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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중문화 이젠 ‘노년’을 말하다
백년해로·생로병사 등

노년의 삶 조명한

TV다큐·영화 잇따라

시청자들에 감동 선사


“고추를 따면 이제 누가 가져가나, 누가 수레를 가져오나, 누가 술 한잔 가져오나, 나는 이제 어쩌라고….”

허리가 굽은 여인네가 위태해 보이는 수레를 끌며 논밭 사이로 난 길을 간다. 평생을 다닌 길이지만 오늘은 혼자다. 강원도 횡성의 한 시골마을. 백발에 주름진 할머니는 평생 끌고 이고 고추농사를 함께해 왔던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었다. 지난달 16일 방영된 다큐멘터리 ‘SBS 스페셜-짝’ 3부작 중 ‘미워도 다시 한번’ 편의 한 사연. 많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적신 한 노파의 ‘망부가’다.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난 2003년 전라남도 고흥군 예동마을에는 평균 연령 76세, 서른일곱명의 노인들만 살고 있었다. 8년 후 다시 찾아간 그곳에선 어떤 할아버지 할머니는 ‘이미 받아놓은 밥상’이라던 이승에서의 마지막 삶을 거둬갔고, 어떤 이들은 병이 들어 누웠으며, 어떤 노인들은 여전히 볕이 좋은 날이면 밭으로 일을 나선다. 지난 4일 설특집으로 방영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MBC 스페셜’의 ‘노인들만 사는 마을-8년간의 기록’편이다. 혼자 사는 할머니, 아들과 사는 할머니, ‘영감’과 사는 할머니들이 모여 “미워도 내 서방”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수십년 전 열 몇 살에 생전 처음 본 남정네와 ‘첫날밤’이라며 식을 치르고 그다음날 “저것 중에 누가 내 서방이오?”라고 물었던 옛일을 떠올리며 함께 웃는다.

‘고령화 사회’다. 우리 사회와 함께 대중문화도 노년의 고갯길을 함께 넘는다. 지난달 30일 설특집으로 방영한 ‘SBS 스페셜-마지막 잔치’편은 전남 진도의 전통적인 장례문화를 소재로 했다. 망자의 극락왕생을 비는 씻김굿과 밤새도록 망자의 유족들을 위로하는 ‘다시래기’다. 80대 한 노파의 죽음을 기려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왁자지껄 춤과 노래로 망자를 위로하며 벌인 판에 카메라를 비추며 삶과 죽음의 의미를 반추했다.

노년들의 사랑을 그린 영화도 있다. 오는 17일 개봉하는 ‘그대를 사랑합니다’다. 이순재, 윤소정, 송재호, 김수미가 보여주는 가난한 노인들의 애틋하고 가슴 아픈 사랑을 그렸다.

이들 콘텐츠는 짝과 함께 백년해로를 한다는 것의 의미를 쫓는다. 다시 낫을 들고 밭에 쪼그려 앉는 90대 노파(‘노인들만 사는 마을’)에서 보듯 노동 또한 그들이 평생 내려놓을 수 없는 기쁨이자 고행이다. 그리고 그들의 죽음을 통해 우리네 삶을 본다. 생과 사의 갈림길, 위안과 고난 사이, 대중문화는 물음을 던진다. “당신의 노년은 안녕하십니까?”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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