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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갑진년 새해가 두렵다

여의도 자본시장에서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투자를 진행하는 증권사 투자은행(IB)의 한 본부장, 코스닥 상장기업 대주주와 저녁자리가 얼마 전 있었다. 경제지 데스크인 필자까지 3명의 경제인이 모인 자리인 만큼 화두 대부분이 그야말로 ‘돈’이었다. 현재의 경제상황, 정부의 경제정책, 내년에 대한 경제전망 등의 이야기가 술잔을 오가며 이어졌다. 평소 친밀한 사이인 만큼 모임 분위기는 훈훈했지만 대화 분위기는 결코 밝지 않았다. 공통된 진단은 내년의 경제상황이 결코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점이었다.

사실 연초만 해도 올해의 경기 진단에 대한 대세는 상저하고(上低下高)였다. 상반기만 버티면 하반기에 침체의 그늘에서 벗어날 것이란 기대가 가득했다. 하지만 아침출근길 매서운 찬바람이 한 해의 끝자락을 알리는 지금, 이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정점을 찍은 금리가, 리세션(경기침체)의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엔 내려올 수밖에 없을 것이란 시장의 기대가 꺾인 탓이다. 양적 완화와 제로금리 시대는 당분간은 다시 마주할 일이 없을 것 같다. 어쩌면 다시는 못 볼 수도 있다. 고금리는 특히 건설산업과 부동산경기에 치명적이다. 이미 시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40조원의 특례보금자리론 정책대출이 종료되고, 시장금리가 뛰자 매수세가 눈에 띄게 줄었다. 거래량이 줄고 있고 호가도 다시 내려오고 있다. 전고점의 90%대까지 회복하던 강남권 주택시장마저도 추격매수세가 확연히 감소했다. 일선 공인중개사무소에는 문의전화가 뚝 끊겼다고 냉랭한 분위기를 전한다.

집값과 더불어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내년 한국 경제를 좌우할 시한폭탄이다. 뜀박질하는 금리에 PF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PF대출의 부실이 위험 수위에 달해 있다는 게 업계의 공공연한 평가다. EOD(기한이익상실·대출 만기 전 자금 회수 요구)를 미뤄두고 있을 뿐 곧 터질 부실 사업장이 즐비하다는 걸 아무도 부인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내년 증권사 한두 곳은 문을 닫을 수 있다는 흉흉한 전망마저 떠돈다. 암울함 그 자체다.

하지만 이런 어두운 미래보다 더욱 무서운 건 ‘과연 우리에게 이런 환경을 반전시킬 정치적·정책적 역량이 남아 있을까’라는 회의감에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모든 어젠다는 총선과 선거의 유불리로 향하고 있다. 정책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정책 제안마저도 표의 득실을 따지는 데에 집중돼 있다. 정치의 계절에 정책은 설 곳이 없다.

실거주 의무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법 개정안 등이 길게는 1년 이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노후계획도시특별법만이 국회에서 잠자다 이제야 연내 통과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 또한 수도권 표심을 향한 전략적 선택의 결과물이다. 이러는 사이 시장은 곯아간다.

여러모로 희망으로 가득해야 할 연말이 내년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할 것 같다. 잃어버린 30년의 터널을 지나는 일본을 두고 ‘피크재팬’이라는 말이 회자됐었다. 이제는 심심찮게 ‘피크코리아’라는 말이 거론된다. 일본의 한 경제지는 한국의 경제성장이 최고점을 찍고 이제 하락세만 남았다고 진단했다.

이 모든 진단이 부디 틀렸으면 한다. 올해 연초 상저하고의 경기전망이 보기 좋게 빗나갔듯이 갑진년, 용처럼 승천하는 우리 경제의 미래를 그려보고 싶을 뿐이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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