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쏠쏠한 ‘용돈펀드’…원금 까먹고 있었다?
다달이 현금 주는 월지급식 상품, 베이비붐 세대 노후 투자트렌드 인기몰이…운용수익 나쁠 땐 원금손실 불가피
복리효과 작아

수익환경 불리

원금 지키려면

연 12% 수익 나야

한번이라도 손실 발생땐

회복 쉽지 않아

2017년까지 위기 없이

코스피 4000P 간다면

효자노릇 톡톡




2003년 시작된 외국인 매수랠리는 2004년 들어 뜸해졌고, 2005년부터는 국내 주식형펀드로 국내 자금이 밀려 들어온다. 당시 펀드자금을 주도했던 것은 적립식펀드였다. 주가가 오르면 올라서 좋고, 주가가 떨어지면 싸게 주식을 사서 좋다는 논리가 통했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적립식펀드의 인기는 계속됐고, 얼핏 ‘적립불패(積立不敗)’가 성립되는 듯했다. 하지만 금융위기로 증시가 폭락하면서 적립식펀드 역시 수익률이 곤두박질쳤다. 금융위기 이후 2009년에는 적립식 전략에 대한 ‘반성(?)’이 이뤄졌고, 일정 수익률에 도달하면 투자성과를 안전자산으로 전환해 지키는 새로운 적립식 전략이 등장했다.

적립식에 대한 이 같은 반성은 거치식에 대한 새로운 기대로 이어졌다. 하지만 수십 종목에 투자하는 기존 펀드는 아니다. 몇몇 유망종목에 집중투자해 시장보다 나은 성과를 추구하는 자문형랩어카운트 상품이 2010년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끈다. 하지만 자문형랩은 잘못된 종목선택 시 시장에 훨씬 못 미치는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됐다. 게다가 ‘7공주’ ‘4대 천왕’ 등 자문형랩이 집중했던 종목들의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추가수익에 대한 기대가 낮아졌다. 요즘 들어서는 자문형랩의 수탁고 증가세도 주춤해지는 모습이다.

적립식, 수익전환, 그리고 자문형랩의 뒤를 이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이 바로 월지급식 상품이다. 일정 금액을 맡기면 매달 일정액을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이표채(정기적으로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 이표식 후순위채(정기적으로 이자를 지급하는 후순위채권)를 빠른 속도로 대체하고 있다. 종류에 따라 최초 맡긴 금액의 최대 1%를 매월 지급하는 상품까지 있다 보니 눈길을 끈다.

급속한 노령화와 베이비부머들의 은퇴 시작으로 월지급식 상품은 출시와 함께 엄청난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특히 물가는 치솟는데 은행 이자는 낮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증권사 월지급식 상품에 대한 인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그럼 월지급식 상품으로 과연 노후생활자금 걱정을 덜 수 있을까? 증권사에 내는 각종 수수료와 매매에 따른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원금을 까먹지 않고 매달 1%씩의 돈을 받으려면 최소 매월 1% 이상의 수익이 발생해야 한다. 단순계산으로 연 12%의 수익이면 된다. 그럼 과연 매달 1%의 수익을 꾸준히 낼 수 있을까?

투자의 세계에서 월 5%, 10%의 수익도 가능하지만 월 -5%, -10%의 손실도 가능하다. 특히 원금손실이 한번 발생하면 원금을 회복하는 데는 손실폭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내야 한다. <그래프2>는 원금손실률별로 원금 회복을 위한 필요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원금을 10% 까먹었을 때 다시 원금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11.11%의 수익을 내야 한다. 25%가 손실 났을 때는 33.33%의 수익이, 경제위기로 50%의 손실이 났다면 100%의 수익이 나야 원금을 회복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워런 버핏의 투자 1원칙은 ‘손실을 보지 마라’이다. 투자 2원칙도 ‘1원칙을 지켜라’이다.

세계적으로 투자의 전설로 통하는 투자가들의 연평균 수익률은 15~20%가량이다. 만약 연평균 12%의 수익만 꾸준히 낸다고 하더라도 국내에서는 ‘전설’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런데 월지급식 상품은 중간중간 수익을 지급하지 않는 다른 상품과 비교해 수익환경이 불리하다. 매달 ‘월급’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펀드에 10억원을 투자해 첫달 1%, 둘째달에는 3%, 셋째달에는 -2%의 성과를 낸 경우를 가정해보자. 월지급을 하지 않는 일반 펀드라면 순자산은 첫달 말 10억1000만원, 둘째달 말 10억4030만원, 셋째달 말 10억1949만원이 된다. 그런데 투자액의 1%를 월지급하는 펀드라면 첫달 말 10억원, 둘째달 말 10억2000만원, 셋째달 말 9억9960만원이 된다. 월지급을 하는 펀드는 수익에 수익이 쌓이는 복리효과가 작기 때문이다. 위에 언급한 대로 한번 원금을 까먹게 되면 이를 회복하기는 더 어렵다. 결국 월지급식펀드로 원금을 지키고 수익만 챙기기는 쉽지 않은 셈이다.

