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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플레 보다 더 무섭다는 디플레…늪에 빠진 중국 경제 [홍길용의 화식열전]
서방과 갈등에 중국산 글로벌 수요 감소
부동산 등 자산시장 거품 꺼져 소비위축
고령화·청년실업 등 구조적 문제 드러나
中경제 기댄 나라들 연쇄적 충격 불가피
수출 중심 韓경제 경상수지 악화 심각해
中 공백 채울 새로운 수요처 발굴해내야

지난 해부터 세계 경제의 최대 관심은 인플레이션(inflation)이다. 코로나19로 돈이 많이 풀린데다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발발해 에너지와 식량 공급망이 꼬인게 원인이었다. 대부분의 중앙은행들이 긴축에 나서며 금리가 급등했다. 딱 두 나라가 예외다. 세계 경제 2,3위인 중국과 일본이다.

경제학에서 인플레이션보다 더 나쁜 게 디플레이션(deflation)이다. 인플레이션은 그래도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야 발생한다. 경제활동이 계속되고 성장도 이뤄진다. 디플레이션은 수요가 줄며 공급이 과잉이 되면서 경제활동이 마비되는 상황이다. 내일이 오늘 보다 못한데 성장이 이뤄질 리 없다.

공교롭게 20세기 들어 세계 1·2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일본이 모두 디플레이션을 겪었다. ‘대공황’과 ‘잃어버린10년’이다. 미국은 1차 세계대전으로 막대한 생산력을 갖추며 영국을 꺾고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됐다. 하지만 전후 유럽의 경제침체로 유효수요가 줄어들면서 대공황을 맞이하게 된다.

일본도 한국전쟁과 월남전으로 경제발전을 이루지만 미국이 대일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플라자 합의를 강요(엔고)하며 제조업 경쟁력이 약해진다. 일본 대신 글로벌 공산품의 유효수요에 부응한 곳이 한국과 중국이다. 한국은 외환위기를 겪었다. 중국은 개방 후 제대로 된 경제위기를 겪지 않았다.

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CPI)는 전년동월대비 0.3%하락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2월(-0.2) 이후 첫 하락이다. 생산자물가(PPI)도 전월(-5.4%)에 이어 다시 4.4% 떨어졌다. 10개월째 뒷걸음이다. CPI와 PPI가 동반 마이너스를 기록한건 지난 2020년 11월 이후 28개월만에 처음이다.

소비는 수입과, 생산은 수출과 연결된다. 7월 수출과 수입은 전년대비 각각 14.5%, 12.4% 급감했다. 유럽은 경기침체로, 미국은 규제로 인해 중국 제품 수요가 줄었다. 8일 부동산개발업체 ‘가든 홀딩스’가 2250만 달러의 이자 상환에 실패했다. 중국 자산시장의 거품도 계속 무너지고 있다.

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이 둔화돼 기업들이 무너지는 디플레이션의 대표현상이 모두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더 심각한 점은 중국 정부는 뚜렷한 부양책도 내놓지 않은채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내 경제전문가들은 당국으로부터 ‘디플레이션’을 언급하지 말라는 단속을 받고 있다.

중국 가계의 저축률은 45%로 세계적으로 가장 높다.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 중인데 연금제도 등 사회안전망이 미비해 노후 부담이 크다. 소비를 공격적으로 늘릴 여지가 적다. 최근 중국의 소비가 내구재 구입보다, 방역 해제에 따른 보복 성격이 강한 외식 등 서비스업 집중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6월 중국의 청년(16~24세) 실업률은 21%를 넘었다. 높은 교육열로 고학력이 많다. 희망하는 임금수준도 높아졌다. 이들은 첨단제조업이나 IT, 금융업 등의 일자리를 원한다. 최근 미중 갈등과 정부 규제로 고전 중인 업종들이다. 고급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경제효율이 떨어지게 된다.

중국 경제의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수출은 생산의 결과다. 일자리와 임금소득으로 연결된다. 중국 경제의 냉각은 중국에 물건을 팔아 돈을 버는 나라들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연결된다. 유럽과 남미, 동남아시아가 그렇다. 이들의 경제가 어려우면 이 곳에 우리 물건을 팔기도 어려워진다.

올 상반기 우리나라의 상품수지는 34.7억 달러 적자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수입은 7.7% 줄었는데 수출은 12.4%나 쪼그라들었다. 지역별로 최대 시장인 동남아와 중국이 모두 25%이상 급감했다. 동남아는 중국 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이다.

올 상반기 경상수지가 24.4억 달러 흑자지만 이는 올해 바뀐 세법으로 우리 기업들이 그동안 해외에서 번 돈을 배당(156억 달러)으로 가져오며 본원소득수지가 194.9억 달러 흑자를 낸 덕분이다. 서비스수지 적자는 119.3억 달러로 상품수지 적자의 3배가 넘는다. 여행수지 적자만 58.3억 달러다.

배당을 통한 수지 개선은 일시적이다. 수출이 제대로 안는데 해외여행 열풍만 계속된다면 내년에는 경상적자가 수 백억 달러의 경상적자에 달할 수도 있다. 지금 상태면 중국을 통한 수출은 물론 중국시장에 우리 물건을 팔기도 어렵다. 수출이 주력인 우리 경제는 달러를 벌지 못하면 지탱할 수 없다.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지면 세계 경제도 성장이 어렵다. 고금리 상황에서 투자는 유동성 환경보다 실물 경제의 흐름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중국이 어떻게 유효수요를 만들어 디플레이션을 극복할 지, 경제적으로 중국에 기댔던 나라들은 어떻게 새로운 수요처를 찾을 지 잘 살필 때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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