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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곧 레고랜드 1년, 정부는 아직도…부동산PF ‘불의 고리’여전 [홍길용의 화식열전]
수요 부진에 주택착공 역대급 급감
3~4년 후 공급절벽·가격급등 우려
정부, 수요촉진 없는 공급대책 예고
대책 부족시 건설·금융대란 가능성

2022년 9월 28일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기자회견을 열어 “강원중도개발공사가 BNK투자증권으로부터 빌린 2050억원을 대신 갚는 사태를 방지하고자 중도개발공사에 대해 회생 신청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원도가 보증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공사 자체적으로 빚을 갚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던 레고랜드 사태의 시작이다. 지방정부 보증도 믿지 못한다는 불안이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강원도는 이후 강원중도개발공사의 빚을 갚기로 했지만 이미 시장은 쑥대밭이 된 이후였다.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한 지 곧 1년째가 된다. 기업어음(CP)은 만기가 1년 미만이다. 다시 대규모 만기도래가 임박했다는 뜻이다. 불안의 진앙이던 수요부진과 고금리의 위력은 지금도 여전하다.

*월착공 평균은 2011년 1월 이후 월수치 누적평균. 통계청 자료 재가공. 단위는 호.

지난 7월 전국 주택착공건수가 1만채 아래로 떨어졌다. 통계가 집계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연초 이후 누적은 10만 2299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22만 3082호) 54.1%나 급감했다. 부동산PF 시장은 연체만 불어났을 뿐 1년 전보다 사정이 나아진 게 없다는 뜻이다. 시중 금리도 1년 이맘때 보다 높은 상황이다. 자금시장에 경색이 나타나면 다시 폭등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연간 주택공급량은 인구대비 최소 0.5%가 필요하다는 게 정설이다. 연간 20~25만채는 지어져야 한다. 보통 주택은 착공 이후 2∼3년 뒤, 인허가 3∼5년 뒤 공급(입주)이 이뤄진다. 지금 추세면 3~4년 후 다시 공급 부족으로 집 값이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 집이 제때 제대로 지어지지 않으면 국민 모두의 부담이 될 수 있는 셈이다.

국토부도 ‘공급절벽’의 조짐을 감지했는지 ‘주택공급혁신위원회’를 열고 공급대책을 예고했다. 원희룡 장관은 11일 기자들과 만나 세제는 건드리지 않고 철저히 공급 쪽에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시장이 기대했던 수요촉진책은 배제했다. 수요를 촉진하기 위해 규제를 변경하면 누군가에게 특혜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듯 하다. 살 사람은 없는데 잘 팔리도록 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

*월착공 평균은 2011년 1월 이후 월수치 누적평균. 통계청 자료 재가공. 단위는 호.

부동산PF 부실 우려가 커진 이유는 한 마디로 공급을 소화할 충분한 수요가 없어서다. 공급이 너무 많아서도 아니다. 착공이 줄었다는 뜻은 브릿지론에서 본PF 넘어가지 못한 곳들이 많다는 뜻이다. 성공적 분양이 예상돼 사업주체가 수익을 낼 수 있어야 착공이 가능하다. 필요한 것은 수요다.

시장에서는 수요촉진책을 기대했다. 개인이든 법인이든 집을 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공급이 재개될 유인이 생기기 때문이다. 과도한 규제를 풀거나 너무 높아진 세금부담을 정상화시키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특히 금리상승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자금력이 제한된 개인 보다는 시중 자금을 모아 주택을 매입해 임대하는 부동산투자회사(REITs)를 활성화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부동산투자회사의 역할을 촉진하기 위한 조세특례법령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만들어졌지만 일몰 조항이었다. 현재는 효력을 상실했다. 최근의 공급절벽 우려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 보다 더 심각하다면 일몰 조항을 날짜만 고쳐 부활시켜도 부동산투자회사의 수요를 되살릴 수 있다. 물론 법인의 주택투기를 막겠다며 부동산투자회사에도 징벌적 취득세를 중과하는 지방세법 개정이 전제다.

공급만 건드리겠다는 국토부의 방침은 금융부분을 압박해 브릿지론에서 본PF로의 전환을 늘리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지난 2014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금융권·중소주택업체 등이 상생할 수 있도록 PF대출을 표준화·최적화한 ‘표준PF’ 도입이 유력해 보인다.

HUG 등이 분양보증 더 잘 해주고 은행들이 대출금리 깎아주면 브릿지론이 상환되고 2금융권의 부동산PF 부실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 당장 분양이 어렵다면 후분양 인센티브 등을 활용해 일단 공사를 진행하고 주택이 완성되는 3~4년 뒤에는 수요가 되살아나기를 기대할 만도 하다.

국토부가 산하기관인 HUG가 좀 더 독려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자본도 확충하고 있고 보증한도 총액을 늘리는 작업까지 진행중이어서 더 많은 보증을 공급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은행이다. 최근 은행권은 부동산PF에 발을 담그는 자체를 꺼려한다. 굳이 부동산PF에 뛰어들지 않아도 이자 수익은 충분하다. 금리 상승으로 코로나19 극복과정에서 나간 저리대출의 건전성 악화 부담은 커지고 있다. 과연 국토부가 금융위로 하여금 은행들이 부동산PF에 싼 금리로 대출하도록 얼마나 강하게 압박할 수 있을까가 관건이다.

은행들을 움직이게 하려면 부실에 대한 우려를 덜어줘야 한다. 시공사 보증만으로는 부족하다. 부동산PF에서 은행을 안심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완판’이다. 100% 분양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부동산투자회사 등 새로운 수요기반이 보강된다면 미분양 확률은 확실히 낮출 수 있다. 공급대책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수요 촉진책이 수반되어야 하는 이유다.

국토부의 이번 대책은 부동산PF 부실 우려를 진정시키기에 충분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또다시 건설업계는 물론 금융시장에 폭풍이 몰아칠 수 있다. 저축은행의 부동산PF 부실도 본격화되기 시작했고 증권사들은 해외부동산 투자 부실까지 겹쳐 설상가상이다. 부동산PF 정상화를 이루지 못하면 3~4년 뒤의 주택공급 대란도 피할 수 없을 지 모른다.

중국 전국시대 위(衛)나라에서 어떤 사람이 남쪽의 초나라로 간다면서 마차를 북쪽으로 몰고 있었다. 사람들이 이유를 묻자 “말이 잘 달리고 돈도 넉넉하고 마부도 훌륭하다”고 답했다. 의도와 행동이반대라는 ‘북원적초(北轅適楚)’ 고사다. 끌채는 남쪽으로 향하는데 바퀴는 북쪽으로 굴러간다는 ‘남원북철(南轅北轍)’과 같은 말이다.

조(趙)나라를 공격하려는 위(魏)나라 왕을 말리기 위해 계량(季梁)이라는 대신이 인용한 얘기다. 힘 있다고 다른 나라를 마구 공격하면 신뢰를 잃어 오히려 점점 패업(覇業)과 멀어질 것이라는 간언을하기 위해서다. 지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오르는데 수요를 조였기 때문이다. 수요기반을 짓누르는 왜곡된 제도들을 바로잡고, 위기에 취약한 부동산PF의 구조적 약점을 보완해야 안정적 주택 공급기반을 다질 수 있다. 정부가 금융회사 압박해서 부동산PF를 연명시켜봐야 미봉책에 그쳐 같은 문제가 또다시 반복될 지 모른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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