그럼 직접 시장에 대입을 해보자. 헤럴드경제는 2001년부터 2011년 5월까지 10년4개월간 월평균 코스피 지수에 10억원을 투자해 매달 1000만원씩을 지급받는 경우를 시뮬레이션해 봤다. 배당수익을 추가하지 않은 대신, 현금보유에 따른 이자수익 및 거래에 따른 각종 비용 역시 계산에 포함하지 않았다.


2001년 1월 코스피 585에서 투자했다면 올 5월 말 기준 10억5201만원이 남는다. 124개월 동안 12억4000만원을 타고 원금은 지킨 셈이다. 2005년 7월 코스피 1000을 넘었을 때 투자를 시작했다면 10억2674만원이 남는다. 약 70개월 동안 7억원을 탔으니 이 역시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그럼 코스피 2000이 넘기 적전인 2007년 9월에 투자를 시작했다면 어떨까? 5월 말 기준 잔액은 5억6472만원으로 원금을 한참 까먹었다. 43개월 동안 4억3000만원을 받았다지만, 이를 합해도 원금 10억원에는 못 미친다.

결국 월지급식 상품의 성패는 투자대상 자산 가격이 어떻게 움직이느냐, 그리고 운용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를 예로 들면, 코스피 수익률을 못 이기는 펀드도 수두룩하다는 점에서 월지급식 상품의 성과가 반드시 코스피를 이기라는 법도 없다. 따라서 최소한 코스피만큼의 수익을 거둔다는 전제 아래에 2017년까지 별다른 경제위기가 없고 코스피가 4000포인트쯤까지 갈 수 있다면 지금 가입하는 월지급식 상품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코스피가 횡보한다든지 3000을 넘기지 못할 정도로 상승기울기가 완만하다면 기대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시뮬레이션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큰 폭의 주가하락을 경험한 후 수익률 회복 속도가 코스피 대비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에서 적립식펀드와 마찬가지로 마냥 안심하고 맡겨둘 상품이 아니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위험 없는 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홍길용 기자 @TrueMoneystory>
/kyhong@heraldcorp.com



고정소득 있는 베이비부머라면

원금보존형이 딱이죠


투자상품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늘 원금손실의 위험이 존재한다. 월지급식 상품도 마찬가지다. 특히 노후생활자금 용도 때문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다른 상품보다 좀 더 높은 안정성을 추구하는 게 바람직하다.

먼저 월지급식 상품 외에 개인연금 등 다른 고정소득이 있는 경우 원금보존형 상품을 택하는 게 좋다. 원금보존형은 투자원금을 깎아먹으면서까지 월지급을 하지 않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다. 원금은 상속이나 증여, 또는 비상시 목돈으로도 쓸 수 있다.

두 번째, 당연하겠지만 월지급 금액이 낮을수록 안정성도 높아진다. 노후에 필요한 월평균 생활자금을 미리 계산해 적정한 월지급액을 선택해야 한다.

세 번째, 투자대상 자산의 선택이다. 주식의 경우 기대수익률도 높지만, 그만큼 원금손실 가능성도 높다. 요즘엔 주식뿐 아니라 채권 또는 채권과 주식에 함께 투자하는 상품이 있으니 활용할 만하다. 채권투자도 원금손실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주식보다는 확률이 현저히 낮다. 다만 채권이 섞인 상품의 경우 월지급 여력도 주식에 못 미치는 점은 유념하자.

요즘 가장 인기 있다는 브라질채권 투자형 상품은 주식에서 기대할 수 있는 고수익과, 채권에서 기대할 수 있는 안정성을 두루 갖췄다는 점이 특징이다. 1억원을 투자하면 월 73만원가량을 받을 수 있다는 문구도 매력적이다. 그런데 과연 확실할까?

일단 환헤지를 하지 않을 경우 환율에 따른 환차손 위험이 있다. 즉 원화강세가 진행되면 브라질 레알화를 원화로 바꿀 때 원화환산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 급격히 해외자금이 유입되며 레알화 가치는 지난 10년 평균보다 47%나 높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높아진 레알화 가치가 크게 하락하면 손실도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채권금리변동 위험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브라질 정책금리는 정부의 물가잡기 정책으로 연 12%가 넘는다. 만기보유만 한다면 12%의 수익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매월 수익을 지급하려면 만기보유만 하기는 어렵다. 거래를 통해 매달 현금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때는 가격변동, 즉 금리변동에 노출된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가격은 떨어진다. 대출 수요가 급증하면서 최근 5년간 브라질의 신용거래가 전체 경제규모의 45%에 달할 정도로 급팽창했다. 이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이 점증하고 있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편 아직 브라질국채는 비과세로 남아 있지만 브라질채권에 최근 자금이 몰리고 있어 1년 단위로 갱신되는 한국과 브라질 조세협약에서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브라질이 해외자본에 물리는 토빈세도 2%에서 6%로 높아진 만큼 현재 수준이 항구적인 것은 아닐 수 있다.

<홍길용 기자 @TrueMoneystory>
/kyho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