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트렌디 드라마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재벌 드라마의 홍수로 ‘재벌 패션’이란 유행어까지 나온 요즘. 김희애가 유독 주목받는 데는 ‘패리스 힐튼 스타일’의 틀을 깼기 때문이다. 낮은 톤의 차분한 목소리에 과장되지 않은 감정 연기, 절제된 디자인, 모노톤의 수트는 치밀하고 냉소적인 인물 ‘차도녀 유인혜’를 창조해냈고, 재벌가에서 오빠들을 제치고 상속녀가 된 실력있는 여성 CEO 이미지에 딱 들어맞는다는 호평을 얻어냈다.
드라마 첫회부터 ‘유인혜 스타일’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드라마 신과 함께 인터넷에 중계됐다.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와 결혼해 아들 둘을 두고 있는 김희애는 전성기 못지않은 미모로 시청자의 눈길을 끌었다. 감탄이 저절로 나오는 연기는 ‘미실’ 못지않은 화제를 불러모았고, 드라마에서 입고 나온 구찌, 엠포리오 알마니, 드리스 반 노튼, 캘빈 클라인 등 세계적인 명성의 브랜드들이 속속 공개됐다. 에르메스, 샤넬, 란셀 등 핸드백도 명품족의 시선을 빼앗았다. 마지막 회에서는 현빈의 유행어를 패러디한, ‘사회지도층 패션의 종결자’라는 닉네임을 얻으며, 진주 목걸이, 킬힐, 슈트는 김희애 패션을 상징하게 됐다.
유인혜 스타일 중에는 패션 전문가 아니면 알아보기 힘든 브랜드들이 많다. 퍼블리카처럼 고급 백화점이나, 명품이 즐비한 외국 면세점에서도 볼 수 없는 것이다.
디자이너 에드워드 신의 ‘퍼블리카’는 김윤옥 여사가 지난 달 한 행사에서 바지 정장을 입고 등장해 화제가 됐던 브랜드다. 패셔니스트로 유명한 삼성가의 딸도 단골로 소문난 곳이다. 강남 신사동에 매장이 딱 한 군데지만, 상류층들 사이에선 유명한 곳이다. 김희애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내면서도 디자인이 튀지 않고 정돈된 느낌에 로로피아나 같은 이탈리아 명품 원단으로 만드는 퍼블리카를 특별히 선호해 드라마에서 자주 선보였다. 반맞춤식이라 직접 디자인에 참여해 드라마에서 선보인 의상도 상당수라고 한다.
영국 엘리자베스 1세는 의상과 몸짓, 말투로 스스로 여성 군주로서 신화적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으로 유명하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배우가 입는 의상은 배역의 신분, 성격을 나타낼 뿐 아니라 줄거리를 보완하는 매우 중요한 소품이다. 재벌 패션이라고 하면 ‘모델 라인’의 배우들의 명품 전시장이었다. 김희애 패션은 드라마의 일부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경희 선임기자/ic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