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모든 삶과 행동이 행복을 위해서이지 않겠습니까. 제 영화의 주제는 행복, 그리고 인생의 아이러니입니다.”
강 감독의 언어를 빌자면, ‘써니’는 아내로, 며느리로, 엄마로 살아오며 다른 가족의 ‘행복’을 자신의 것으로 여기며 살아왔던 중년의 여성들이 칠공주파로 뭉쳐다녔던 찬란한 여고시절로 돌아가 자신의 역사, 자신의 이름으로 된 행복과 만나는 작품이다. 강 감독은 자신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유머와 이야기라고 했다. 데뷔 후 두 편 모두 자신이 창작한 시나리오. ‘스토리텔러’로서의 재능은 “심각한 것을 싫어하고 농담을 좋아하는 성격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쓸때도 각잡고 정색하고 공식에 따르지 않고 “~할랑가, 안 할랑가”는 식으로 구어와 농담을 섞어가며 자유자재로 줄달음한다. ‘써니’에서도 짐짓 긴장된 순간을 일순 무너뜨리는 기발한 농담들이 영화를 풍성하게 한다.
학창시절 성적은 변변치 않았던 강 감독은 그냥 점수에 맞춰 경영학과를 전공으로 선택, 93학번으로 입학했지만 별 다른 진로선택을 못하고 방황하다 98년에 다시 연극영화과(용인대)에 들어간 늦깎이 영화학도였다. 그 사이에 군대 갔다오고 이민이나 갈까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가 마침 같이 살던 연극영화과 친구가 “너 영화 좋아하고 책도 많이 보니 영화 해보는 게 어떠냐”는 제안에 혹해 진로를 바꾸게 됐다.
졸업 후에는 시나리오를 써서 이런 저런 공모전에 내 봤지만 다 떨어졌고, 연출부로 들어간 몇 편의 영화도 모두 제작이 무산됐다. 그래서 ‘과속스캔들’ 이전 강 감독의 ‘이력서’는 깨끗하다. 그러던 중 영화사(토일렛픽처스)에서 PD로 있던 후배가 “시나리오 써 놓은 것 있으면 보내봐라”고 해서 보여줬던 작품이 인연이 돼 ‘과속스캔들’에까지 이르게 됐다. 데뷔작의 성공으로 “차 한잔만 하자”는 제의가 충무로에서 쏟아졌지만 호흡을 가다듬다 다시 현장에 나선게 ‘써니’였다. 강 감독은 “시나리오는 유연하게 쓰지만 콘티는 손짓, 발짓, 얼굴색까지 정확하고 디테일하게 만드는 스타일”이라며 자신의 연출방식을 설명했다.
영화 개봉 후 서울 압구정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 감독은 “공포는 무서워서, 멜로는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아 잘 못하겠지만 액션느와르나 SF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