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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현변호사의 TV 꼬리잡기] 윤지훈이 되고 싶은 대한민국 법의학자의 현실
사체에서 진실을 찾는 법의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메디컬 수사극 ‘싸인’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사건의 진실을 찾기 위해 자신의 원칙과 신념으로 한길로만 달리는 고집불통 천재 법의학자 윤지훈(박신양 분), 현장 검시관 출신 신참 법의관 고다경(김아중 분), 권력을 쫓는 법의학계 일인자 이명한(전광렬 분), 출세와 정의 사이에서 흔들리는 검사 정우진(엄지원 분) 외에도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들이 포진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잘 짜여진 출연진과 아이돌 가수 의문사, 연쇄살인사건, 미군 총기범죄 사건, 대기업 중간간부 연쇄 의문사 등 실제 사건과 유사한 굵직한 사건들을 흥미진진하게 전개하여, 타 방송국 김태희 공주에 맞서 시청률 1위로 상승 중입니다.

미국 드라마 CSI에서나 볼 수 있었던 혈흔분석, 탄흔분석, 사진분석, 유전자분석, 지문분석 과정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내에서의 의견 다툼도 극의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입니다.

주인공 윤지훈과 고다경은 현장조사, 증거수집, 부검까지 모든 과정들을 소화해내고 있는데요. 실제 우리나라의 현실상 범죄현장에 부검의가 직접 출동하는 일은 매우 드문 경우입니다. 최근 법령의 개정으로 가능해지기는 하였다고 하지만 아직 일반적인 일은 아닙니다. 수사 드라마에서 검사들이 현장에서 범인을 때려잡는 장면을 자주 그리고 있지만, 실제 검사의 현장출동도 매우 이례적인 경우와 같다고 보시면 되겠지요.

현재 우리나라 국과수 부검의들은 사체부검 및 감정서 작성으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를 지경입니다. 사건 수에 비하여 부검의의 수가 너무 적고, 따라서 한명의 부검의에게 배당되는 부검 사건이 너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드라마 ‘싸인’에서는 법의학자가 주인공이지만, 법의학을 포함해 재판에 사용되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 감정 영역을 법과학(Forensic Science)이라 하고 법의학자를 포함한 이러한 전문 감정인들을 법과학 감정인이라고 합니다. 법의학 외에도 필적, 탄흔, 지문, 폭약, 약물, 음성, 소리, 영상, 얼굴, 물리, 화학, 통신 등 과학의 전 분야에 걸쳐 법과학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다툼이 치열한 형사 범죄나 민사 사건의 재판에서 법과학 감정인의 감정결과는 재판결과를 좌우하는 강력하고 유력한 증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법과학 감정인을 찾지 못하여 감정 자체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사건이 미궁에 빠지기도 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법과학 감정인의 실력은 세계 최고의 수준입니다. 그렇지만 국과수나 몇몇 대학을 제외하면 법과학 감정인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일터가 너무 없습니다. 개인적인 연구 활동을 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지만 수준 높은 법과학 연구가 되기에는 그 환경이 열악한 것이 현실이지요.

때문에 최근 필자를 주축으로 법과학 감정인들의 뜻을 모아 전문협회의 설립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협회의 설립으로 법과학 영역이 보다 체계화되고 세분화 되어 널리 알려지게 되면 재판에서의 법과학 감정인들의 활약이 더욱 활발해 질 것입니다. 아울러 법과학 감정인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감정의 객관성 및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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