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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이담, “‘정신병원’시즌2 했으면…들레가 크루즈선 타고 돌아왔을때 여환은 어떻게 대할까”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명신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근무를 처음 하게 된 간호사 다은(박보영)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그려 호평받고 있다.

여기서 배우 이이담(27)은 어른스럽고 현실적인 면모를 지닌 정신건강의학과 간호사 민들레 역을 맡아 좋은 연기를 선보였다.

“시청자 시각에서 보니, 들레의 생각과 고집이 가장 많이 담겨 있었고, 감독님의 연출법으로 잘 녹아있는 것 같다. 다행히 시청자의 반응이 좋고, 의료진들도 좋은 리뷰를 올리고 있어 기분이 좋다.”

민들레는 원작에는 없는 캐릭터인데, 정다은 간호사와 대비시키기 위해 새로 만들어졌다. 정다은 간호사(박보영)가 타인을 너무 배려하지만, 일할 때에는 칭찬을 못받는 사람이고, 민들레는 차기 수쌤으로 촉망받을 정도로 일은 잘하는데, 간호사가 자신의 길인지 확신이 없다.

“들레라는 정신병동 간호사의 캐릭터를 파악하기 위해 E북의 정신과 의사 책들을 읽어보고, 강남성모병원에서 의사가 환자와 대화하는 모습을 참관했다. 들레는 FM으로 일하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캐릭터다. 다은에 비해 환자에게 건조하게 대하지만 일은 잘한다. 반면 들레는 환자를 대할 때 일을 잘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감정 표현에 서툴다.”

게다가 민들레는 간호사로 일하면서 벌어놓은 돈을 엄마가 모두 가져가 써버리면서 신용불량자가 될 위기에 처해있다. 이이담은 “들레가 엄마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처음부터 이해한 것은 아니다. 나의 실제 상황과는 너무 다르지만, 이보다 더한 가족관계가 뉴스에 나오기도 한다. 딸이 번 돈을 도박하기 위해 가져가버리고 딸에게 가스라이팅도 하는 엄마 이야기는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극중 민들레는 유능한 금수저 의사 황여환(장률)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힘든 상황때문에 여환의 프러포즈를 수락하지 못하다가 결국 여환 선배의 진심을 알고 연애를 시작한다.

“여환의 의사 집안 설정에 별로 포커스를 주지 않았다. 들레의 감정선에 더 중심을 두었다. 여환 선배를 밀어낸 것도 저의 환경 때문이었다. 여환-들레의 케미가 무겁고 마음 아플 수 있는데도 알콩, 투닥, 꽁냥 하면서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역할도 한 것 같다.”

민들레는 연애할 여유가 없었다. 돈에 대한 스트레스를 무시할 수 없다. 이이담은 “나와는 너무 다른 상황이긴 하다. 실제라면 여환이 의사로서도 멋있고, 나의 밑바닥을 봤음에도 마음이 달라지지 않은 걸 보면, 연애하고 싶은 생각이 많이 날 듯하다”고 말했다.

이이담은 이번 드라마에서 많은 선배 배우들을 만나 배울 수 있었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배우로서의 성장에 좋은 시간이었다. 이이담은 “현장 태도를 배웠다. 그 전에는 모르는 것은 감독에게 여줘보지 못했다. 내가 준비를 못해온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드라마는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질문이 나쁜 게 아니라는 걸 느꼈다. 현장 분위기가 좋아 대화가 더 잘 이뤄졌다”고 전했다. 특히 박보영과 장률과의 연기 호흡은 소중한 시간이었다.

“항상 박보영 선배가 함께 대사도 해주시고 편안하게 다가오신다. 천사는 아니라 해도 ‘해피 바이러스’ ‘좋은 에너지’임은 틀림없다. 보영 선배가 나오는 영화 ‘늑대소년’에서 보영언니가 ‘가, 오지마’ 하는 신을 엉엉 울며 봤다. 그 뒤부터 보영 선배 작품은 다봤다. 보영 선배와의 작업은 영광이었다. 저는 팬심이다.”

