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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9. 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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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산 뒤 1년은 판 외국인 내년 ‘사자’ 전환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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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국내 증시 6조5769억 순매도
환율도 우호적 환경 제공 못해



외국인 투자자가 올해 들어 국내 주식시장에서 3년 만에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국내 경기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데다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도 감소하고 있어 내년에도 외국인의 ‘귀환’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6조5769억원 순매도(19일 기준)했다. 외국인이 보유한 시가총액도 연초 636조원에서 519조원으로 18% 넘게 줄어들었다.

외국인이 ‘팔자’로 돌아선 것은 지난 2015년(순매도 3조9089억원) 이후 3년 만이다. 올해 순매도 액수도 3년 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증시가 폭락했던 지난 10월 한 달에만 4조6116억원을 팔아치우면서 순매도 규모를 크게 늘렸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외국인 지분율 감소도 두드러졌다. 셀트리온의 외국인 지분율은 연초 27%에서 19%로 줄어들었고, LG화학(40%→37%)과 POSCO(56%→51%), 만도(43%→25%)에도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집중됐다.

증권업계의 관심은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언제쯤 멎을 지에 쏠리고 있다. 지난 달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대형 반도체주를 사들이며 순매수로 돌아서자 증시 반등 가능성이 다시 제기됐지만 이달 들어 매도 공세가 재개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내년 실적 기대감이 갈수록 떨어지는 데다 경기와 환율도 우호적이지 않아 외국인의 귀환 가능성을 더욱 낮추고 있다고 말한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 국내 기업 이익 전망치의 하향 조정이 계속되고 있다”며 “현재 추세를 고려하면 내년 감익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기업 실적과 상관관계가 높은 수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전망이 줄을 잇고 있어 이러한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특히 국내 수출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업황을 둘러싸고 지속적으로 불확실성이 제기되면서 내년 전망치를 끌어내리고 있다. 환율 역시 외국인의 증시 복귀를 늦추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6조원 넘게 순매도한 외국인의 컴백여부가 중요한데 현재 1100원대 초반에서 움직이고 있는 원ㆍ달러 환율은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증시 하락에도 불구하고 환율에 민감한 외국인이 느끼는 국내증시의 매력도가 높지 않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기대했던 FOMC가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 달러화의 강세는 신흥국 통화의 상대적 약세로 이어지는데 이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며 “신흥국의 반등 가능성으로 제기됐던 가장 큰 논리가 적용되지 못하면서 단기적으로 하락 리스크가 높아진 것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김현일 기자/joz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