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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밸류업 편승 행동주의 펀드들, 기업 성장동력 훼손 안돼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불리는 한국 증시의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기업 밸류업(가치 상승) 정책은 국민의 자산형성 기회 제공이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하지만 단기 주가 부양에 연연하다 기업의 미래 투자 재원을 고갈시키는 부작용은 경계해야 한다. 요즘 행동주의 펀드들의 상장사에 대한 공세를 보면 이런 우려가 현실화할까 걱정스럽다.

대표적인 것이 삼성물산에 대한 과도한 요구다. 영국계 자산운용사 시티 오브 런던 등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 5곳이 연합해 삼성물산에 “주당 배당액을 2550원이 아니라 4500원으로 늘리고, 내년까지 자사주를 5000억원어치 매입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들이 요구하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액은 총 1조2364억원으로, 삼성물산 잉여 현금 흐름을 100% 초과한다.

삼성물산은 올 초 보통주 주당 2550원의 배당을 하기로 결정했다. 전년 대비 10.9% 증가한 금액으로 잉여 현금 흐름의 49%에 해당한다. 또 지난해 발표한 ‘자사주 전량 소각’ 방침을 이행하기 위해 올해부터 3년간 매년 3분의 1(780만주)씩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15일 밝혔다. 보유하고 있는 우선주 16만주는 올해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자사주 소각 금액만 총 1조원 이상이다. 그런데 행동주의 펀드들은 추가 배당 여력이 있으니 주당 배당액을 4500원으로 늘리고, 자사주를 5000억원어치 추가로 매입해 주가 부양에 나서라고 요구한 것이다. 삼성물산이 한 달 뒤로 잡힌 정기주총에서 “미래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행동주의 펀드의 제안을 반대해 달라”며 주주들에게 읍소한 이유다.

삼성물산(5개 펀드 지분율 1.46%)에서 보듯 다수 펀드들이 적은 지분으로 주주제안의 최소 요건인 1% 이상을 확보해 연합전선을 펴는 사례는 한국에 유독 많다. KT&G·삼양그룹·현대엘리베이터·7대 금융지주 등이 “주주 환원을 늘리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마치 늑대들이 무리 지어 먹잇감을 공격하는 모습을 연상케 하는 울프팩(wolf pack)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이달 발표될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행동주의 펀드들의 상장사 공세를 더 가속화할 것이다.

기업들은 그동안 주가 저평가 원인으로 지목된 소극적인 배당과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기업의 장기 성장 경쟁력까지 훼손하면서까지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성 행동주의 펀드들의 무리한 요구는 구분해야 한다. 증시활력과 주주들의 권익 수호라는 행동주의 펀드의 순기능은 살리되 단기 시세차익 후 ‘먹튀’로 기업의 성장성을 갉아먹는 역기능에 대한 제동장치를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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