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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골프 경기의 진화 가능성을 보인 LIV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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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이 열리자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 개막전. [사진=LIV 골프]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 개막전이 9일 영국 런던에서 시작됐다. 사우디 아라비아 국부펀드의 지원을 받는 LIV 골프는 첫날 경기부터 기대 이상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LIV 골프는 개막 전까지는 천문학적인 스카우스 비용과 상금 규모, 베일에 쌓인 출전선수 명단으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기존 골프투어에서 주지 못했던 신선함을 선사했다. ‘백상어’ 그렉 노먼이 이끄는 LIV 골프가 상당히 많은 연구를 한 끝에 기존의 골프투어들이 안고 있던 여러 문제점들을 공략하는 강펀치를 날렸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경기 방식이다. 한국에선 프로암 때 단골 메뉴로 쓰이는 전홀 샷건 방식을 들고 나왔다. 출전선수 48명이 18개 홀에 흩어진 상태에서 동시에 티오프를 했다. 모두가 동등한 조건에서 함께 경기를 시작하고 비슷한 시간대에 경기를 끝냈다. 대략 4시간 30분 정도면 경기가 끝난다. 티 타임으로 인한 불공정 시비가 사라졌다. 바람이 비교적 덜 부는 오전반이 유리하다는 등 날씨로 인한 유불리가 원천봉쇄됐다.

늘어지는 경기 시간으로 인한 문제도 해결했다. 기존의 투어는 이른 아침부터 오후까지 배정된 티타임 속에 경기가 진행되다 보니 악천후로 인한 일몰로 경기를 끝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LIV 골프에선 그런 일을 찾아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선수들 입장에서 불필요한 체력 소모를 줄일 수 있어 최상의 퍼포먼스를 발휘하는데 적합한 경기 방식이다.

관전의 재미도 높혔다. 출전선수 전원의 스코어가 시시각각 변하다 보니 리더보드가 요동친다. 훨씬 박진감 넘치는 경기 흐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또한 단체전을 집어넣어 기존 투어에서 맛볼 수 없었던 색다른 관전의 묘미도 제공했다. 4명씩 총 12개 조가 경쟁하는데 이를 지켜보고 따라가는 재미도 쏠쏠했다. 1,2라운드는 한 팀 4명중 상위 1,2위 선수 성적을, 최종 3라운드는 상위 3명의 스코어를 합산한다.

LIV 골프는 한국의 방송사에 중계권을 무료로 나눠줬다. 1라운드를 SBS골프와 MBC스포츠플러스, SPOTV 골프&헬스에서 중계했다. 시간이 지나면 거액의 중계권료 협상이 이뤄지겠지만 출범 초기엔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LIV 골프를 알리는데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영국의 프리미어리그 축구가 거대 시장인 중국에 진출할 때도 중계권을 0원으로 책정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은 천문학적인 중계권료를 받고 있다.

LIV 골프는 컷오프없이 54홀 경기로 치러진다. 선수들 입장에선 거액의 상금은 물론 컷오프의 불안감에서 해방됐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매력적이다. 또한 72홀 경기를 54홀 경기로 단축시킨 점도 선수 친화적이다. 체력 소모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면 최상의 컨디션 속에서 좋은 승부를 펼칠 수 있다.

LIV 골프엔 매 대회 개인전에 2000만 달러, 단체전에 500만 달러 등 2500만 달러(316억원)의 상금이 걸려 있다. 개인전 우승상금은 400만 달러(50억원)이며 꼴찌를 해도 12만 달러(1억5000만원)를 받는다. 단체전은 우승팀 300만 달러, 2위팀 150만 달러, 3위팀이 50만 달러를 받는데 팀원 4명이 나눈다. 자신의 골프인생이 녹아 있는 PGA투어를 버리기 어려운 타이거 우즈 등 몇몇 선수들을 제외한다면 LIV 골프의 러브콜을 뿌리칠 선수는 많지 않아 보인다.

당장 PGA투어는 LIV 골프에 전면전을 선언했다. 제이 모나한 커미셔너는 10일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한 선수들은 더 이상 PGA 투어 경기에 출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브라이슨 디셈보를 후원하는 로켓 모기지는 후원 중단을 선언했다.

하지만 사람은 이기적이며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골프선수들도 인간의 본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더 많은 돈과 시간을 주는데 마다할 선수는 많지 않다. LIV 골프가 성공한다면 PGA투어에서 선수를 공급받는 상위 개념의 프리미어 리그로 정착할 가능성이 높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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