이어 “장률 선배님의 전작은 카리스마가 있는 역할이라 저도 모르게 선배님의 이미지를 예상하고, 짐작하기도 했는데, 실제로는 부드럽고 섬세하셨다. 심적으로 의지도 많이 했다. 여환-들레로 많이 소통되고, 현장에서도 좋았다”고 전했다.

수쌤을 연기한 이정은 선배의 존재감도 이이담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선배로서도 듬직하고, 말은 별로 하지 않았지만 작은 신 안에서도 묵직함을 보여주는 연기를 볼 수 있었다.

이이담은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에피소드들이 공감이 가면서 무엇보다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드라마로 더 잘 표현되었다는 말이다. 송효신(이정은) 수간호사는 조현병 환자 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데, 아파트 주민들이 동의 해주지 않자 이사하는데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었다.

“마지막에는 더욱 먹먹했다. 마지막은 송효신(이정은) 수쌤 가족의 시선으로 나오더라. 이 에피소드를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정신질환자에게 어떻게 대했는지, 상처되는 행동을 하지는 않았는지 자가 점검을 해봤다. 수쌤 말중 가슴이 아팠던 것은 “가족까지 작아진”다는 말, 그래서 수쌤이 다은에게 “쪼그라들지 말라. 그러면 함부로 해도 되는 줄 안다”고 했던 말의 울림이 더 커졌다.”

이이담은 “정신질환의 문턱이 좀 더 낮아졌으면 좋겠다. 그런 점에서 이번 드라마의 의미가 클 것이다”고 했다. 여환-들레의 러브라인에 대해서도 “우리 케미가 튈 거라고 생각안한다. 러브라인이라기보다는 들레의 성장이 포인트다. 이재규 감독님의 밸런스 감각이 좋았다. 삼각관계가 존재하는 다은(박보영)-고윤(연우진)-유찬(장동윤)에도 유찬의 성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민들레는 차기 수쌤이라고 할 정도로 병원에서 인정받았음에도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크루즈선의 공연팀원으로 직업을 바꾼다. 쉽지 않은 설정이다. 유람선을 타면 무려 1년이라는 기간 동안 여환을 볼 수 없다.

“들레와 여환 관계는 쉽지 않았다. 들레가 여환을 밀어내는 과정이 길었다. 하지만 여환은 들레가 우물안 개구리로 살았던 걸 바꿔주는 등 보통 남녀 차원과는 다르다. 그런 걸 알고 1년이지만, 여환은 ‘다녀와라’고 응원해줬고 들레도 ‘고맙게 다녀오겠다’고 한 게 아닐까.”

이어 “여환은 다시 만나기 힘든 귀인이자 내 인생의 빛을 밝혀준 존재다. 그런데 1년 동안 배를 타며 떨어져야 한다는 사실에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다”면서 “크루즈선을 타는 것은 새로운 환경, 그런 의미에서 최고의 결말이긴 하지만 실제 나라면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이이담은 시즌2를 꼭 하고싶다고 했다. 그는 “중반부부터 배우들끼리 시즌2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들레가 크루즈 선을 타고 돌아왔을때, 들레의 만족도는 어느 정도이며, 또 여환이 들레를 어떻게 대해줄지 등이 궁금하다”고 했다.

이이담은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오디션을 볼때 쪽대본으로 이재규 감독을 만났다. 대본 읽기 외에도 어떻게 살아온지에 대한 대화가 있는 오디션이었다. 이이담 자신도 전체 대본에서 민들레가 고민하고 성장하는 게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2017년 데뷔한 이이담은 지난 5년간 연기하면서 이번 드라마로 가장 많은 성장을 이뤘다고 했다. 현장에서 솔직해질 수 있는 걸 배웠다는 게 가장 값진 경험이라고 했다.

이이담의 차기작은 tvN·티빙 새 드라마 시리즈 ‘원경(元敬)’이다. 후궁역을 맡은 이번 사극에서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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