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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여성을 권력자로 만든 설정 통쾌”
JTBC ‘힘쎈여자 강남순’서 황금주役
이유미·김해숙과 마약퇴치 고군분투
“괴력을 가진 인물 연기에 카타르시스”
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은 최고 시청률 9.76%를 기록할 정도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에 공개된 이후엔 전설적인 모델이자 배우인 나오미 캠벨이 SNS를 통해 재밌게 보고 있다고 전해 화제가 됐다.

“억압받는 약자로서의 여성을 비틀어 권력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만든 설정이 통쾌했습니다. 주체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한 챕터를 지나온 것 같아요.”

‘로코의 여왕’ 김정은(49)이 3년 만에 돌아왔다. JTBC 토일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에서 강남순의 엄마 황금주 역을 통해서다. ‘힘쎈여자 강남순’은 김정은이 맡은 황금주를 비롯해 강남순(이유미 분), 길중간(김해숙 분) 등 선천적으로 괴력을 타고난 3대 모녀가 신종 마약범죄의 실체를 파헤치는 코믹범죄극이다.

드라마 종영을 2회 앞두고 헤럴드경제와 만난 김정은은 “왕을 많이 연기하면 촬영장에서 왕처럼 행동한다고 하던데, 제가 괴력을 가진 인물을 연기하니까 촬영장에서 뭔가가 해소되는 느낌”이라고 촬영 소감을 전했다.

그는 “황금주가 어렸을 때 구구단을 못 외우자 엄마가 대학 가지 말고 종자돈을 주면서 불려보라고 한다. 그게 대박이 났다”며 “황금주는 머리는 나쁘지만 정의로운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황금주는 졸부이지만, 그 돈으로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 한다”며 “자기 방식대로 세상에 은혜를 갚는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황금주는 극중에서 잃어버린 딸을 찾기 위해 매년 상금 10억원을 걸고 ‘힘쎈 여자 선발대회’를 열고, 딸을 도와준 거지에게 고맙다며 돈을 2억원씩 준다. 돈을 쓰는 단위가 일반인과 다르다. 김정은이 가장 마음에 드는 대사도 “그래 돈은 이렇게 써야지”라고 꼽을 정도다.

김정은이 꼽는 황금주 캐릭터의 가장 큰 매력은 남자 위에 군림하지만, 엄마에게는 꼼짝 못하고 잃어버린 딸을 찾기 위해선 무슨 일이든 하는 모성애가 넘치는 이중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는 “억압 받는 약자로서의 여성을 비틀어 권력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만든 설정이 통쾌하다”며 “이런 게 백미경 작가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극중 인상에 남는 장면은 김정은이 마약 사범을 잡으려 나갈 때 배트맨처럼 몸에 딱 붙는 검은 가죽 옷을 입고 오토바이를 타고 나가는 장면이다. 허리를 S자로 꺾어 폼이 제법 멋있다. 김정은은 “그렇게 (오토바이를) 타면 다친다”며 “디지털까지 대역 배우가 총 3명인데, 이 분들께 허리를 조금 꺾어 달라고 과한 부탁을 했었다”고 털어놨다.

드라마 후반부에서 황금주와 강남순은 물에 흡수되는 신종 마약(CTA4885)을 만들고 유통하는 국제조직을 소탕하기 위한 작전에 본격 돌입한다. 김정은은 “드라마가 4월 촬영을 마쳤는데, 그 때만 해도 마약 뉴스가 요즘 같지 않았다”며 “작가가 작두를 탄 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라며 웃었다.

이 드라마는 시종 코미디 분위기를 유지한다. 코미디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김정은도 사실 코미디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코미디는 선을 넘으면 이상하고, (웃음 코드에) 도달하지 못하면 재미가 없다”며 “김정식 감독이 수위를 잘 조절하고, 균형도 잡아준다”고 말했다.

매회 화제가 됐던 그의 의상에 대해선 “의상과 메이크업을 원 없이 해보고 있다. 딸인 이유미보다 더 화려하고 젊게 옷을 입는다”라며 “투머치라고 생각되지만 모성애만 믿고 간다”고 말했다.

황금주의 고군분투 덕에 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은 최고 시청률 9.76%를 기록할 정도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에 공개된 이후엔 전설적인 모델이자 배우인 나오미 캠벨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재밌게 보고 있다고 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정은은 “마이클 잭슨 뮤비에 나온 배우가 우리 드라마를 즐겨보고 있다고 하니 신기했다”며 “물론 나오미 씨에게 SNS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요즘 쇼츠 등 숏폼 영상물에도 김정은 짤이 많아 즐겁다”고 전했다.

사실 황금주 캐릭터는 그간 김정은이 맡아왔던 ‘캔디형’ 캐릭터과 결이 다르다. 그는 로맨틱 코미디의 원조 격인 ‘파리의 연인’(2004)을 비롯해 수많은 로코에 출연하며 인기를 끌었다. 그는 당시에 캔디형 캐릭터가 사랑스럽긴 했지만, 점점 한계가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김정은은 “ ‘파리의 연인’에서 연기했던 강태영은 한 게 없다. 박신양이 다 해결해줬다”며 “시간이 지나니, 이게 뭐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가 2020년 드라마 ‘나의 위험한 아내’ 이후 작품 활동이 뜸했던 이유도 “나에게 계속 러블리(한 캐릭터)를 요구하는데, 정작 내 자신은 연기하면서 신나지 않았다. 그 때부터 과도기였던 셈”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하지만 “(황금주를 연기한 지금) 이제 한 챕터를 넘긴 듯 하다”며 “좋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을 보면서 피가 끓는 느낌이 과거 그대로였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25년 간 연기를 했지만, 현장에서 후배에게 조언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감독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현장에서 무서운 감독이 많았다. 윽박지르는데 어떻게 좋은 연기가 나오나”며 “연기는 여유로워야 집중할 수 있다. 내가 후배를 편하게 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요즘 ‘무빙’ ‘경이로운 소문’ 등 초능력이 트렌드다. 결핍과 욕구는 서로 비슷한 것 같다”며 “ ‘힘쎈여자 강남순’도 마블처럼 브랜드화하고, 스핀오프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백미경 작가의 한국형 히어로와 그 안에 존재하는 B급 코미디, 그리고 가족이라는 무기가 있다면 충분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서병기 선임기자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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