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김상록의 베스트 코스 16] 동남아 넘버원 센토사
이미지중앙

헤안가로 이어지는 센토사 아웃 코스.


어느 나라든 그 나라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골프 코스가 있다. 한국에 나인브릿지가 있고, 스코틀랜드에는 올드코스, 아일랜드는 올드헤드, 뉴질랜드는 케이프 키드내퍼스 등 나라와 자연스레 연상되는 코스가 있다. 싱가포르는 센토사골프클럽의 세라퐁 코스를 가지고 있다. 글 김상록

센토사 골프 클럽은 싱가포르 남단 센토사 섬에 자리잡고 있다. 싱가포르 관광과 휴양의 중심지로 2018년 북한의 김정은과 미국의 트럼프가 만나 정상회담을 했던 바로 그 섬이다. 골퍼가 아니라도 정상회담으로 기억된다. 센토사는 말레이어로 ‘평화와 고요’라는 뜻이다. 세라퐁 코스(파72 7427야드)와 뉴탄종 코스(파72, 6840야드) 2개 코스 36홀로 구성되어 있다.

세라퐁코스는 매년 1월 아시안투어 SMBC챔피언십이 개최된다. LPGA 대회인 HSBC위민즈 챔피언십은 2013-2016년에 세라퐁에서 개최되었고 그 이후는 뉴탄종 코스로 옮겨 개최되고 있다. 2015년부터 5년 연속 박인비, 장하나, 박인비, 미셀위 그리고 박성현이 우승하면서 두 코스 모두 한국 골퍼들에게 더욱 친숙하다.

센토사골프클럽은 1974년 7월14일 리관유 수상에 의해 공식 개장되었다. 네덜란드계 영국인 프랑크 패닉이 탄종 코스를 설계했다. 1937-1938년 영국 아마추어 골프 챔피언이었던 패닉은 영국 공군의 전투기 조종사로 2차대전에 참전한 후 제대하고 신문사 여러 곳에서 스포츠 전문 기자로 활동하다 코스 디자이너가 됐다. 세계적인 명문 코스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런던 근교의 로얄 에쉬포드 포레스트와 영국 블랙풀 근처 디오픈 개최 코스인 로열세인트&리덤 등의 개조작업에 참여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미지중앙

센토사는 센토사 코스와 뉴탄종 코스 36홀을 가지고 있다.


센토사 섬 전체는 관광지와 휴양지, 카지노 그리고 고급 빌라촌으로 구성되어 있다. 싱가포르 내에서 아파트가 아닌 집을 외국인이 구입할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다. 말하자면 외국인들에게 특구로 개방된 곳이다. 세라퐁 4번홀 우측 라인을 끼고 있는 집들은 한 채에 싱가포르 달러 3-4천만불(한화 270-360억 정도) 수준이라 한다.

센토사를 상징하는 로고는 공작새가 날개를 활짝 편 모습이다. 센토사 섬내 어디서든 공작새를 볼 수 있다. 보기 힘든 공작을 도로나 연습장 등 어디서든 쉽게 만날 수 있다. 사람들에게 친숙해 도망가는 일은 없다 그렇다고 가까이 다가가 장난으로 위해를 가하거나 먹이를 던져주면 싱가포르 달러 500달러 벌금이 부과되니 괜한 장난은 금물이다.

센토사섬에는 원래 다리가 없었다. 1992년 관광지 개발과 함께 다리를 놓아 지금의 모습으로 개발되었다. 싱가포르는 어딜 가든 정원처럼 가꾼 가로수와 꽃들로 장식된 화단들이 즐비하다. 전 도시를 정원으로 만들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아름답게 꾸미고 있다. 센토사 게이트를 거쳐 약 380미터의 다리 좌우는 연중 화려한 꽃들로 만발하다. 매번 이곳을 지날 때마다 그 즐비한 꽃들로 한껏 마음이 가벼워지고 아주 좋은 성적이 나올 것만 같다.

세라퐁 코스는 한국의 아시아나CC와 정산CC를 디자인한 미국의 로널드 프림이 설계한 코스다. 그의 초기작품으로 세계적인 코스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코스가 누운 사이트 자체가 세계적인 코스를 만들 수 있는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 바다, 항구, 선박 그리고 도심의 스카이라인, 다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다양한 뷰를 제공한다.

이미지중앙

센토사는 싱가포르 해안선의 진수를 느끼는 코스다.


2007년 리모델링을 거쳐 난도를 한층 높였는데 당시 리모델링에 참여했던 미국인 앤드류 하베이 존스톤이 잔류해 현재 지배인으로 센토사클럽의 세계화를 이끌고 있다. 그런 세라퐁 코스는 <골프다이제스트> 2021 미국 제외 세계 100대 코스 49위에 올랐고 비록 태국과 베트남의 신설 코스들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동남아시아에서는 독보적인 1위라 할 수 있다.

