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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궤도를 벗어나면 뒤처지는 사회

어디에나 소위 ‘극성’인 엄마들은 존재하고 사교육은 끊이지 않는다. 남보다 조금 더 앞서고 싶은 마음이 원인이다. 결국 경쟁심리가 사교육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이때 ‘누구와, 왜 경쟁을 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지난 3월 발표된 통계청의 2022년 초·중·고교 사교육비 조사에 의하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원을 기록했다. 초·중·고교를 거치면서 금액은 점차 상승한다. 특히 초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85.2%로,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비해 다소 높았고 지난해보다 3.2%포인트 상승했다. 월평균 소득이 800만원 이상인 가구의 경우 88.1%가 사교육에 참여하고 64만8000원을 지출했으며, 300만원 미만의 가구는 57.2%가 사교육에 참여하고 17만8000원을 지출했다. 소득에 따라 큰 차이는 존재하지만 아이 대부분이 사교육받고 있고 꽤 많은 비용을 사교육시장에 지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사교육을 하게 될까? 통계에 의하면 학습보충, 선행학습 등 다양한 이유가 포착되지만 일반적으로는 ‘남보다 뒤처지면 안 되는 압박감’에 사교육을 시작한다. 얼마 전 학부모 사이에서 떠들썩했던 ‘초등 의대준비반’이라는 서울 대치동 풍경은 ‘남들보다 더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결국 노동시장 내에 몇 개 되지 않는 좋은 자리를 선점할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이 학부모에 자리 잡고 있어서다.

그렇기에 사교육을 위시한 경쟁은 끊이지 않는다. 학원을 들어가기 위한 경쟁, 그 안에서 남기 위한 경쟁, 최종적으로는 명문대를 가기 위한 경쟁, 그 이후엔 좋은 직장을 잡기 위한 경쟁 말이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몇 해 지나지 않아 끊임없이 남과 경쟁한다. 그 경쟁은 명문 영어유치원을 들어가기 위한 것으로 가시화되고 좋은 수학학원과 영어학원에 들어가기 위한 것으로 이어진다. 진입한 후에는 향후에 좋은 노동시장에 진입할 것이라는 막연한 우선권을 확보한다. 이때 우선권이라는 것은 결국 학부모인 내 마음 속만의 안정감이다.

하지만 왜 아이들이 남을 밟고 올라서면 내 자리가 없어지는 경험을 유치원 때부터 해야 하는 것인가. 내 친구의 성공을 같이 기뻐해주기보다는 남의 성공은 나의 절망이 되는 경험을 수차례 반복해야 하는가. 어제보다 나은 내 모습을 기준으로 나와의 경쟁에 몰입하는 법을 적어도 초등학교 시절에는 배워야 하는데 말이다. 남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성취감보다는 나와의 경쟁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기쁨을 맛보게 해줘야 한다.

이러한 작은 태도의 반복된 경험과 연습은 궁극적으로 더 창의적인 사업에 도전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고, 산업 규모가 커지게 돼 노동시장이 유연화하는 계기로 작용하는 데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는 선순환적인 과정을 거쳐 국가 경쟁력의 상승과 함께 궁극적으로 교육시장에서의 과도한 경쟁을 낮추는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결국 사회구조, 노동시장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사교육을 줄일 수도, 국가의 경쟁력 상승도 기대할 수 없음은 물론 모든 사람이 함께 어울어져 사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 역시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이윤진 서원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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