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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 정부 5년 집값 상승률 62% vs 26%…혹시나가 역시나 [박일한의 住土피아]
문재인 정부 내내 체감과 통계 다르다 했더니
정책 효과 과장하려 통계 조작 가능성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통계 신뢰 높여야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다.”

2020년 1월 국토교통부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간 서울과 강남4구 주택값 변동률이 각각 11.46%, 14.99%였다고 발표하자, 한 통계 전문가가 “어이없다”며 했던 말이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전국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을 정도로 안정화되고 있다”고 한 이후 정부가 내놓은 공식 집값 통계는 시장의 인식과 괴리가 컸다.

당시 국토부가 국가 공인통계 기관인 한국부동산원(당시 한국감정원) 집값 변동치가 활용해 발표한 내용은 ‘신뢰할 수 없는 집값 통계 논란’으로 확산됐다.

해당시기 KB국민은행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값은 23.03% 올랐다. 영등포구(32.05%), 양천구(27.98%), 송파구(27.95%), 강남구(27.87%) 등 30% 전후로 오른 곳도 많았다. 개별 단지 중에는 50% 이상 폭등한 곳도 흔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10% 초반 정도 올랐다는 정부 공식 통계는 시장 참여자들은 당황하게 했다. 이는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게 하는 원인이 됐다.

감사원이 15일 문재인 정부에서 한국부동산원을 상대로 집값(부동산) 통계를 조작하도록 압박했다고 발표하자, 업계에선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당시에도 시장 상황과 너무 다른 집값 통계치여서 믿지 못했는데, 역시나 예상대로였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문 대통령 취임 다음 달인 2017년 6월부터 퇴임 6개월 전인 2021년 11월까지 230회 발표된 집값 통계 중 최소 94회의 조작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집값 폭등시기였던 당시 집값 상승률을 실제 조사치보다 낮춰 발표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장하성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이 부동산원에 주 1회 실시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를 발표하기 전 중간 집계치를 가져오도록 했다고 전했다. 특정 지역 상승률이 높게 나오면 담당자가 수시로 국토부에 호출돼 해명해야 했다. 이는 시세 조사원들에게 엄청난 압박이 됐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이는 작성 중인 통계를 사전에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통계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감사원은 보고 있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감사원은 김 전 장관 등 문재인 정부 당시 통계 작성 책임자 22명을 통계 조작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연합]

부동산원이 조사하는 집값 시세는 조사자가 거래사례, 중개업자 의견 등을 고려해 작성한다. 부동산원 직원이 직접 작성하다 보니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공기업으로서 정책 기조에 따라 조사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정부가 집값 안정 대책을 내놓은 직후라면 조사자는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처럼 고가거래 사례보단 매물 증가 추이에 집중해 상승폭을 줄일 수 있다.

이는 실제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직후 유난히 부동산원 집값 통계와 민간 집값 통계가 큰 차이를 보이는 데서 드러난다.

예컨대 정부가 2019년 12월 ‘12.16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직후 부동산원 통계로 서울 아파트 주간 상승률은 직전주(0.2%)의 절반인 0.1%로 감소한다. 같은 시기 KB국민은행 기준으론 0.2%에서 0.19%로 변동이 미미한 것과 비교된다.

이런 흐름은 정부 대책 직후엔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정부 집값 통계를 보면 집값이 안정세를 찾고 있는 것처럼 나타나지만 KB국민은행이나 부동산114 등 민간 통계로는 급등세가 이어지는 현상이 반복됐다.

그 결과 문 정부 5년간 부동산원 통계로 서울 아파트값은 25.79% 올랐지만, KB국민은행 시세로는 62.19%나 폭등했다. 두 통계의 차이가 36.40%포인트나 난다는 건 한쪽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인데,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이렇게 두 통계의 차이가 났던 적은 없었다.

전문가들은 잘못된 통계는 잘못된 정책으로 이어지고, 시장 참여자들을 혼란에 빠뜨려 시장을 왜곡하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한다.

문재인 정부 내내 집값 하락을 기대하고 내집 마련을 미룬 서민들이 뒤늦게 ‘영끌족’으로 바뀌어 고점에 집을 샀다가 큰 고통을 겪는 것도 잘못된 폐혜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집을 샀다면 일시적으로 수요가 몰리거나, 공급이 부족한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역대 정부 마다 실정을 숨기고 정책 효과를 과장하기 위해 통계 조작의 유혹이 있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그런 통계조작의 유혹을 극복하지 못한 대표 사례로 기록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번 기회에 이런 통계 조작의 진상,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밝혀내 대비책을 마련했으면 한다. 이를 통해 시장이 좀 더 투명해지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성도 함께 높아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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