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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9. 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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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경험한적 없는 대기시간"...사전투표율 34.7% 역대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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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위치한 한 사전투표소. 방역복을 입은 투표소 직원들이 시민들을 안내하고 있다. [독자제공]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나갈 때까지 비닐장갑 벗으면 안 돼요."

열 체크를 하고, 신분증을 내고, 손 세정제를 바르고, 그 위에 비닐장갑을 꼈다. 그 뒤에야 투표용지를 받을 수 있었다. 투표소 직원은 "각자 방역과 안전에 유의해달라"고 연신 당부했다.

통과 절차를 마치고, 이제 선택의 순간이 왔다. 투표. 그전에는 내가 사용할 기표함도 골라야 했다. 나란히 놓인 세 개의 기표함 중에서 앞선 두 사람이 이용하지 않은 가운데 기표함을 선택했다.

20대 대선 사전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5일 서울의 한 사전투표소를 찾았다. 투표소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도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오후 4시께 현장을 찾은 기자는 이날 투표소 앞에서 약 30분을 기다렸다. 이전에 해봤던 사전투표에선 경험해본 적 없는 대기시간이었다.

송파구에 위치한 한 투표소의 5일 오후시간 모습. 인도까지 투표를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섰다.

투표소 밖 인도까지 사전투표를 하기 위한 대기줄이 늘어졌다. 일부 투표소는 투표소 밖 줄이 길어져 인도에 두 줄 가까이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휠체어를 타고 나온 노인부터, 2030 젊은층까지 많은 이들로 투표소는 북적였다.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구에서 투표하는 경우에는 투표에 오랜시간이, 다른 구에서 사전투표할 경우에는 비교적 빠른 시간에 투표를 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역대급 사전투표 열기를 보여주고 있다. 사전투표 이틀째인 5일 오후 5시, 사전투표율은 34.7%로 같은 시간 24.3%였던 19대 대선, 24.9%였던 21대 총선 사전 투표율을 크게 웃돌았다. 역대 가장 높았던 사전투표율은 21대 총선 당시 최동 사전투표율 26.69%. 오후 5시 투표율이 벌써 이 상위하는 수준이었다.

사전투표율 최종치는 40%에 육박할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투표율이 낮을 것이란 우려가 아직은 적용되지 않는 모습이다.

시민들이 사전투표에 참여한 이유는 각자 다양했다.

우선 평일엔 사람이 몰리리라 생각해 미리 투표소를 찾았다고 이야기한 경우가 많았다. 예비아빠 심모(36) 씨는 "당일 되면 많은 사람이 투표하러 나올 것 같아, 만삭인 아내와 함께 투표장에 미리 나왔다"면서 "곧태어날 아기를 위한 지도자를 뽑는단 생각으로 투표에 임했다"고 했다. 이술희(50) 씨도 "사전투표를 하느라 1시간 정도 줄을 서서 기다렸지만, 미리 해두니까 홀가분하다"라면서 "미리 투표하면 더욱 편안한 느낌"이라고 했다.

평일에 하는 '당일 투표'보다는 주말께 하는 '사전투표'가 더 편하다는 생각도 있었다. 홍대 인근 투표장에서 만난 직장인 이모(33) 씨는 "미리 투표를 해놓고 투표 당일에는 조금 쉬어볼 생각"이라면서 "주말에 투표를 해두면, 평일 가운데 있는 투표일을 온전히 휴일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예상못한 투표열기에 투표를 하지 못하고 당일 투표를 기약한 경우도 있었다. 수험생활을 하는 최모(32) 씨는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며, 투표할 엄두도 못냈다"면서 "어차피 투표하는 날이 따로 있기 때문에 그날 하겠다는 마음" 이라고 했다. 직장인 문모(59) 씨도 "집근처 10분 거리 투표소를 갔다가, 무서워서 그냥 집에 왔다"면서 "기다리기도 싫고 코로나19에 걸릴까 봐 두려웠다"고 했다.

이날 오후 5시, 각 투표소에는 코로나19 확진자들을 위한 공간이 마련됐다. 확진자들은 대부분 야외 등 별도의 공간에 따로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쳤다.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서울역에 설치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