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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빛 길어올리기’ · ‘평양성’…붓글씨의 고풍스러운 멋…영화 예술혼을 더 빛내다
임권택 감독의 ‘달빛 길어올리기’는 우리 전통의 명품 한지를 복원하려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우리 전통문화와 예술의 멋과 아름다움을 탐구해온 임권택 감독의 작품세계가 응축된 101번째 연출작으로, 최근 발표된 이 영화의 티저포스터엔 한옥을 배경으로 임 감독과 주연배우 박중훈, 강수연, 예지원의 모습이 담겼다. 그리고 이 포스터의 또 다른 주인공은 제목이다. 영화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응축한 붓글씨로 영화 제목이 씌어졌다. 일반적인 한글 흘림체와는 다른 독특한 필치다. 

이 글씨의 주인공은 서예가인 성재 황방연이다. 황방연은 1993년 대한민국 서예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명필로, 특히 명인이었던 조부(황욱)를 쫓아 붓을 잡고 남도의 서맥(書脈)을 이은 서예가로 꼽힌다. 초서에 능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히 임 감독이 그의 서체를 좋아해 직접 부탁했다.

“달빛이 너무 탐나/물을 길어갔다가/달도 함께 담았네/돌아와서야 응당 깨달았네/물을 비우면/달빛도 사라진다는 것을”이라는 시구와 함께 ‘달빛 길어올리기’라는 붓글씨가 잘 어울려 있다.

최근 ‘손글씨’ 인기를 타고 영화계에도 포스터 디자인에 이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보통은 포스터 디자이너가 직접 손글씨를 쓰지만 ‘달빛길어올리기’처럼 특별한 경우도 있다.

최근 개봉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사극 코미디 ‘평양성’도 그런 경우다. 이준익 감독이 직접 붓을 잡아 포스터의 제목을 썼다. 이 감독은 연출이 아닌 극장 직원으로 영화에 입문해 직접 간판을 그리고 디자인한 경력이 있다. 대학에서의 전공도 미술이다. 전공과 경력을 살린 셈이다. 굵고 힘찬 선, 서민적인 필치로 대담하고 희극적인 영화 분위기를 살렸다.

감독이 직접 포스터의 제목을 쓴 작품으로는 ‘시’를 빼놓을 수 없다. 이창동 감독의 친필로, 꾸미지 않은 듯 단순하고 간결한 필치가 60대 평범한 여성의 시작 도전기라는 소재와 썩 잘 어울렸다.

영화사 관계자에 따르면 보통 손글씨로 쓴 제목을 담는 포스터는 디자이너에 의해 제작된다. 굵고 가는 붓 여러 개를 앞에 두고 직접 먹을 갈고 붓을 잡아 다양한 서체로 써본 뒤 회의를 거쳐 가장 호감도가 높고 영화 분위기와 맞아떨어지는 디자인으로 선택한다. 이렇게 씌여진 손글씨의 제목은 기존의 도안화한 ‘폰트’보다는 훨씬 자연스럽고 친근감 있게 받아들여진다는 게 영화사 관계자의 말이다.

이형석 기자/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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