격의 약세는 중국 경제 성장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연평균 10%에 달했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내년부터는 5%대로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 것도 최근 구리가격의 약세와 궤를 같이한다.

▶금값은 시장 심리의 거울=세계 경제에 대한 불안감은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금값의 움직임을 통해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금값은 8월 증시 조정 국면에서도 강세를 보였으나 9월 들어 급격히 약세로 전환했다. 지난 9월 5일 마감가 기준 온스당 1900달러까지 상승했던 금 가격은 지난 4일 기준 1616달러로 불과 한 달 만에 15%나 하락했다.

주목할 것은 앞서 3년 전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에도 금값이 강세에서 약세로 반전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후 증시의 회복 국면에서는 금값이 가장 먼저 안정세를 찾았다. 결국 금값의 움직임이 시장 심리의 안정 및 반등 시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효과적인 지표인 셈이다.

정승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리먼 파산 후 한국과 미국 증시에 앞서 금값 먼저 안정을 찾아갔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금값 추이는 눈여겨볼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최재원 기자 @himiso4>
/ jwcho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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