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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폭로] ‘공무상 비밀누설’ 처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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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신재민 폭로내용 허위’라면서 비밀 누설로 고발
-허위사실 아니고 기밀 유지 필요성 모두 인정돼야 처벌 가능
-“청와대 요청을 비밀로 하는 게 더 이상한 일” 지적도 

[사진=연합뉴스]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청와대의 KT&G 사장교체 압력 등을 폭로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검찰에 고발당하면서 실제 처벌이 가능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법조계에서는 혐의 성립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2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신 전 사무관을 검찰에 고발했다. 형법 제127조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면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는 폭로한 내용이 ‘비밀’이어야 인정된다. 여기서 비밀은 사실을 말하고, 풍문이나 허위정보는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기재부는 신 전 사무관이 제기한 사장교체나 적자 국채 발행 압력 의혹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기재부 스스로 범죄 요건을 부인하는 상황이어서 고발장에 기재한 혐의를 잘못 선택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기재부가 그동안 계속 거짓이라고 말했는데 직무상 비밀누설이라고 하면 신 사무관 이야기가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혹이 실제로 밝혀진다 하더라도, 그 사실이 ‘비밀’로 설정돼 있지 않으면 처벌이 불가능하다. 모든 비밀 누설 행위가 처벌되는 것도 아니다. 대법원은 2003년 판결을 통해 “객관적, 일반적인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이라는 요건을 요구했다. 김 변호사는 “지금 신 사무관이 공개한 게 딱히 보호할 만한 가치는 정보였냐, 이 부분이 먼저 해명이 돼야 한다”면서 “지금 단계에서 비밀 누설죄를 논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신 전 사무관의 공개로 기재부의 기능이 구체적으로 마비되거나 훼손되는 것은 없다”며 “(기재부는) 단지 신 전 사무관의 주장이 허위임을 다투고 싶은 것 뿐이고,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하면 욕먹으니까 공무상 비밀누설죄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청와대가 기재부 국채발행에 대해 어떤 요청을 했다면 그 내용이 무엇이든지간에 그 요청을 비밀로 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라며 “열린정부를 지향하는 입장에서는 이와같은 행정적 판단의 이유와 과정은 더많이 공개될수록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munja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