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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자원전쟁> 카메룬, 日-中도 포기한 황금밭, 한국 향해 손짓
[야운데ㆍ베따레 오야(카메룬)=최정호 기자]지난달 27일, 카메룬의 수도 야운데 한 가운데 솟은 산 중턱에 위치한 경치 좋은 몽뻬베 호텔에는 200명이 넘는 한국 사람들로 북적였다. 1961년 양국 수교 이래 이처럼 많은 한국 사람들이 한꺼번에 카메룬에 모인 것은 처음이라며 현지 대사관 직원, 업체 관계자들 모두 바쁘게 움직였다.

이날 호텔 세미나장에서는 포스코, STX, 현대차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고위 임원들이 카메룬 정부 핵심 관계자들과 광물 자원 개발, 철도 건설 등 다양한 경제 협력 프로젝트를 논의했다. 이들의 대화는 세미나장을 벗어나, 호텔 커피숍과 로비 쇼파로까지 이어졌다.

호텔 밖 풍경도 마찬가지다. 카메룬에서 30년 가까이 사진관을 운영 중인 한 교민은 “서부 시대 골드 러시가 이랬을 것”이라는 말로 부쩍 늘어난 한국 사람들의 발길을 묘사했다. 198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일본과 중국인들이 한 차례씩 금맥을 캐러 몰려왔다 빈손으로 돌아간 뒤, 다시 10년만에 한국인들이 몰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속 작은 아프리카’ 카메룬이 긴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프랑스에서 독립 후 종족 간 갈등, 정치와 경제 불안에 문을 꽁꽁 걸어잠궜던 카메룬 정부가 땅 속 숨겨진 자원을 앞세워 우리 기업들을 유혹하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들도 카메룬의 매력에 푹 빠진 모습이다. 이날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별도의 전세기 편으로 날아와 카메룬 남부 항만과 대규모 철광석이 묻힌 내륙을 연결하는 철도 구축 계획을 심도있게 논의했다. 김은석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대사를 단장으로 한 정부 대표단도 광물자원실험소 설립과 카메룬 전체 국토 면적의 60%에 달하는 내륙 지역 자원 공동 탐사 카드를 제시, 현지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카메룬 성공신화 만든 작은 기업=우리에게 “축구 좀 잘하는 아프리카 대륙의 한 나라”에 불과했던 카메룬이 자원 부국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C&K라는 중소기업이 거둔 성과가 알려지면서부터다. 존재조차 생소했던 C&K는 사금 채취로 시작, 올해 요카도마 지역 다이아몬드 광업권을 정식 획득해 일약 코스닥의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의 모태가 된 베따레 오야(Betare-Oya)의 사금 채취 현장. 지난달 26일 오후, 수도 야운데에서 상태가 썩 좋지 않은 아스팔트 포장 도로와 또 상당한 거리의 비포장 도로를 따라 차로 10시간 달려 도착했다.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지만 땅을 파는 포크레인과 흙을 걸러 사금을 골라내는 육중한 장비의 굉음은 끊이질 않았다.

40여 명의 한국인과 카메룬인 직원들은 4㏊ 넓의의 사금 광산에서 쉼 없이 흙을 파고, 걸러냈다. 이런 노력은 하루에 작게는 500g에서 많게는 1.5㎏의 금가루로 돌아온다. 금 1g의 가격이 최근 1년 동안 4만 원에서 5만 원 사이를 오갔으니, 하루에만 약 2000만 원에서 6000만 원의 노다지를 캐내는 셈이다.

지표면에 이 처럼 많은 사금이 있다는 것은 인근에 대규모 금광이 존재할 확률이 높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카메룬 현지 법인인 C&K마이닝의 한석주 대표는 “길도 없는 숲을 걷어내고 캐낸 사금이 다이아몬드 광산의 기틀이 됐다”며 “이 곳과 함께 최근 탐사권을 확보한 3개 금광에서도 조만간 최종 인허가 절차를 마치고 본격적인 금 생산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따레 오야의 사금광은 C&K 다이아몬드 광산의 기반이기도 하다. 그는 “사금으로 번 돈을 모두 다이아몬드 발굴에 쏟아부은 결과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탐사, 환경영양평가, 지질평가 등을 마칠 수 있었다”며 아무도 없는 카메룬에서 악전고투하며 노다지를 얻어낸 지난 세월의 인내와 끈기를 설명했다.

▶노다지는 인내과 노력을 요구한다=51년 전 식민지에서 벗어난 이후 수 많은 기업들이 노다지를 향해 달려들었지만, C&K를 포함 단 5개 탐사권만이 발급됐다는 사실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이라는 자원 개발의 공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우선 카메룬 정부의 벽을 넘어야 한다. 카메룬에서 자원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연구권, 탐사권, 광업권을 취득해야 한다. 문제는 최종 생산을 허락하는 광업권이다. 자원 개발을 원하는 어느 누구나 지형을 조사(연구권)하고, 탐사할 수는 있지만(탐사권) 이것이 자원 생산(광업권)과 직결되지는 않는다.

“광업권은 국익을 위해 허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내줄 수 없는 만큼 철저한 심사를 통해 사업자를 정하고 있다. C&K의 다이아몬드 광업권 획득은 오랜 기간동안 신뢰를 쌓은 기업에 돌아간 것”이라고 강조한 후 칼리스투스 장뜨리 산업광업기술개발부 차관의 말에서도 높은 벽을 실감할 수 있었다.

현지 한 교민은 “일본 기업들은 우리보다 20년 앞서 카메룬의 자원에 관심을 갖고 도전했지만, 결국 빈손으로 돌아갔다”며 “카메룬 정부의 투자 유치 의지는 아직 주변 국가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카메룬의 법과 관습도 쉽지 않은 장벽이다. 1인당 GDP는 1100달러를 간신히 넘은 후발 개도국이지만, 법 체계만큼은 선진국 프랑스의 것을 그대로 따른다. 반면 높지 않은 교육, 기술 수준으로 현지 노동자들의 생산성은 매우 낮다는 게 현지에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교민들의 평가다. 저임금이라는 이유 하나로 현지인을 마구 고용했다가는 본전도 못 찾기 쉽상인 셈이다.

현지 관계자는 “사금 채굴 초기 높은 임금 수준에도 불구하고 뜻하지 않은 노동조합 결성과 파업, 그리고 경쟁 업체의 인력 빼가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며 “후진국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한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2000년대 초반 막대한 원조를 앞세워 우후죽순 난립했던 중국 업체들이 지금은 단 한곳도 남아있지 않은 이유도, 그들에게 생소했던 법과 제도의 장벽 때문이다.

<@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

<카메룬 공화국은>

▷국명: 카메룬 공화국

▷수도: 야운데 (인구 110만 명)

▷면적:47만5440㎢(남한의 4.7배)

▷인구: 1846만명 (2008년 추계)

▷인종: 카메룬고원지대인 31%, 적도반투 19%, 키르디 11%, 기타 아프리카인 13% 등

▷언어: 프랑스어 80%, 영어 20% (2개 공용어)

▷종교: 기독교 40%, 이슬람 20%, 아프리카토속종교 40%

▷실질 GDP: 402억 달러(2007년 기준, 미 CIA 월드 팩트북)

▷1인당 GDP: 1097달러(2007년 기준, 미 CIA 월드 팩트북)

▷한국 수교일자: 1961년 8월 10일

▷한국 교민: 약 150여 명 (2008년 기준)

▷한ㆍ카메룬 경제 관계(2008년 기준)

-교역액 2.6억 달러(수출 3800만 달러, 수입 2억2800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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