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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정년연장 다시 쟁점화한 노동계, 임금체계 개편이 먼저

노동계가 올해 임금·단체협상을 앞두고 ‘정년 연장’ 카드를 전면에 꺼내 들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법정 정년 연장’이 다시 쟁점화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64세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기아와 포스코, 범현대가인 HD현대그룹 계열사, 삼성과 한화 등 다른 대기업 노조도 올해 임단협 요구안에 정년 (2~5년) 연장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여기에 한국노총이 지난 16일부터 단계적 정년 연장에 대한 국민청원을 시작하면서 화력을 더했다. 한국노총은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과 법정 정년을 맞추기 위한 ‘고령자고용법 및 관련 법률 개정에 관한 국민동의청원’을 시작했다.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관련 법 개정안은 국회 소관 상임위의 심사를 받게 된다. 반면 사측에서는 인건비 증가와 신규 채용 위축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어 큰 갈등이 예고된다.

정년 연장이 상당한 사회적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25년 초고령사회(65세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 진입을 앞두고 있어 노인들의 소득 공백과 노동력 활용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 2033년부터 65세로 늦춰지면서 60세에 퇴직할 경우 5년간 ‘연금 크레바스’가 발생하게 된다. 퇴직을 늦춰 적정한 소득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노인빈곤과 국가생산성 및 재정의 부실화를 막는 대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노인대국’ 일본은 2013년 ‘계속 고용’을 희망하는 근로자 전원을 65세까지 고용하도록 사업주에게 의무를 부과한 데 이어 지금은 기업에 70세까지 고용 노력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독일은 현행 65세인 정년을 2029년까지 67세로 늦추기로 했다.

문제는 근로 연한이 길어지면 자동적으로 임금이 높아지는 현행 호봉제 임금 체계 아래에서 정년이 연장되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폭증할 수밖에 없다는 데에 있다. 경총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에서 근속 연수 30년차는 1년차 신입 대비 2.95배의 임금을 받았다. 이런 구조를 그대로 두고 정년 연장에 동의할 기업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노동계는 임금 체계 개편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임금피크제와 직무능력에 따라 임금을 차등지급하는 성과급 체계는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사회에서는 불문율처럼 된 지 오래다. 일본과 독일도 이 같은 시스템 아래 더 오래 일하는 사회로 이행하고 있다.

정년 연장은 청년 일자리를 앗아갈 수 있는, 예민한 사안이다. 두 세대가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제 몫만 더 챙기고 남의 고충은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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