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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출금·주유·식료품비 이것저것 빠지면 수중엔 한푼도…”
美 중산층의 현주소
부동산 침체가 기반 흔들어


파멜라 고든(55)씨 가족은 누가 봐도 미국의 일반적인 중산층이다.

파멜라 본인은 치과 조무사로 근무하고 있고, 남편은 콜센터에서 일한다. 이들 부부는 1년에 5만2000달러(약 5600만원)를 번다. 중산층의 연간소득이 평균 5만달러선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도 중산층에 충분히 속한다.

하지만 파멜라 스스로는 자신이 결코 중산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중산층이라고 하면 각종 고지서를 처리하기 위해 월급날을 기다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중산층은 충분한 예금으로 여유를 갖고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파멜라는 미국의 일반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다. 그의 부모는 대출금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고, 캐딜락을 몰았으며, 가족들과 함께 일주일에 한 번은 외식을 하고 극장에 갔다. “우리 부모님을 스스로도 자신들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했다”면서 현재 자신은 부모 세대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한탄했다.

파멜라는 부동산 시장이 절정이었던 2007년 내 집을 마련했다. 현재 재산세를 포함 대출금만 한달에 1100달러가 빠져 나간다.

또 자동차 구입자금 대출로 매달 500달러가 지출되고, 주유비로 600달러를 쓴다. 여기에 추가로 먹고 사는 식료품 비용도 든다. 결국 다달이 지출해야 하는 비용을 제하고 나면 남는 돈이 하나도 없다는 게 파멜라의 이야기다.

겉보기는 중산층이지만, 중산층의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은 비단 파멜라뿐이 아니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적했다. 특히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중산층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클린턴 행정부의 초대 노동부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 캘리포니아대학 교수는 “내 집 마련의 꿈은 악몽으로 바뀌었다”면서 “나보다 내 자녀가 더 나은 생활을 누릴 것이라는 환상은 미국인들에게 멀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라이시 교수는 글로벌 경제를 견인했던 미국 소비층인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에 심각성을 제기하며 “그들이 다시 소비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희진 기자/jj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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