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북한군 인권실태조사 발표…식량문제에 공개처형 목격까지
군인권센터, ‘북힌서 군복무 경험’ 30명 대상 심층면접
“절반 이상 한 번도 휴가 경험 없어”
‘대대는 대대적으로, 소대는 소소하게 떼어먹어’ 풍자도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북한 군인권 실태조사 발표 토론회에서 연구책임자 이기찬 사회인류학 독립연구자가 발제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 경제=신주희 기자] #1. 북한에서 2004년부터 2013년까지 황해북도 육군 보병으로 근무한 A씨는 고난의 행군 시기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식량 사정이 안정되기 시작한 기간에도 영양실조로 인한 사망자를 목격했다. A씨가 목격한 죽음만 해도 다섯 명이 넘는다. 영양실조에 걸린 병사들은 군의소(북한에서 군대 의료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에 입원하지만 결국 손을 쓰지도 못하고 죽음에 이르는 군인들도 많다고 증언했다.

#2. 탈북민 B씨는 북한에서 부대 내의 군수품 착복, 횡령을 자주 목격했다. 같은 고향 사람인 후방부대 대대장을 따라 물자를 접수하러 가면 받아 온 된장 드럼통 5~6개 중 하나는 사라지고 식량 배급으로 내려온 쌀 역시도 일부 장마당에 팔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이히 센터)는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북한 군인권 실태조사’ 토론회를 개최하고 북한 군인들의 인권침해 실태를 고발했다. 연구는 2019년 7월부터 2020년 6월까지 국내에 입국한 탈북민 중 군 복무 경험이 있는 30명(남 23명·여 7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하는 방식으로 조사됐다.

3일 센터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유시간 보장, 식량권, 공개처형 등으로 인한 생명권 침해 등의 측면에서 북한군의 인권 침해가 확인됐다.

응답자 30명 중 8명(26.7%)은 군 복무 기간에 공개 처형을 직접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 공개처형 일시가 특정된 7건 중 처형이 집행된 시기는 ▷1990년대 3건 ▷2000년대 3건 ▷2010년대 1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군 내 사망사고로 인한 죽음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90%에 해당하는 27명이 사망사고를 직접 목격하거나 소속된 단위 부대에서 사망사고가 있었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으로는 ▷작업 중 사고(16건) ▷안전사고(11건) ▷훈련 중 사고(8건) ▷구타·가혹 행위, 싸움 관련(8건) 순이었다.

부대 내 가혹행위와 성폭력도 만연해 있었다. 조사 대상 30명 중 29명이 구타를 경험했다고 증언했고 이들 중 80%(24명)은 음성적이고 일상적으로 구타와 가혹행위가 일어나고 있다고 답했다.

여자 병사를 상대로 상급자인 남자 장교의 성폭력 문제도 보고됐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북한 사회의 가부장적 문화와 군 위계질서 등으로 은폐됐다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경우 임신 중절 등을 강요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군은 휴가와 월급 등의 기본적인 권리 역시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다. 북한군은 담배 한 갑 정도에 그치는 월급을 받아 병사끼리 돈을 모아 생필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군은 10년, 여군은 7년 이라는 군복무 기간 동안 응답자 절반 이상이 한 번도 휴가를 다녀오지 못하며, 정기휴가를 경험한 응답자는 1명, 특별휴가를 다녀온 응답자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군에서는 ‘물자휴가’ 등 비공식적인 휴가가 일반적인 형태의 휴가로 자리잡았다. 부대 운영에 필요한 물자를 구해오거나 간부의 출장에 동행하는 대신 뇌물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휴가를 다녀오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이 외에도 부정부패로 인한 식량 착복과 식량난으로 인한 병사들의 영양실조도 보고됐다. ‘대대는 대대적으로 떼먹고, 중대는 중간에서 떼먹고, 소대는 소소하게 떼어먹는다’는 응답자들의 증언에서 확인됐다.

이기찬 사회인류학 독립연구자는 “북한 군대의 인권 문제의 근본적이고 결정적인 원인은 크게 두 가지”라며 “첫째는 장기화된 경제난과 식량난에도 정부와 군이 대규모 병력을 운영하는 것, 둘째는 병(兵)의 복무 기간이 어느 나라에 비교해도 너무 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서보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북한군의 인권 실태 개선을 위한 출발선을 ‘유엔 피구금자 처우에 관한 최저기준규칙’(넬슨 만델라 규칙)에 둬야 한다”며 “보편적 인권 기준에서 북한군의 인권 실태가 피구금자의 인권 실태와 비슷한 환경에 놓여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jooh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