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2024. 09. 20 (금)

뉴스속보 리스트

보기옵션 새로고침

뉴스속보 상세보기

[르포]“택시 24시간 총파업, 불편하지만”…‘출근 대란’은 없었다

기사입력

-일부 불편에도 대부분 시민 “출근 문제없어”
-실제 참가율은 낮아…서울시 “운행률 전날과 비슷”
-택시업계, 국회 앞 대규모 집회 진행

20일 오전, 서울역 앞 택시 승강장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택시업계는 24시간 동안 총파업에 돌입했지만, 시민들은 큰 불편없이 택시를 이용했다. [사진=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직장인들의 출근이 한창인 20일 오전 8시, 서울역 택시승강장에 도착한 직장인 박중부(37) 씨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평소 승객 대기 줄보다 택시 대기 줄이 더 길던 승강장이었는데, 오늘따라 택시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승강장에는 10여 명의 시민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평년보다 따뜻한 기온 덕에 추위 속에서 택시를 기다리지는 않았지만, 박 씨는 가뜩이나 급한 출근길에 더 조바심이 난다고 답했다. 그는 “전날 술을 마셔 오늘 택시를 타려고 했는데 회사에 늦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택시파업 소식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게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걱정은 금세 끝났다. 승강장에 택시가 속속 도착하며 앞서 기다리던 승객이 모두 떠났고, 박 씨도 뒤이어 도착하는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이날 박 씨가 실제로 택시를 기다린 시간은 4분 남짓이었다.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도입 저지를 주장하며 택시업계가 20일 총파업에 나섰다. 전국 규모의 파업에 대규모 상경집회까지 예고되면서 출근길 시민들이 일부 불편을 겪기도 했지만, 우려했던 ‘출근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날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등 전국 4대 택시 단체는 이날 오전 4시부터 24시간 동안 총파업에 나섰다.

택시업계가 총파업에 나서면서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은 불편을 겪었다. 서울역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던 이모(60ㆍ여) 씨는 “병원에 가야 하는데 택시가 잡히지 않는다”며 “콜택시 전화도 제대로 연결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는 시민도 많았다. 이날 경기 용인에서 출근을 위해 버스를 탔다는 직장인 정지운(33) 씨는 “오히려 택시가 없어 도로 사정이 나아진 것 같다”며 “총파업이라는 말과 달리 거리에서 택시도 자주 보인다”고 했다.

실제로 총파업에도 상당수의 택시는 정상영업을 하고 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파업이 시작된 오전 4시부터 6시까지 법인택시 운행률을 살펴보니 전날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며 “현재까지 택시 파업으로 인한 영향은 크게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출근길 대란은 없었지만, 택시업계가 대규모 집회를 오후에 예고하면서 서울시와 경찰은 퇴근길 교통 혼잡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택시 1만대를 동원해 국회를 둘러싸겠다고 예고한 택시업계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규모 집회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카풀 서비스 반대를 외치며 시작된 택시업계의 대규모 집회는 이번이 세 번째다. 집회 신고 인원만 3만명에 달한다. 강신표 전국택시노조연맹 위원장은 “카풀 도입을 막기 위한 모든 투쟁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죽기를 각오한 심정으로 총력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카풀을 둘러싼 택시업계와 카카오와 택시업계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10일에는 택시기사인 최모(57) 씨가 국회 앞에서 분신해 숨졌고, 택시업계는 비상대책회의까지 열어 서비스 철회까지 강력투쟁을 예고했다. 카카오는 이에 정식 서비스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지만, 지난 7일 시작된 시범 서비스는 계속하고 있어 ‘전면중단’을 요구하는 택시업계와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

osy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