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30일 한미동맹 미래 평화 콘퍼런스에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중인 종전선언에 대해 “종전선언만 갖고 될 일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문재인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종전선언에 대해 북한에게 유엔군사령부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 빌미를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 전 총장은 30일 한미동맹재단과 주한미군전우회가 개최한 ‘한미동맹 미래평화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문재인 정부는 임기말 종전선언을 위해 물밑에서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안보태세를 이완시키고 북한에 유엔사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까지 주장하게 될 빌미를 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북한과 얼마나 많은 합의를 해왔느냐. 수많은 합의 중 의미 있게 지켜지고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며 “종전선언만 갖고 될 일이 아니다”고 거듭 비판했다.

반 전 총장은 종전선언에 앞서 대북제재 체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북핵문제 해결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이와 관련 “북핵문제가 해결되면 남북 간 의미 있는 합의가 이뤄지고 지켜지게 될 것”이라면서 현 단계에서는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유지하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의 참여를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국내적으로는 안보를 지키는데 중국이나 북한의 선의에 기대려는 안일한 태도를 보일 때가 많다”며 “북한을 좋은 마음으로 대한다고 해서 똑같이 그들이 좋은 마음으로 우리를 대할 것으로 기대하면 위험해진다”고 경계하기도 했다.

아울러 반 전 총장은 한미동맹에 대한 우려도 표시했다.

그는 “유럽이나 일본과 달리 한국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미국과의 관계가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며 “미국인들이 한국을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다음 정부에서 어떻게 될 것이냐 생각하게 되는 건 인지상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 성격에 따라 대북관계를 한미동맹보다 더 중시하는 인상을 준 적도 있다”며 “이렇게 혼란스러운 한미동맹에 대한 정부 정책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우리의 힘을 기르고 한미동맹을 강고히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안보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이 자리에는 서욱 국방부 장관도 함께했다.

결국 반 전 총장이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 구상 핵심 유관부서인 국방부 장관을 앞에 두고 종전선언과 한미동맹의 현주소를 비판한 셈이다.

서 장관은 콘퍼런스 축사에서 한미동맹과 관련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모범적인 동맹”이라면서 “70년 가까운 세월을 함께 해오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양국의 발전에 핵심적 역할을 다해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오늘날 한미동맹은 안보를 넘어 경제·기술·보건 등 전 분야에 걸쳐 협력하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해왔다”며 “한미동맹은 지금 상호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위대한 동맹’으로 진화·발전하면서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양국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새로운 연합방위체제 구축을 통해 한미동맹의 더 높은 도약을 준비하면서 확고한 연합방위태세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이러한 모든 노력은 미래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계속해서 “한미는 7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수많은 현안을 지혜롭게 해결하며 강한 동맹을 만들어왔다”면서 “앞으로도 굳건한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한 차원 높은 ‘위대한 한미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서 장관은 축사에서 종전선언과 관련해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