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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카오모빌리티, 매출 과장 왜?…공모가 부풀려 대주주·임직원 ‘잭팟’ 노린듯 [홍길용의 화식열전]
영업수익, 굳이 숫자 커지는 방식 채택
개인사업자 가맹택시 세부담 커지지만
IPO과정서 기업가치 액수 키우기 유리
매출액 0.3조 쏘카, 2.3조로 평가 전례
정부 분식 확인시 회계법인도 징계대상

모든 결정에는 이유과 배경이 있다. 대부분이 권력, 이익과 편의를 추구하기 위해서다. ‘이익을 얻는 자가 곧 일을 꾸민자’라는 유반(有反)의 가르침에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이유다.

카카오모빌리티(이하 카모)의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졌다. 금융감독원이 의도적으로 매출을 부풀린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카모는 이익이나 현금흐름에 미치는 영향이 없고 외부감사를 담당했던 대형 회계법인(삼일회계법인 등)도 인정한 회계처리라고 항변한다.

카모의 해명은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카모는 기업공개(IPO)를 준비중이었다.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 매출액이 커질 수록 공모가를 높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공모가를 높이면 최대주주는 물론 재무적투자자(FI)와 주식매입선택권을 받은 임직원들이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회계법인의 적정 의견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아무리 큰 법무법인의 판단이라도 법원의 판결이 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회계법인을 감독하는 곳이 금융위원회(조사는 금감원이 담당)다. 카모를 감사한 회계법인이 분식을 간과하거나 방치했다면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

▶매출 클수록 공모가 높일수…대주주·임직원에 이익

상장 전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이 상대비교법이다. 이미 상장된 비슷한 업종의 기업들이 인정받는 기업가치와 비교해 그 만큼 값을 매겨 달라는 접근이다. 가장 대표적인 비교기준은 주당순이익 대비 주가가 몇 배인 지 따지는 주당수익비율(PER)이다. 금융회사는 주당순자산 대비 주가가 몇 배 인지를 따지는 주당순자산비율(PBR)을 사용한다.

하지만 신생 기업은 이익규모가 작거나 적자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매출액 또는 매출액 성장률을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경제적 가치(EV)가 매출액 대비 얼마인지를 따지는 방법이 최근 각광받고 있다. 미래성장성에 무게를 둔 접근이다.

매출액에 비교기업 평균배수를 곱해서 기업가치를 추정하고 거기서 순차입금을 빼면 평가시가총액이 된다. 결국 매출, 즉 영업수익을 키울수록 상장 때 높은 공모가를 주장할 수 있는 셈이다.

카모와 닮은 꼴 기업인 쏘카가 지난해 상장 때 희망공모가를 추정하면서 미래에셋증권 등 주관사들이 이 방식을 택했다. 우리나라보다 기업가치에 높은 배수를 매겨주는 미국 기업들을 비교기업에 다수 포함시켜 매출액 대비 7.7배라는 숫자를 얻었다. 이를 통해 쏘카 주관사가 제시한 적정 시가총액은 2조3155억원이었다. 현재 쏘카 시총은 5000억원이다.

카모는 아직 적자여서 주당이익(EPS) 산출이 불가능하다. 상장 당시 쏘카와 마찬가지로 PER 방식을 적용할 수 없다. 카모의 매출액은 지난해 7900억원, 올 상반기 4700억원이다. 한때 카모 기업가치는 국내외 재무적투자자들이 인정한 값을 기준으로4조원이 넘기도 했다. 앞서 설명한 ‘EV/Sales’ 방식이 아니면 설명이 어려운 숫자다.

▶연계된 거래 굳이 분리…원가성 비용을 수수료로 처리

카카오모빌리티는 100% 자회사인 케이엠솔루션(KMS)을 통해 택시들에 고객을 연결시켜주는 솔루션을 ‘가맹’ 형식으로 판매했다. 서비스 가격은 택시가 버는 운임의 20%다. 가맹택시는 KMS의 플랫폼에 수집된 운행정보를 넘기고 운임의 17%에 해당하는 대가를 받는다. 정리하면 가맹택시에서100만원의 운임이 발생했다면 KMS는 20만원을 벌고 17만원을 비용으로 지출한다. KMS는 매출 대신 영업수익으로 표기했다. 한국회계기준원의 일반기업회계기준에서 ‘수익’ 부분을 살펴 보자.

16.4 자산을 타인에게 사용하게 함으로써 발생하는 수익의 유형은 이자수익, 배당금수익, 로열티수익이 있다.

16.8 둘 이상의 거래가 서로 연계되어 있어 그 경제적 효과가 일련의 거래 전체를 통해서만 파악되는 경우에는 그 거래 전체에 대하여 하나의 수익인식기준을 적용한다. 예를 들어 재화를 판매하고 동시에 그 재화를 나중에 재구매하는 약정을 체결하는 경우는 두 거래의 실질적 효과가 상쇄되므로 판매에 대한 수익인식기준을 적용할 수 없으며 거래 전체를 하나로 보아 그에 적합한 회계처리를 한다.

카모와 연결재무제표로 묶인 케이엠솔루션의 지난해 매출은 740억원이다. 매출원가를 제외한 매출총이익이 무려 715억원이다. KMS는 운임의 17%인 수수료비용 630억원은 솔루션 판매대가와 연계되지 않은 거래로 처리하기 매출원가에서 빼고 판매관리비 항목에 넣었다. 만약 두 거래가 연계돼 있다면 매출액은 740억원이 아닌 110억원이 되고 카모의 매출액도 그만큼 조정해야 한다. EV/매출액 배수를 감안하면 수 백 억원의 매출액 차이는 카모 상장시 기업가치에 수 천 억원 이상 영향을 줄 수 있는 규모다.

▶카모는 득 보지만…가맹택시 세금 부담 높아질 수

KMS의 회계처리를 따르면 가맹택시는 운임100만원에 정보 제공 대가 17만원까지 117만원을 벌고 이 가운데 20만원을 비용으로 지출한 것이 된다. 법인인 카모는 매출에서 비용을 뺀 이익에 대해 세금을 낸다. 택시도 법인이라면 그렇겠지만 개인사업자라면 매출액 기준으로 세금이 결정된다. 비용을 공제해도 매출액이 클수록 세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 KMS가 솔루션 대가와 정보수입 대가를 상쇄해 가맹택시 운임의 3%만 영업수익으로 인식하면 가맹택시의 영업수익은 97만원이 된다. 카모가 내는 세금에 차이가 없지만 가맹택시는 매출이 줄면서 과표가 낮아질 수 있다.

공모가가 높아지면 상장 직후 주가가 높은 수준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시총이 커지면 각종 지수(Index)에 편입돼 시총 비중만큼 보유하려는 기관자금이 유입된다. 상장 전 투자한 주주들에게는 로차익을 부풀릴 기회다. IPO가 시장자본 조달이 아닌 재무적투자자(FI)들과 임직원의 탐욕을 채우는창구로 변질된 이유다. 이 때문에 공모주 투자는 상장 초기에 차익실현하는게 정석이 됐다. 2조3000억원으로 평가됐던 쏘카의 현재 시총은 4600억원대에 불과하다. 이번 카모 사건을 계기로 공모가 부풀리기에 더욱 강한 제동이 걸렸으면 한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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