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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문·이과생 같은 과목 수능, 고교학점제와 엇박자 아닌가

정부가 현재 중학교 2학년생이 대학에 입학하는 2028년도부터 적용할 대입 개편안을 내놨다. 고교 내신을 현행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꾸고, 수능을 볼 때 문·이과 학생들이 사실상 같은 과목으로 시험을 치르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 입시의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점수 따기 유리한 선택과목 집중과 이과생의 문과 침공을 없애겠다는 취지이지만 현장에선 어정쩡한 손질로 혼란만 커진다는 우려가 크다.

개편 시안의 핵심은 통합형 수능이다. 국어와 수학은 물론 17개 과목 중 2개를 선택하는 사회·과학탐구 부문까지 모든 수험생이 앞으로는 같은 과목으로 시험을 치르게 된다. 문·이과, 선택과목별 구분이 사라지는 것이다. 다만 수학 공통 과목의 경우 변별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을 고려해 ‘심화수학’과목을 신설하는 추가 안도 담겼다. 내신도 절대·상대평가를 함께 기재하는 5등급제로 바뀐다. 고교학점제 도입을 고려해 고1은 9등급 상대평가하고 고2·고3은 절대평가하겠다는 계획을 뒤집은 것이다. 상대평가를 받는 고1 성적이 사실상 내신을 좌우하고, 고2·고3의 성적 부풀리기가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이번 개편은 2025년 도입될 고교학점제와 발맞추려는 데에 목적이 있다. 하지만 고교학점제 취지가 무색하게 앞뒤가 맞지 않는 대목이 많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따라 대학처럼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게 하는 제도다. 그런데 오히려 선택과목을 없애고 공통으로 배운 내용으로만 시험을 치르게 돼 다양한 선택권이 줄어들 판이다. 교실에선 5단계 상대평가 내신으로 변별력이 떨어져 수능 영향력이 커지면 수능맞춤형 과목 중심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통합 과목이 된 탐구영역보다 중요성이 커진 국어, 수학 편중이 심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고교학점제가 성공하려면 수능 자격고사화, 내신 전면 절대평가 도입,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화 등 전면적 개혁이 이뤄져야 하지만 수능만 기존 틀에서 손보는 수준이다 보니 거꾸로 가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고1 과정 선행학습을 위한 중2 학생의 사교육도 벌써 꿈틀대고 있다.

대학입시는 워낙 파장이 크기에 안정성이 중요하다. 하지만 시대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제도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 양성과 각 개인의 잠재성 개발에 맞춰 교육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하지만 늘 주먹구구식이다 보니 혼란이 가중되고 사교육 의존도만 커지는 것이다. 기존의 틀을 이리저리 짜맞추기보다 대학입시와 대학 학사 운영을 아우르는 통합적 해법이 나와야 한다. 다음달 공청회와 국가교육위원회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다고 하니 부작용을 면밀히 살펴 신중하게 제도를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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