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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레카이’에 이어 ‘레인’ 상륙…아트서커스의 진화
몸의 언어는 쉽고 강렬하며 아름답다. 그 어떤 예술 장르의 몰입도를 뛰어넘는다. 몸으로 빚어내는 가장 원초적인 예술은 인류가 쌓아올린 모든 언어를 압도한다. 인간의 몸은 예술의 근원, 남녀노소 전세계 어디서든 공감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예술의 도구다.

얼마전 막을 내린 태양의 서커스 ‘바레카이’의 흥행은 놀라웠다. 서커스로서는 국내 최단 기간 10만 관객 동원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바레카이 돌풍’을 일으켰다.

이제 또다른 아트 서커스 ‘레인’이 한국에 상륙한다. 태양의 서커스와 함께 캐나다를 대표하는 서커스 그룹 ‘서크 엘루아즈(Cirque Eloize)’가 선보이는 ‘레인’은 오는 24일부터 7월 10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아트 서커스의 무한 진화= ‘아트 서커스’는 전통적인 의미의 서커스에 다양한 장르를 혼합한 새로운 형태의 예술 장르다. 기술이 강조된 서커스에 예술의 개념을 가미했다. 서커스의 고전 레퍼토리인 동물 곡예를 배제하고 기계체조, 무용, 음악, 마술 등을 버무린 ‘현대판 서커스’다.

아트 서커스의 전세계적인 흥행은 ‘서커스 빅뱅’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폭발적이다. 전세계를 돌며 연매출 5000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태양의 서커스’와 이번에 ‘레인’으로 국내 무대에 오르는 ‘서크 엘루아즈’ 등 세계적인 서커스 단체들의 작품은 남녀노소, 세계 모든 문화권의 관객들을 흡수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아트 서커스는 서커스의 가장 큰 매력인 화려한 볼거리를 극대화했다. 그동안 눈요기거리로 평가절하된 서커스에 이야기를 입히고 음악을 깔아 극을 만들었다. 몸의 기교로 빚는 한편의 뮤지컬이라 불리는 이유다.

▶바레카이 vs 레인= ‘바레카이(2002)’는 태양의 서커스가 ‘퀴담(1996)’ ‘알레그리아(1994)’에 이어 2000년대 내놓은 작품으로, 한발 진보한 아트서커스다. 두 눈을 의심케하는 기이한 서커스, 거기에 판타지를 가미한 스토리텔링은 광대들의 서커스를 예술의 영역으로 한차원 끌어올리며 아트서커스의 진수를 선보였다.

그리스 신화 속 이카루스의 전설을 모티브로 한 신비로운 판타지의 세계로 관객을 이끈다. 공중곡예를 기반으로 인간 저글링, 밧줄 묘기 등이 어우러진 서커스에 가까운 극예술이다.

‘바레카이’가 빅탑에서 벌이는 ‘블록버스터’라면 ‘레인’은 한 편의 ‘드라마’다. ‘레인’이 현실이라면 ‘바레카이’는 판타지다.

‘바레카이’는 각종 동식물을 형상화한 신비로운 생명체들이 등장한다. 인간이라기보다 환상 속에나 있을 법한 가공의 존재들이 이야기를 이어간다. 

반면 ‘레인’은 사람 모습 그대로 등장하고, 현실에 있을법한 남녀간의 사랑과 이야기를 끌어왔다. 서커스 리허설을 하는 한 극장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현실과 비현실이 뒤섞이고, 젊은 남녀의 사랑과 이별이 극을 메운다. 극대화된 몸의 예술만이 서커스의 외연을 채우고, 극의 근간은 플롯이 있는 음악극인 뮤지컬과 유사하다.

두 작품 모두 서커스의 진부함을 벗고, 라이브 음악을 도입했다. ‘바레카이’는 7명으로 구성된 밴드가 하와이 민속음악, 가스펠 및 현대 작곡가들의 음악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아우른다. ‘레인’은 일렉트로닉과 보사노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음악이 조화를 이룬다. 또 ‘레인’의 배우들은 마치 뮤지컬 배우처럼 라이브로 노래한다

보다 감성적이며 연극적인 것도 바레카이와 비교해 레인이 갖는 특징이다. 서커스의 외연을 하고 최초로 미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것만봐도, 이 작품이 가진 극적 매력을 가늠할 수 있다. 무대도 천막이 아닌 극장으로 옮겨왔다.

‘레인’의 가장 극적인 매력은 피날레 무대에 20분간 쏟아지는 비다. 2000리터의 물이 천장에서 쏟아진다. 11명의 배우들은 떨어지는 비를 맞으며 물장구를 치고, 공놀이를 하며 무대위를 뛰어다닌다. 장난기 넘치는 물놀이를 통해, 어린시절 빗속에서 뛰어놀던 추억에 대한 향수를 불러온다.

이 작품은 태양의 서커스 ‘코르테오’와 토리노 동계 올림픽 폐막식 등을 연출한 다니엘 핀지 파스카 감독이 맡았다. 그는 서크 엘루아즈의 ‘노마드’ ‘레인’ ‘네비아’를 연출했으며, 서커스를 쇼에서 예술로 한 차원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받는다. 핀지 파스카는 이 작품에 대해 “자신이 살던 고향집으로, 자신의 뿌리로 돌아가고자 하는 인간의 강렬한 소망과 같은 노스탤지어가 있다”며 “추억 속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시간의 흐름에서 잘라내 영원히 보관하는 사진처럼,레인을 통해 멈춰 있는 추억을 현실에서 생생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문의 1577-5266

<조민선 기자@bonjod08>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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