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가 21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히로시마)=박상현 기자, 최은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지난 21일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났다. 회담에 앞서서는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참배했다. 지난 7일 기시다 총리의 방한으로 열린 정상회담 후 2주 만에 한 테이블에 만나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미일 간 긴밀한 공조를 더욱 굳건히 해나가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21일 오전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국제회의장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에 따르면 양 정상은 3월 윤 대통령의 방일과 지난 7일 기시다 총리의 방한에 이어 다시 정상회담을 하는 등 지난 두 달여 기간 동안 세 차례에 이르는 활발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음을 환영했다. 기시다 총리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과는 두 달 사이에 세 번째 회담이며, 우리 두 정상 사이에 이러한 관계 진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외교, 안보 분야는 물론 경제, 산업, 과학기술, 문화예술, 인적 교류 등 제반 분야에서 양국 관계가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앞으로도 각급에서 긴밀하게 협력하며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 나가자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관계와 관련, 한국-히로시마를 포함한 직항로의 재개,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의 원활한 운영, 공급망과 첨단기술 협력 진전을 제기했다. 대통령실은 회담 결과에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윤 대통령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지난 방한 시 기시다 총리께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가혹한 환경에서 고통스럽고 슬픈 경험을 한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씀하신 것은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며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신 총리님의 용기와 결단이 매우 소중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 정상은 법에 의한 지배에 기반한 자유롭고 열린 국제질서를 강조하고, 자유를 중시하는 많은 나라들이 서로 뜻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또한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한일 양국이 상호 연대와 협력을 통해 다양한 글로벌 어젠다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양 정상이 “기회가 닿는 대로 앞으로도 정상 간 셔틀외교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이 대변인은 전했다.

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

한일 정상은 회담에 앞서 히로시마 평화 기념 공원을 함께 찾아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공동 참배했다. 한일 정상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공동 참배하는 것은 최초로, 한국 대통령의 위령비 참배도 처음이다. 일본 총리 중에는 오부치 게이조(小渕恵三)가 1999년에 참배했다. 김건희 여사와 기시다 유코 여사도 자리했으며, 10명의 한국인 원폭 피해 동포들도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오늘 우리가 함께 참배한 것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에 대해 추모의 뜻을 전함과 동시에, 평화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우리 총리님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고, 기시다 총리는 “한일 양국의 평화와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히로시마 한 호텔의 프레스센터에서 취재진과 만나 “그동안 한일 양국이 과거사를 해결하기 위해 말 위주로 해왔다면, 이제 두 정상이 행동한 것”이라며 과거사 문제에 대해 “윤석열 정부 들어서고 기시다 정부가 노력해서 미래지향적으로, 실천적으로, 속도를 내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는 양국이 다 갖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전망은 낙관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