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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 설]“혐의 입증없이 총수 고발” 공정위 고발지침 재검토 마땅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 고발 지침을 개정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재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 경제 6단체는 6일 ‘공정위 고발지침 개정안 행정예고에 대한 의견’을 공정위에 공동 건의했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로 공정위가 사업자를 고발할 때 오너나 오너 일가를 함께 고발하도록 한 공정위의 고발지침 개정안이 기업 활동을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동의견서에 따르면, 상위법인 공정거래법은 특수관계인(오너)이 사업자에게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를 지시하거나 관여했거나, 그 위반의 정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중대’하여 경쟁질서를 현저히 해치는 것이 인정될 경우 고발토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공정위가 예고한 지침에는 사업자의 위반이 인정되면 특수관계인의 법 위반 정도가 객관적으로 명백·중대하지 않더라도 원칙적으로 고발하도록 했다. 이는 상위법에서 정한 고발요건에 반하는 것이다. 또 공정위는 새로운 고발지침에 고발요건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생명·건강 등 안전, 사회적 파급효과, 국가재정에 끼친 영향, 중소기업 피해, 이와 유사한 사유가 있는 경우 고발이 가능하게 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이는 추상적이고 불분명해 이현령비현령식이 될 수 있다. 자칫 여론 재판에 휘둘릴 소지도 크다.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는 그 동기와 경제적 효과가 다양해 법 위반 여부를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를 고려해 공정거래법은 ‘객관적으로 중대하고 명백한’ 위반이 있는 경우에만 형사고발할 수 있도록 하고, 그 판단을 전문 행정기관인 공정위에 맡기고 있다. 이는 피규제자인 기업을 무분별한 형사소추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당연한 조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침 개정안대로, 특수관계인이 부당한 이익 제공에 관여됐다는 사실만으로 어떠한 완충장치 없이 형벌의 잣대로 부당성을 통제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기업 경영은 소극적·방어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또 위법성이 명확지 않거나 혁신적인 행위마저 억제하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카르텔과 담합,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에 대해 전속 고발권과 자체 조사권을 갖고 있는 공정위는 기업들에 두려움의 대상이다. ‘경제 검찰’로 불리는 이유다. 대기업집단 내부거래를 쉽게 ‘사익편취’로 예단하거나 총수 고발에 강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민간과 자유시장을 통한 경제 활력을 주창하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재계의 고언에 귀 기울여 고발지침 독소소항을 제거하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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