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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화영의 골프장 인문학 47] 올드 코스 디오픈과 루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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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번 홀 옆 루삭스 호텔 루프탑에서 내려다본 세인드앤드루스 올드코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올해로 제150회 디오픈을 개최하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를 찾았다.

스코틀랜드 동부 해안 파이프에 위치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는 1552년부터 골프를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스코틀랜드의 권력자 존 해밀턴 대주교가 골프를 허용하면서부터 본격화했으니 골프 역사상 가장 오래된 편이다. 그로부터 202년 지난 1754년에 22명의 귀족, 교수, 지주들이 세인트앤드루스 골프협회를 창설한 것이 오늘날 영국왕립골프협회(R&A)의 시작이다.

디오픈을 시작한 건 제13회 대회인 1873년부터다. 12홀짜리 프레스트윅에서 시작한 디오픈이 12번을 치른 뒤 처음으로 18홀 코스인 올드코스에서 열리게 됐다. 원래 올드 코스는 바다를 향해 나가는 아웃과 인 코스 11홀씩 22홀 규모였으나 사람들이 몰리면서 1764년에 짧은 파3 홀 두 개씩을 잘라 18홀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후 거의 100여년이 지난 1856년에 오늘날처럼 더블그린을 사용하는 18홀로 변경했다.

R&A의 앞마당인 올드코스는 1873년에 처음으로 디오픈을 열고 이듬해 머슬버러-프레스트윅으로 이어지는 3개 코스의 순환 개최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올드코스는 오늘날 9개의 디오픈 순환 코스 중에 대표적인 코스가 됐다. 5년마다 한 번씩 개최하다가 150주년을 맞춘 것이다. 타이거 우즈도 출전한다고 올해가 역대 최대 갤러리가 예상된다고 한다. 디오픈의 중심 코스인만큼 역대 선수들과의 인연도 가장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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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가 넘은 시간에도 올드 코스를 산책하는 이들이 있었고 스윌컨 번에서의 기념 사진 촬영은 꾸준히 이어졌다.


1921년 바비 존스는 이곳에서 열린 디오픈에 출전해 3라운드 11번 홀 벙커에서 네 번을 쳐도 빠져나오지 못했다. 화가 난 그는 스코어카드를 제출하지 않고 실격됐다. 그 뒤 1927년에 다시 이곳에서 열린 디오픈에서 아마추어로 우승했다. 3년 뒤에는 이 코스에서 열린 브리티시아마추어 선수권을 우승하면서 그랜드슬램의 한 축을 이뤘다.

바비 존스 뿐만 아니라 1946년의 샘 스니드, 1970년과 78년의 잭 니클라우스, 1984년의 세베 바예스테로스, 2000년과 2005년의 타이거 우즈가 여기서 우승했다. 2010년에는 루이 우스투이즌, 2015년에는 잭 존슨이 영광의 주인공이었다.

2007년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여자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이 열렸다. 로레나 오초아가 5언더파로 2위와는 4타차로 우승했다. 당시 전장은 6600야드였는데 처음으로 디오픈이 열린 1873년의 야디지 그대로였다. 그로부터 7년 뒤인 2013년에는 박인비의 메이저 4연승으로 화제가 됐으나 박인비는 컷 탈락하고 스테이시 루이스(미국)가 우승했다.

올드 코스는 부킹이 정말 어렵고 일년 전부터 대부분 채워진다. 열정 높은 골프 여행객들은 새벽부터 올드 코스 스타트하우스 밖에서 마냥 기다리다 시간이 주어지면 조인 라운드를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한 해 라운드수는 4~5만 회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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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앤드루스 올드의 석양에 물든 그린. 이 코스는 14개 홀이 더블그린을 사용한다.


수많은 설계가들이 이곳에서 코스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고 30번째로 디오픈이 열리기 때문에 이 코스의 모든 홀들이 다 역대 선수들의 환희와 애환과 고통으로 점철돼 있다. 특히 총 112개 이르는 벙커들은 선수들의 길을 방해한 함정들이었다.

