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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극상 투서전쟁, 공직사회 피멍든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후반기에 접어들면서 근거없는 비방과 투서가 기승을 부려, 공직사회를 진흙탕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투서는 비리를 도려낼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근거없는 내용으로 인사행정을 마비시키고 당사자를 비리 공무원으로 낙인 찍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김황식 국무총리도 5일 “최근 공공기관 인사를 앞두고 이런 현상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근거 없는 비방이나 투서 등을 철저히 가려내 책임을 물으라”고 지시했다.

투서의 주된 행선지는 각 부처 자체감사실과 감사기능을 가진 총리실 및 감사원 등이다.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 관계자는 “대부분 승진대상자에 대해 경합이 붙었을 때 경쟁자, 혹은 노조 측에서 투서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검찰과 경찰 등 인사전쟁이 치열한 부처일수록 ‘투서 전쟁’도 더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최근 총선 출마설에 시달렸다. 총장직을 박차고나가 국회의원에 도전할 것이라는 소문이다. 또 검경수사권 합의안이 지켜지지 못한 것에 책임지고 사퇴한다는 소문도 꾸준히 나돌았다. 이에 조 청장은 “경기청장할때, 서울청장할 때도 온갖 음해를 다 당했다. 이런 말을 한 사람이 누군지도 알지만 다 안고가고 있다”고 말했다. 사의를 표명한 김준규 검찰총장도 2년 전 후보 물망에 올랐을 때 “미스코리아와 어울려 다닌다”는 내용의 투서가 청와대에 접수되기도 했다.

A 시장도 지난달 노조 명의로 된 A4용지 3장 분량의 투서로 한동안 곤욕을 앓았다. 발신자로 명기된 해당 노조는 투서를 보낸 적이 없다고 밝혀, 진위 여부를 떠나 누가 투서를 보냈는지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같은 사무실에서 동고동락하던 동기들끼리 서로를 진급에서 떨어뜨리기 위해 무기명으로 투서를 보내기도 한다. ‘B국장이 기업인과 저녁을 먹으며 청탁을 받았다더라’는 ‘카더라’ 통신이 대부분이다.

공직인사철 투서의 99%는 검증이 어렵거나 신빙성이 없다는 맹점을 안고 있다. 도박과 이혼, 불륜 등 사생활에 대한 투서도 적지 않다. 날짜와 시간, 장소가 정확히 명기돼 있지만 거의 사실 확인이 불가능한 내용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조사권한이 없는 투서는 담당 부처로 보내고 신빙성이 없는 투서도 걸러낸다”면서 “그러나 특정 사안은 사실일 경우 공직비리로 연결될 수 있어 단순히 음해성으로 판단하지 않고 접근한다”고 말했다.

투서는 인사행정의 효율성을 떨어트린다는 원인이기도 하다. 인사철마다 날아드는 수십건의 익명 투서는 조사에만 2개월 이상이 걸리는 경우가 많아 행정 속도를 급격히 저하시킨다. 경찰 및 검찰, 감사원 등에 정보가 흘러들어가 해당 기관 전체의 인사가 정지되기도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개각 때마다 하마평에 오른 사람들에 대한 각종 중상모략들이 적지 않았다” 면서 “어떤 사람들이 되야된다는 의견 못지않게, 어떤 사람들은 안된다는 식의 건의가 많아 인선과정에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김윤희 기자 @outofmap> 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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