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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행복한 사람
몇 해 전에 캐나다에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일찍 출세한 사람은 일찍 죽는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들으니 세상 살기가 겁이 난다. 이 세상에서 출세하기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거야말로 세상을 살맛나게 하고 행복을 가져다주는 조건이라 여겨왔는데, 죽음 운운하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 말처럼 들린다. 이 연구에서 내세우는 이유는 간단하다. 스트레스 때문이란다. 정글의 법칙이 작동하는 산업 정보화 사회에서 남보다 출세하려면 그만큼 뼈를 깎는 고통이 따를 건 당연지사. 어찌 아니 고달프겠는가.
출세라는 말이 붙는 직종은 정신노동을 요하는 경우가 많고, 만병은 마음으로부터 오는 것이라 했다. 스트레스를 자아내게 하는 것 가운데 으뜸을 차지하는 요인은 조급한 마음이다. 도시의 직장생활에서 ‘시간이 없다’는 게 일상의 핑계이고 보면 제 정신을 가지고 느긋하게 살아가기란 어려운 현실이다. 한자의 바쁠 망(忙)자를 풀이해보면 마음(心)이 망(亡)했다는 뜻이니 바쁘다는 것은 마음을 망가뜨림을 의미한다. 정신없이 바쁜 사람은 ‘자기’가 없다. 자기 자신은 딴 데로 증발해버린 채 무언가에 매달려 허둥대고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허우적거리기 일쑤다. 일의 능률은 오르지 않은 채 야단법석을 떨고, 찰나적 충동심이 발동하는가 하면, 신경이 곤두서서 히스테리적 발작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래서 조급증은 사람을 조로(早老)케 하고 조사(早死)케 한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온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누구일까? 몇 해 전 여론조사에 의하면 30대 여성이라고 했다. 결혼의 권태기에 들어설 나이도 아니고, 어린아이 한 둘을 기르며 살림에 맛 들일 시기라는 게 그 통계를 뒷받침한다. 남편은 직장에서 한창 일할 나이, 앞날에 대한 기대와 비전은 생의 고달픔을 잊게 하는 묘약이므로.
한편 10대의 행복지수가 가장 높다는 의견도 있다. 그들에게 최고의 점수를 매긴 것은 어느 다른 세대보다 꿈과 희망이 넘치기 때문이다.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요 환상가이기에…, 모모 앞에 놓인 생은 행복한 것’이라는 노랫말이 엉터리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퇴출이 머지않은 40을 바라보는 30대는 마냥 즐거울 수 없으며, 무거운 책가방을 둘러메고 과외 시장을 누벼야 하는 10대들도 언제나 행복할 수만은 없는 게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서글픈 사정이다.
중요한 것은 외부의 충격을 받아들이는 수용 태도이며 소화하는 능력이다. 현재 나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되 짜증 부리지 않고, 바쁜 가운데서도 얼마쯤 여유를 즐길 줄 알며, 현실이 아무리 고달플지라도 ‘인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임을 믿고 살면 삶이 그리 부담스러운 것만은 아니리라.
이 한세상 잠시 왔다 가는 나그넷길이라 생각하고 부귀영화에의 집착을 놓아버린다면 깊은 상처를 받을 일도, 모질게 마음 아파 할 스트레스도 줄어들 게 아니겠는가. 과거를 살았던 성현이나 오늘날의 과학자들 모두가 행복은 어느 특정한 세대에 따라다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하는 점에서 일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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