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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만화경] 탁구는 코로나와 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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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에서 열린 전국학생종별탁구대회의 현장 모습. 대회 직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대회 출전선수 중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사진=PP라이프]


# 지난 16일부터 21일까지 충남 청양에서 열린 제59회 전국남녀중고학생종별탁구대회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 대회 직후 익산의 중, 고교팀에서 먼저 3명이 나왔고, 소식을 접한 참가 선수, 지도자, 관계자들이 대거 검사를 받아 추가적으로 포항, 수원, 울산, 대전 팀에서 1명씩 추가됐다. 현재까지 총 7명은 모두 학생선수이며, 무증상확진자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이 넘도록 지속되면서 탁구계에서는 학부모, 실업팀 지도자 등이 탁구와는 상관없는 경로로 확진되는 경우는 있었지만, 대회 현장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럴 만한 것이 실내종목이고, 생활체육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탁구는 팬데믹 이후 대회 자체가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2020년은 7월 김천 중고대회가 유일. 당시 확진자는 없었다).

# 혹시 방역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그렇게 볼 수는 없다. 대회를 주최한 한국중고탁구연맹(회장 박일순)은 거리두기 2단계 이상 지역 참가자는 PCR검사 음성확인서를 사전에 제출받았고, 대회현장에서는 엄격한 거리두기와 발열체크, 손소독 등 철저한 방역조치를 시행했다. 또 첫 확진자로 여겨지는 익산의 선수 3명은 사전에 해당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온 까닭에 2차례나 음성판정을 받은 후 대회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중고탁구연맹의 대응도 신속하고 적절했다. 확진자 발생 후 학교팀 지도자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틀 만에 참가선수와 지도자 전원, 그리고 관계자들까지 코로나 검사를 실시했다. 심지어 대회장을 찾았던 이들과 접촉했던 이들까지도 검사에 참여했다. 최소 1,000명이 넘고, 많게는 수 천 명에 달한다. 추가 4명의 확진자도 이 과정에 파악된 것이다. 혹시 모를 N차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현재 학교에 등록된 선수와 지도자는 자가격리를 실시 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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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한국중고탁구연맹이 전국의 탁구부에 발송한 공문.


# ‘철저한 방역에도 탁구대회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그렇다면 불운을 탓하는 것을 넘어 더 심각한 문제가 된다. 탁구대회 자체를 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양발 확진자 충격파’로 인해 이번 주 인제에서 개최되는 실업대회, 다음 주 같은 청양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초등학교탁구대회가 바로 취소(혹은 연기)됐다. 또 대한탁구협회(회장 유승민)가 주최하는 최대 규모의 대회인 전국남녀종별탁구선수권(김천)도 사실상 정상적으로 열리기 힘들게 됐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디비전리그 등 생활체육 탁구대회에도 여파가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심지어 “요즘은 탁구장에 운동하러 간다고 하면 마치 노래방에 가는 정도로 인식한다”는 한 동호인의 말처럼 생활체육 일선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스포츠보다 안전이 더 중요하니 당연지사라 할 수 있다.

# 코로나 사태 초창기, 사람이 모이는 속성을 가진 스포츠는 ‘지구촌 스포츠가 없는 날’이라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전면 휴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철저한 방역조치와 함께 무관중(혹은 관중축소) 등으로 제한적인 형태도 치러지고 있다. 탁구도 코로나가 주춤하던 2020년 여름과 세밑 나름 대회개최를 준비했다. 그런데 탁구대회가 열리려고만 하면 마치 코로나가 질투라도 하듯 사회적으로 확인자가 증가해 무산되곤 했다. 한두 번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열릴 예정이었던 2020년 부산세계선수권은 3번이나 연기를 하고도 최종적으로 취소됐다. 또 코로나 시대 1년 4개월 동안 대한탁구협회나 실업연맹이 주최하는 그 많은 탁구대회 중 단 하나도 열리지 못하고 있다(2021년 간신히 이벤트 대회 하나 개최). 그리고 이번에는 줄줄이 기획했던 대회들의 그 첫 번째에서 확진자까지 나왔고, 다시 대회 빙하기로 접어들게 된 것이다. 인과성이 없는 탁구와 코로나의 관계가 희한하게도 악연인 것이다. 역설적으로 탁구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면 코로나가 없는 세상을 의미한다. 하루빨리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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