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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지엔 공감하나 문제많아…“공적역할 과도하게 부담…”
금융기관 수장들 반응은
“3년전에도 中企대출 압력

최근엔 부실책임 덤터기”

6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선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번져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 역할을 금융회사들이 해 달라는 것이었다. 요약하자면 최근 세계 경제 및 금융 불안이 과거 두 차례 경험했던 금융위기로 확산되지 않도록 금융회사들이 스스로 철저히 대비하는 동시에 상생발전을 위한 서민· 중소기업 대상의 대출 지원에 힘써 공적 기능을 충실히 해 달라는 것이다. 누가 들어도 상황에 맞는 적절한 당부가 아닐 수 없다.

그러자 금융그룹 수장들이 고민에 빠졌다. 자칫 실적이 지지부진하면 상생하자, 투자하라, 일자리 늘리자는 MB의 거듭된 촉구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다 프렌들리의 대상에서 미움의 대상이 된 대기업 꼴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탐욕스런 월가에 대한 미국민들의 질타는 바다 건너 한국에도 분노의 폭풍을 불러올 수도 있다.

문제는 틀린 말도 없고 취지에도 공감하지만 곧이곧대로 실행하기엔 문제도 많기 때문이다.

일단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주요 금융기관 수장들은 이 대통령의 발언 내용에 수긍하면서 환위기 재발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대처와 무역금융 및 외화대출 등에서 차질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그건 시키지 않아도 해야 할 일들이다.

하지만 상생발전을 위한 대출지원 문제에 관해서는 이해상충 요인이 많다. 구체적인 방안 도출에 난색을 표하는 금융회사도 많은 이유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벌써부터 신용경색이 나타나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있고,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 및 중소기업 대출에서 부실(연체율)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무작정 상생을 위한 대출 지원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리스크를 줄이려면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회수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한 때”라며 “역마진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출 지원을 계속할 수 있겠느냐”고 항변했다. 실제로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정부가 지난 6월 말 가계대출 연착륙 종합대책과 함께 가계대출 억제를 권고하자 최근 2개월 새 저신용 개인 및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문턱을 높이는 대신 대기업 대출을 4조원 이상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회사로서 공적기능의 역할을 과도하게 당부하는 것도 부담스럽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지주회사 고위 관계자는 “외국인 대주주들은 한국 투자의 걸림돌로 ‘지나친 관치’를 지목한다”며 “관치가 불가피하더라도 은행의 수익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은행 입장에서는 신용경색이 심화될수록 위험헤지를 위한 예대마진 확대가 불가피하지만 정부가 나서 예대마진 축소를 권고하고 있다”고 말한다.

일각에서는 중소기업 대출을 늘렸다가 곤욕을 치른 지난 2008년 사례를 예로 들며 당국의 확실한 신뢰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한다. 당시 금융당국의 말만 믿었다가 덤터기는 금융회사만 쓴 일이 있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금융당국이 중소기업 대출을 독려하기 위해 공문까지 보내며 차후 대출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기로 약속했었다”면서 “하지만 최근 정기감사에서 이 부문 대출부실을 문제 삼아 호되게 곤욕을 치른 바 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자는 그러나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약속했던 중소기업 대출부문 부실이 아니라 다른 부문의 부실책임을 물은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윤재섭 기자/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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