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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화영의 골프장 인문학 46] 명승부의 전당 턴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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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를 향해 나가는 턴베리 9번 홀.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스코틀랜드 서부 해안 에어셔 클라이드만에 위치한 트럼프 턴베리 아일사(Trump Turnberry Ailsa)코스를 찾았다. 지난 2009년 메이저인 디오픈을 4번째로 열었고 2015년에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 브리티시여자오픈(현재 AIG여자오픈)에서 박인비가 우승했던 코스다.

턴베리는 스코틀랜드 역사상 유명한 14세기 배녹번 전투가 열린 전장이자 로버트 브루스 왕의 성터 인근에 조성됐다. 1906년 제임스 밀러가 설계한 코스에 호텔, 롯지가 만들어지고 철도가 놓이면서 골프 여행지로 떴다. 1, 2차 세계 대전 중에 코스는 공군 활주로로, 호텔은 야전 병원으로로 활용되었다,

전쟁이 끝나고 1951년에 로스 맥켄지의 설계로 골프장으로 탈바꿈했고 디오픈 순회 코스가 되면서 각광받았다. 2016년에 마틴 에버트가 코스 리노베이션을 해서 현재에 이른다. 이 코스에서 4번의 디오픈이 열렸다.

1977년 처음 열린 디오픈에서는 탁월한 성적으로 주말 경기에 나선 잭 니클라우스와 톰 왓슨 사이의 엎치락뒤치락 손에 땀을 쥐게하는 매치가 명승부로 남았다. 왓슨은 3, 4라운드 이틀간 5타씩 줄였다. 18번 홀에서 팽팽한 동타 승부를 벌이던 왓슨이 잭 니클라우스를 한 타 차이로 이겨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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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턴베리에서 열린 디오픈을 마친 니클라우스와 톰슨의 '듀얼인더선'


치열하게 싸우던 두 선수가 경기를 마친 뒤 어깨 동무하고 걸어나온 장면은 뛰어난 스포츠맨십의 표상이 됐다. 그래서 이 홀의 별칭은 ‘태양 아래 혈투 (Duel in the Sun)’이면서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의 이름도 그렇게 지어졌다.

9년 뒤인 1986년에 열린 두 번째 디오픈에서는 그렉 노먼이 이븐파로 우승했고, 8년 뒤인 1994년에는 닉 프라이스가 12언더파로 우승했다. 톰 왓슨은 15년 뒤인 2009년 다시 열린 디오픈에서 최고령인 60세의 나이로 디오픈 6승에 도전하면서 주목받았다.

첫날부터 노익장을 보인 왓슨은 4라운드 막판까지 리더보드 꼭대기를 지켜 골프 역사를 새로 쓸 태세였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32년 전 버디를 잡았던 마지막 홀에서 어렵지 않은 칩샷을 실수하면서 보기를 적어냈다. 한 타차 선두였으나 아들뻘인 36세의 스튜어트 싱크와 동타로 정규 라운드를 마쳤다. 72홀의 긴 승부에서 기운을 소진해버린 노장은 이어진 연장전 세 홀에서 패하면서 수많은 골프 팬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여자 대회로는 2002년에 캐리 웹(호주)이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했고, 2015년에 박인비가 마지막 라운드에 이글 하나를 포함해 무려 7언더파를 쳐서 역전 우승하면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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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베리 10번 홀 그린. 태양 아래 두 사람을 연출했다.


등대와 함께 바다 한가운데 솟은 아일사 섬이 보이는 코스는 ‘스코틀랜드의 페블비치’로 불릴 만큼 아름다움을 지닌 링크스로 인기 높다. 하얀 등대를 전후로 4번부터 11번 까지 해안을 따라 흐르는 홀들의 풍광은 매우 아름답고 감탄사가 연발된다.

전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이 골프장을 2014년 4월에 사들였고 2달 지나 이름을 트럼프 턴베리로 바꾸었다. 지난해초 폭도들의 미국 국회의사당 습격 이후 디오픈을 주관하는 R&A는 ‘턴베리에서의 초점이 챔피언십, 선수 및 코스에 집중될 것이라고 확신할 때까지 이곳에서 디오픈을 개최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턴베리는 규모가 큰 골프리조트다. 아일사 코스 외에도 2001년 개장한 18홀의 킹 로버트 더 브루스 코스, 파31의 9홀 아란(Arran) 코스가 있다. 모두 합쳐 45홀 골프리조트인 셈이다.

월간지 <골프다이제스트>에서는 최근 2022년 미국 제외 세계 100대 코스 랭킹에서 13위로 꼽았고 지난해 <골프매거진>에서는 세계 18위에 올렸다. 세계 100대 코스 여행사인 센텀골프를 통하면 스코틀랜드 최고 코스들을 돌아보는 여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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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홀 위로 턴베리 호텔이 바다를 마주하고 서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골프 리조트를 인수해 화려하게 리모델링해서 높은 가격에 되파는 방식으로 오늘날의 부를 쌓았다. 홀과 홀 사이를 잔디로 깔거나 화려한 문장과 금빛 찬란한 클럽하우스로 리모델링했다.

턴베리에서도 트럼프의 자취가 있었다. 호텔 앞에 헬기 착륙장이 있고, 클럽하우스 곳곳에 트럼프의 사진이 걸려 있고 세계 몇 위에 오른 코스라는 자랑과 순위 리스트가 액자에 걸려 있었다. 그로 인해 턴베리가 디오픈 순회 코스에서 제외됐다는 건 너무나 아쉽다.

10분 간격의 넉넉한 티타임에 라운드한 우리 팀도 멋진 코스에서 명승부를 펼쳤다. 18홀 내내 볼을 잃지 않고 최고의 경기력을 보였던 JS형은 마지막 홀에서 페어웨이 벙커와 그린 옆 벙커를 전전하면서 얻었던 타수를 대부분 까먹었으나 그 볼에 동반자의 이름을 새겨 기념하기로 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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