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장병선생님 90명...“선한목적 함께 해”
길 위의 교회 야학 봉사 미군 장병들과 아이들 |
길 위의 교회 야학 모습 |
“젊은 세대들이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작은 꿈들을 공유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동맹이라고 생각합니다”
경기도 평택 미군부대 옆에서 6년 동안 야학을 운영하며 목회활동을 펼치고 있는 정용준 ‘길위의교회’ 목사는 한미동맹의 개념을 한 차원 더 확장시켰다.
정 목사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군사동맹으로 시작한 한미동맹을 70년 동안 이어온 근간에는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방위를 위해 만난 젊은이들이 사회적 존재로서의 만남을 통해 서로 가치관을 교류하고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위해 선한 일을 함으로써 서로의 존재 목적을 확인하는 새로운 동맹의 개념을 꿈꾼다”고 밝혔다.
정 목사는 지난 2017년부터 야학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공부방이 아니라 야학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단순하게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라 꿈을 공유하고 키워나가기 때문이란다.
길위의교회는 야학과 교회를 겸하는 공간으로 ‘깡통교회’라고도 불린다. 오래된 수출용 컨테이너를 구입해 직접 만들었다. 처음 시작했던 지하실에서 유해물질이 나와 아이들 건강에 좋지 않겠다는 생각 끝에 마련한 방책이다.
컨테이너는 본인이 모은 돈과 주한 미8군 군악대 소대장이었던 펄스 중사가 차를 팔아 마련한 돈을 합해 구입했다. 필스 중사는 한국에 복무하는 2년 동안 매주 야학을 찾아와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쳤다. 현재 깡통교회에서는 16명의 아이들과 26명의 선생님들이 함께 지낸다.
평일 저녁 군인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지도한다. 매주 준비하는 식사만 100인분. 아이들에게 돈 한 푼 받지 않지만 지난 6년 동안 쌀이 떨어진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렇다고 어딘가에 쌀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 적도 없다. 마이어 상사는 쌀을 가져다주고, 미군에서 29년 복무하고 제대한 매리엔은 매주 2~3차례 쿠키를 구워오는 식이다. 나머지 부식은 정 목사가 미군부대에서 오전에 일을 해 버는 돈으로 충당한다.
매 순간 기적과도 같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미군과 카투사 병사 90여 명이 이곳에서 선생님 역할을 하고 제대했다. 깡통교회에서 ‘한미연합 야학’이 꽃피운 것이다. 정 목사는 지난 6년 동안 수많은 미군과 한국군 젊은이들이 한 순간도 끊이지 않고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동맹이라는 강요가 아니라 선한 목적을 위해 함께하는 또 다른 동맹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정 목사 본인도 카투사로 군복무를 마쳤다. 그는 “제가 복무할 때는 미군들이 한국의 젊은 군인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쳐 주려고 했지만 이제는 한국의 문화와 가치관을 배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특히 6·25전쟁 참전용사인 자신의 아버지의 경험을 언급한 뒤 “미국의 젊은 군인들이 한국의 문화에 열광하는 것을 과연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느냐”며 “앞으로 70년은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다른 세대가 만나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자신에게 없는 것을 배워가는 새로운 유대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강조했다. 오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