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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인세 골프소설 27] 브리티시 골프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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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티시골프 뮤지엄.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오전에 잠시 스쳤던 박물관의 안쪽으로 첫발을 디디자 초입의 어두컴컴한 조명 속에서 벽에 그려진 수백 년 전의 골프치는 올드코스의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책에서만 접하던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3백년 전의 골프채 8자루도 진열장 안 에서 고풍스러운 빛을 발하고 있다.

사진으로만 봤던 골프 최초의 트로피로 영 톰 모리스가 영구 소장했던 모로코산 붉은 가죽벨트 또한 주인의 사진과 함께 가지런히 진열장 안에 모셔져 있다. 옆에는 올드코스 내에서 공방을 차려놓고 골프채를 만들던 톰 모리스의 공방 사진도 함께 진열되어 있다. 톰 모리스 보다 앞선 그의 스승이자 골프의 신으로 불렸던 알렌 로버트슨의 실제 크기의 밀랍 인형도 오전에 지나치면서 보았을 때 보다는 더욱 사실적이다.

그 방 안에서 알렌이 페더리공을 만드는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면서 새의 깃털까지도 그대로 책상에 널어놓았다. 그 모습은 실지로 수백년 간 명맥을 유지해오다 1850년 사라진 가죽볼을 만드는 역사의 마지막 장인이었던 그가 시공간을 넘나들며 21세기의 우리와 공유하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생생하다.

로얄퍼스골프동우회의 1825년 실버컵이 말 그대로 은색으로 하얗게 자태를 빛내는가 하면 셀 수도 없는 많은 영국의 트로피들이 빛을 발하고 있다. 1754년 일명 22인의 세인트 앤드루스 젠틀맨들이 개최한 최초의 골프대회 트로피인 ‘실버클럽’도 비록 복제이긴 하지만 위용을 보이고 있다. 옆에는 영국의 위대한 3인방이 사용했던 골프채와 공들, 그들이 이루었던 총 16번의 디 오픈 우승에 대한 기록이 여러 사진들과 함께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다

.맞은편에는 사람 실물크기의 밀랍 인형들 여러 명이 공방속에서 클럽을 제조하는 모습도 재현해 놓아 수백 년 전의 히코리 클럽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만들어 놓았다. 박물관에는 유난히 많은 트로피가 전시되어 있는데 매 2년마다 개최되는 라이더컵의 우승 트로피도 모두 전시하면서 유럽인들의 자랑스러움을 대변해 주고 있다.

트로피 중에서의 가장 압권은 디오픈 트로피 원본인 클라렛 저그로 박물관내의 어떤 트로피보다 더 눈부신 광채를 발산하고 있다. 3단으로 되어있는 받침대에는 제 1회 대회 부터의 우승자 이름이 적혀있다. 맨 밑단에서부터 순서대로 트로피를 감싸면서 스코어까지 함께 맨 윗부분의 3단에까지 빼곡히 새겨져 있다.

영국이 클라렛 저그 이상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영국 아마추어대회의 트로피 역시 이 박물관의 최고 보물 중 하나로 꼽힌다. 트로피 위에 동상처럼 고고하게 빚어놓은 영국골프의 아버지 올드 톰 모리스는 한 뼘 정도의 작은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내뿜는 카리스마는 보는 이들을 숙연하게 만든다.

오래전 영국에서만 이루어졌던 우승자들에 수여되는 금으로 된 골프 메달들 역시 황금빛을 반짝이며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다. 이 중 귀한 로얄 메달은 1837년 국왕 윌리엄 4세가 ‘로얄 앤드 앤션’ 골프클럽에 이 메달을 수여한다고 설명이 부연되어 있다. 좁고 어두운 박물관은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하나뿐인 골프 유물들을 전시하는 골프의 가장 중요한 유적지일 수밖에 없다.

오후 5시까지만 개장을 하기때문에 제임스는 대신 촬영이 허락된 1백 여장의 사진을 찍은 것으로 박물관에 대한 아쉬움을 접어야 했다. 박물관 건물앞 좁은 도로 넘어 위치한 올드코스에서 라운드와 퍼팅 연습을 하던 선수들도 저녁해가 질 무렵인 오후 6시를 전후해 하나 둘씩 장비를 챙기고 저녁 귀가를 준비하고 있다.

제임스도 귀가를 서두르기로 했다. 내일 아침부터 서둘러 가야할 장소가 있기 때문이었다. 에딘버러를 지나 남쪽에 위치한 로슬린 성당이었다. R & A를 비밀스럽게 만들어 놓은 그 장본인, 프리메이슨의 초대 그랜드마스터인 싱클레어 경과 템플기사단의 연관성을 찾아야 하는 게 그의 임무이다.

* 필자 이인세 씨는 미주 중앙일보 출신의 골프 역사학자로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박세리 우승을 현장 취재하는 등 오랜 세월 미국 골프 대회를 경험했으며 수많은 골프 기사를 썼고, 미국 앤틱골프협회 회원으로 남양주에 골프박물관을 세우기도 했다. 저서로는 <그린에서 세계를 품다>, <골프 600년의 비밀>이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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