14번 홀 페어웨이 가운데의 최대 3미터 높은 턱을 가진 벙커는 지옥(Hell) 벙커로 불린다. 17번 홀의 그린 앞에 놓인 로드홀 벙커는 다른 말로 ‘나카지마 벙커’다. 우승을 겨루던 나카지마가 여기 벙커에 공을 빠뜨리고는 나오지 못했다는 데서 붙여진 단어다.

18번 홀에서 티샷을 마치고 그린으로 향한 개울을 건너는 돌다리는 스윌컨 다리다. 아놀드 파머는 1995년, 잭 니클라우스는 2005년에 이 자리에서 자신의 은퇴 경기를 마치면서 수많은 갤러리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82세인 잭 니클라우스는 올해 대회를 앞두고 세인트 앤드류스의 명예시민이 됐다. R&A는 2005년 이곳에서 은퇴한 그에게 시민권을 수여했다. 니클라우스는 17년 만에 자신의 전설이 어린 세인트 앤드루스를 찾았다. 미국인으로 세인트 앤드루스에서 명예시민권을 받은 사람은 1759년의 벤자민 프랭클린, 1958년의 바비 존스에 이어 니클라우스가 세 번째다.

5년마다 찾아오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의 디오픈을 앞두고 주요 선수들은 18번 홀 바로 옆에 있는 루삭스 호텔에 묵는다. 일반인들의 숙박은 토요일까지만 가능하고, 일요일부터는 호텔 전체가 아예 블록이 차면서 일반인 예약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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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삭스호텔은 18번 홀 바로 옆에 있는 디오픈의 선수 투숙 호텔이다.


우리 일행은 세계 100대코스 여행사 센텀골프를 통해 통제되기 하루 전날인 토요일에 루삭스에 투숙할 수 있었다. 올드 톰 모리스의 사위인 루삭스 집안이 살던 곳에 지은 호텔로 4성급이다.

루삭스는 북유럽 르네상스 양식으로 건축되어 역대 디오픈 출전 선수들도 많이 묵었던 호텔로 120개의 객실과 13개의 스위트룸은 풍부한 앤티크 가구들과 함께 세인트앤드루스 한 가운데서 골프의 순례지 여정의 베이스 캠프로 여겨진다.

1층 레스토랑은 스윌컨 브릿지 옆에 있어 ‘브릿지’이고, 지하 1층의 원 언더 바(1under Bar)는 전설의 선수들이 그날의 골프 얘기로 꽃을 피우던 곳이다. 특히 옥상의 루프탑에 위치한 에이틴(18) 레스토랑은 만찬용 야외 레스토랑으로 올드 코스를 내려다보는 전망이 뛰어나다.

브릿지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옥상에 올라가니 밤 8시가 넘어도 하늘은 아직 푸르고 청명했다. 야외 전망대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자니 디오픈을 두 번 우승한 패드레이그 해링턴이 친구들과 함께 루프탑 전망대로 나왔다. 조금 일찍 온 선수들이 하나둘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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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삭스호텔 페어웨비 뷰 룸은 대회를 관람하는 최고의 환경을 제공한다.


일요일 오전에는 이 호텔에 투숙한 타이거 우즈가 연습 라운드를 하러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선수들 가족들로서는 이곳에 머물면서 1번 홀을 나가고 18번 홀로 걸어 들어오는 선수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응원하는 최고의 룸이었다.

며칠 뒤 디오픈 연습 라운드가 있던 화요일에 루삭스 호텔을 다시 찾았을 때는 몸집이 육중한 현관 도어맨이 지키고 서서 관계자나 숙박객만 입장을 허용했다. 현관에는 저스틴 토마스가 관계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머문 룸에 다음날 디오픈 출전 선수가 투숙했다는 사실에 우쭐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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