2020년 리모델링을 위해 코스를 닫았다. 다수의 벙커를 늘리고 6번 홀 페어웨이를 가로지르는 벙커를 만들었다. 매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개최하는 를로리다의 TPC쏘그래스에서와 같은 벙커 형태다. 여기서는 연습샷을 하면서 클럽 솔이 지면에 닿아도 벌타가 없는 러프와 같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발자욱 위에 공이 놓여도 구제될 수는 없다.

전장 7400야드가 넘는 세라퐁 블랙티에서의 라운드는 한마디로 고난의 18홀이다. 최경주 프로가 어느 인터뷰에서 가장 싫어하는 코스로 세라퐁을 꼽았다. 그만큼 성적이 안좋았다는 것이다. 난도가 높다는 것이다. 난도로 따지면 뉴탄종보다 5-10타가 더 나올 정도이니 어려움을 짐작케한다.

그린 밑에는 오거스타내셔널 그린에 설치된 것과 동일한 서브에어 시설을 설치하여 습기 많은 남국의 그린을 건조하게 유지해 빠른 스피드를 제공한다. 평소 10.0-11피트를 유지하다 시합 기간에는 13피트로 커팅하니 세계적인 대회 유치가 가능하다. 남국의 그린은 강한 햇빛과 높은 습도로 인해 그린 스피드를 8.5피트에서 9.5피트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아주 느린 그린에서는 퍼트보다 어프로치를 이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점에서 세라퐁의 그린은 동남아 최고다.

이미지중앙

LPGA투어가 열리는 뉴탄종 코스와 클럽하우스.


카트를 타고 페어웨이를 질주하는 라운드지만 남국 골프는 여전히 더위가 큰 적이다. 퍼팅을 위해 고개를 숙이면 땀방울이 줄줄이 공으로 떨어져 집중력이 상실되기 십상이다. 팁을 하나 주자면 퍼팅 전에는 클럽에서 제공하는 흰 수건을 얼음에 적셔 땀을 훔치고 그린에 오르는 것이 집중력 유지에 좋다. 특히 한국이나 북구에서 오는 골퍼라면 땀과의 전쟁은 피할 수 없다.

세라퐁 코스는 18홀 모두 각각 그 모양이 다르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코스를 평가할 때 중요한 항목 중 하나인 디자인 다양성이 탁월하다. 그만큼 다양한 모든 클럽으로 샷이 가능하며, 가슴을 뻥 뚫을 듯한 바다와 남국의 정취, 홀마다 퍼지는 각양각색의 남국 새들의 지저귐, 세련된 관리상태, 도전적 레이아웃, 매끈한 그린 등 나무랄 데 없는 완벽한 코스로 스코어와는 상관없이 라운드 후에 진한 감동이 길게 남는다.

첫 나인홀은 센토사산 중턱을 넘어 바닷가로 4~7번 홀을 돌고 다시 그 산허리를 넘고오는 흐름이다. 그야말로 스펙타클한 뷰를 모두 보여준다. 특히 코스의 가장 높은 고도에 위치한 3번 홀 티박스에 오르면 저 멀리 마리나베이 샌즈 위 배 모형의 수영장, 정박한 대형 크루즈선, 우측으로 줄줄이 상선을 품고 있는 짙푸른 바다, 좌측으로 50-70층의 고층 스카이라인, 이들 뒤로 입항에 있는 초대형 콘테이너선들, 하역 작업을 하는 붉은색 크레인 등 아름다움이 자연스레 카메라를 꺼내게 한다.

후반 들어 10~12번 홀은 파크 코스처럼 남국의 아름드리 나무를 끼고 평이하게 전개된다. 버디 이글로 전반의 부진함을 털어낼 수 있다. 13번 홀 16번 홀까지는 전반의 부진을 털어내고 주머니를 채울 수 있는 역전 기회를 제공하는 희망의 4홀이다. 그러나 우측 바다가 항상 도사리고 있으니 집중해야 한다.

파3 17번 홀을 거쳐 18번 홀 멀리 그린 뒤 대회 때 VIP 라운지로 사용하는 그늘집 2층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우측 갤러리 스탠드에서 함성이 울려퍼진다. 마지막 갈무리를 해야 승리한다는 다짐을 한다. 길게 이어지는 왼쪽 해저드를 피하고 페어웨이만 키핑한다면 이글 버디로 역전도 가능하다. 통상 마지막 홀은 어렵게 만들어 실수하지 않는 골퍼가 승리하지만 세라퐁의 특징은 공격에 보상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과감한 2온을 위한 승리의 트로피가 기다리고 있다.

남국 골프의 특징은 운동 후 드링크를 하면서 몸을 식힌 후 샤워를 한다는 것이다. 30도 이상 고온에서 히팅된 몸을 갑자기 찬물에 맡기면 심장 기능에 이상이 올 수 있다. 시원한 맥주를 한 잔 하면서 18홀 동안 쌓은 무공에 대해 얘기 나누는 즐거운 시간은 남국 골프의 뺄 수 없는 즐거움이다.

* 글을 쓴 김상록 씨는 전 세계 수많은 베스트 코스를 라운드 한 구력 31년 핸디캡 8인 골퍼다. 현재 싱가포르에 거주하며 센토사와 아일랜드 올드헤드 회원이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