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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화영의 골프장 인문학 44] 한 평생의 라운드 로열트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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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픈을 9번 개최한 로열트룬의 클럽하우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2024년에 제152회 디오픈을 10번째로 개최하는 스코틀랜드 서남해안 에이셔 트룬의 로열트룬을 찾았다.

원래는 디오픈을 로열트룬에서 처음 개최한 1923년의 100주년이 되는 2023년 개최가 예정되었으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디오픈이 취소되면서 순차적으로 개최 일정이 밀려서 2024년이 됐다.

처음 개최했던 1923년에는 잉글랜드의 아서 헤이버스가 미국의 월터 헤이건을 꺾고 우승했는데 이후 8번 중에 1962년 아놀드 파머를 시작으로 6번을 톰 왓슨, 톰 와이스코프 등 미국인이 우승했다.

명승부도 여러 번 나왔는데 가장 최근인 2016년에는 헨릭 스텐손(스웨덴)과 필 미켈슨(미국)의 대결이다. 스텐손은 경기 내내 최고 시속 50㎞, 초속 14m의 바람이 부는 가운데 드라이버를 한 번도 잡지 않고 경기해 마지막 라운드에서 버디만 10개를 잡고 최종 20언더파로 미켈슨을 3타차로 따돌렸다. 메이저 대회 한 라운드 최저타 타이 기록(63타), 메이저 4라운드 합계 최저타 타이 기록은 물론, 디오픈 사상 최저타 기록을 달성했다.

2001년 유럽 투어에 데뷔해 첫 해 우승한 스텐손은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통산 15승을 따냈지만 이 대회에서 우승하며 40세 103일 만이자 42번째 메이저대회 출전만에 첫 메이저 타이틀을 품에 안게 됐다. 주말 이틀간 두 선수의 스코어는 3위와 11타 이상 차이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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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 복도는 역대 디오픈의 역사 자료가 전시되고 있었다.


남성들만 이용하던 클럽이었으나 디오픈을 앞둔 2016년 7월1일에 골프장은 여성 회원 입회를 전격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원래는 회원 투표를 진행하려 했으나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여성회원 입회 금지 규정을 유지한 뮤어필드 골프장을 디오픈 순회 개최 후보지에서 제외시키자 발 빠르게 대응해 화를 면했다.

4년 뒤에는 여자 메이저 대회도 열였다. 코로나19가 극성이던 2020년 8월 AIG여자오픈을 개최해 세계 304위이던 소피아 포포프(독일)의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인 신데렐라 우승 스토리가 나왔다.

2015년 LPGA 투어에 데뷔한 포포프는 2019시즌을 마치고 시드를 잃었다. 그래서 2부 리그인 시메트라 투어에서 활동하면서 친구인 1부 리그 장타자 앤 반 담(네덜란드)의 캐디를 맡기도 했다. 그러다 상위 랭커들이 코로나19 위험으로 대거 빠진 마라톤 클래식에 출전 기회를 얻어 공동 9위를 기록해 가까스로 메이저 대회 출전권을 획득했다.

포포프의 우승으로 이전 5년 동안 프로로 벌어들인 상금의 6배를 한 번에 벌었다. 골프닷컴은 세계 랭킹 300위 밖의 선수가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건 골프 역사상 2003년 벤 커티스(미국)가 396위의 랭킹으로 디오픈을 우승한 데 이어 두 번째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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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으로 스코틀랜드 서해 바다 백사장으로 연결되는 1번 홀.


1878년 클라이드만(Firth of Clyde)을 따라 조성된 5개 홀에서 시작한 로열트룬은 디오픈을 개최하는 올드 코스를 포함해 지금은 알리스터 매킨지가 1921년 설계한 포틀랜드(Portland) 코스, 짧은 9홀 파3 코스인 크레이젠트(Craigend)를 포함해 총 45홀을 운영한다.

디오픈을 우승한 윌리 퍼니가 헤드 프로로 1888년에 18홀을 완성해냈다. 이후 디오픈에서 5승을 한 제임스 브레이드가 리노베이션을 1923년에 마치고 처음으로 디오픈을 치렀다. ‘로열’이란 칭호를 받은 건 골프장이 개장 100주년을 맞은 1978년의 일이다.

올드 코스의 라운드는 핸디캡 증명서가 필요하다. 챔피언십 티에서부터 메달, 숏, 레이디스티까지 4개가 있다. 바다를 따라 시작해 처음 6개 홀은 남쪽으로 이어진다. 시원하고 넓게 진행되지만 팟 벙커들로 인해 긴장을 놓치면 안 된다.

7번부터 6개 홀은 내륙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난도가 높아진다. 파3 8번 홀은 123야드에 불과하지만 그린의 크기는 아주 작아 우표 도장(Postage Stamp)이란 별칭이 붙었는데 전체 디오픈 코스의 그린 중에 가장 작은 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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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트룬의 8번 우표딱지 홀은 폭이 좁고 양쪽에 벙커가 있어 그린에 공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


10, 11번 홀은 홀 오른쪽으로 기차길이 있다. 예전엔 11번 홀은 철도(The Railway)라는 별칭이 붙었는데 메이저 골프에서 가장 어려운 홀 중 하나로 악명높다. 2016년 디오픈에서 그해 US오픈을 우승했던 더스틴 존슨(미국)은 이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하고 무너졌다.

13번 홀에서 6개 홀은 북쪽으로 클럽하우스를 향한다. 3개의 긴 파 4홀, 2개의 거친 파 3홀, 페어웨이가 중간 지점에서 도랑으로 양분되는 도전적인 파5(16번 홀)로 구성된다. 2016년 디오픈 3라운드에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3번 우드로 친 세컨드 샷이 슬라이스를 내자 화를 참지 못하고 클럽을 두동강 내버렸다.

그만큼 이 코스는 장타자들의 무덤으로 악명높다. 코스 문장에 ‘탐 아르떼 쾀 마르떼(Tam Arte Quam Marte)’라는 라틴어를 새겼다. ‘힘만큼 기술도 갖추라’는 의미라고 한다. 파워 샷보다는 홀을 읽고 페어웨이를 잘 지키는 전략이 중요한 코스다.

월간지 <골프매거진>은 지난 2021년 세계 59위에 올렸다. 매번 세계 100대 코스에 드는 데 1999년 34위가 최고 순위였다. <골프다이제스트>는 2022년 ‘미국 제외 53위’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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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홀 그린 옆 팟 벙커와 클럽하우스. 캐디없이 하프백을 매고 라운드를 마치니 한 평생을 살아온 느낌이 들었다.


스코티시오픈과 디오픈이 이어지는 황금 골프 시즌에 세계 100대 코스 전문 여행사 센텀골프를 통해 코스를 라운드할 수 있었다. 세계 100대 코스를 직접 라운드한 전문가들이 만든 곳이라 부킹이 가능했다. 스코틀랜드만도 코스가 천 곳이 넘지만 세계 100대 코스만이 주는 특별한 감동이 있다.

변화무쌍한 레이아웃이 특징으로 18홀의 장정을 마치고 나면 ‘한 평생을 다 살고난 느낌’이라고 한다. 캐디 없이 하프백을 메고 사진도 찍어가면서 동반자의 야디지북을 참고하면서 골프를 마치고나니 여행 동반자가 나를 ‘10년은 늙은 것 같다’고 놀렸다. 골프로 한 평생을 살아본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경험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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