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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인세 골프소설 25]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클럽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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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앤드루스 올드코스 앞 R&A 클럽하우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6백여 년의 골프 역사를 고스란히 증명할 모든 증거 자료가 전시되어 있는 영국박물관은 몇날 며칠을 돌아보아도 부족할 정도다. 게다가 고작 10미터의 거리를 두고 비밀스러운 R&A 건물이 올드 코스 1번홀 앞에 떡하니 위용을 자랑하고 있어 그 어느 증거보다 더 믿음직스러움을 보여준다.

에딘버러 다운타운의 홀리루드 궁전을 떠나 올드코스로 돌아온 시간이 오후 2시경. 필드 뿐 아니라 클럽하우스 앞의 연습 퍼팅장에서 선수들이 연습에 열중이다. 퍼팅장 바로 앞에 고고한 자세로 버티고 있는 R&A 클럽하우스. 아무에게나 문을 열어주지 않고 회원들끼리만 공유하는 비밀스러운 곳이다.

오죽하면 20세기 미국의 전설적인 프로골퍼 월터 하겐이 ‘프로는 클럽하우스에 출입할 수 없다’라는 규정에 의해 이곳을 입장하지 못하자, 크게 반발하면서 리무진을 클럽하우스 앞에 떡하니 대놓고 차안에서 옷과 신발을 갈아 신었을까. 프로를 경시하고 아마추어를 존중했던 R&A 측은 그후부터 프로도 클럽하우스의 출입을 허락했지만 고지식히기 이를데 없는 그런 곳이다.

‘THE ROYAL & ANCIENT GOLF CLUB OF ST. ANDREWS’. 줄여서 R&A로 칭한다. 영국 왕립골프협회로 해석된다. 엄밀한 의미에서 이 기관은 협회가 아닌 프라이빗 클럽이다. 하지만 골프에 관한 한,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는 권한을 쥐고 있는 21세기 골프의 최고 권력기관으로 통한다. 260년 간 골프를 통치하는 이 기관의 정체는 무엇일까.

2009년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의 골프 전문기자 스테파니 웨이가 클럽하우스 2층에서 창문을 통해 올드코스의 1번 홀 티업과 18번 홀 퍼팅 그린을 보고 있다. 디오픈을 취재하던 그녀는 기사를 이렇게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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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 밖의 의자 벤치도 회원 전용이라고 표시된 R&A


곁에 있는 R&A 멤버가 기자에게 자랑스럽게 말을 건넨다. “어디서 맥주 한 잔을 손에 들고 벨벳 가죽 소파에 앉아서 디오픈의 경기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골프가 시작된 이래 R&A클럽하우스 내에서 출입 조차 금지된 여성이 초대되었다는 사실에 대해 공치사를 하며 너스레를 떠는 모습이다. NBA나 메이저리그 야구 역시 로얄 박스에 초대될 수는 있지만 수백 년 역사와 전통의 신비스런 R&A 클럽하우스에는 비교할 수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21세기 현재까지도 출입이 허용된 여성은 오직 엘리자베스 여왕과 앤 공주 등 몇 사람 뿐이다. 신비스러움을 간직하고 있는 R&A 빌딩의 2층 다이닝룸에서 맥주와 식사를 하며 경기를 볼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사람은 전 세계에서 2천4백명 뿐이다.

골프 장비에 관한 규칙을 만들고 새로운 클럽과 볼의 사용을 허가, 또는 금지하기도 하고, 새로운 규칙을 제정하기도 한다. 영국에서 개최되는 디오픈을 비롯해 아마추어대회, 시니어대회 등도 주관하면서 그 영향력을 발휘한다. 현재 R&A는 138개국에 152곳의 연계된 지부를 두고 3천만 명에 이르는 골프선수들까지도 관리 감독하며 제반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1층의 대형 로비에는 영국만이 간직하고 있는 수 백년 동안의 골프에 대한 귀중한 보물들, 희귀한 골프채, 유명 선수들이 사용했던 각종 클럽과 기념품들, 왕과 귀족들이 치던 골프채와 그들의 초상화 등이 장식되어 있다. 일반에게 공개돼도 좋은 골프 골동품들은 코앞에 마주하는 영국박물관에 전시해 놓고 있다.

2층 다이닝 로비에서는 멤버들만 창문을 통해 올드코스에서 열리는 디오픈을 관람할 수 있는 특혜를 누린다. 2500여 명의 남성으로만 구성된 멤버들이 역사의 흐름이라는 대세에 밀려 여성들을 멤버로 영입했지만 신청서를 작성하는 데도 세계 골프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2명의 추천서가 있어야 된다. 또 정식 회원이 되려면 기존 멤버 30명 이상이 동의해야 되는 상황이니 얼마나 많은 여성 멤버들이 가입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 필자 이인세 씨는 미주 중앙일보 출신의 골프 역사학자로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박세리 우승을 현장 취재하는 등 오랜 세월 미국 골프 대회를 경험했으며 수많은 골프 기사를 썼고, 미국 앤틱골프협회 회원으로 남양주에 골프박물관을 세우기도 했다. 저서로는 <그린에서 세계를 품다>, <골프 600년의 비밀>이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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