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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軍 초급 간부 미달 사태 엄중히 봐야

통상 3월에만 모집하던 육군 학군장교(ROTC) 후보생을 올해는 8월에 한 차례 더 모집할 계획이라고 한다. ROTC 후보생을 추가 모집하기는 1961년 이 제도가 만들어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지원자가 턱없이 줄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다. 실제 학군 장교 선발경쟁률도 눈에 띄게 떨어지는 추세다. 2015년까지만 해도 4.8대 1 정도였지만 2022년에 2.4대 1로 낮아졌다. 더욱이 지난해 수도권 대학의 경우 0.92대1로, 선발 예정 인원을 밑돌았다. 그렇다고 지원자 모두를 뽑을 수는 없어 최종 선발은 필요 인원의 51%에 그쳤다고 한다. 육군은 초급 장교의 70%가량을 ROTC로 충당하고 있다. 사병 복무기간이 단축되고 군장비 첨단화 등으로 초급 간부의 역할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급 차질까지 생기면 국가안보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젊은이들이 초급 장교 지원을 망설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복무기간이 긴 데다 대우마저 열악하기 때문이다. 학군 장교의 복무기간은 임관 후 28개월이다. 18개월인 병사보다 열 달이 더 길다. 게다가 임관 전 군사훈련도 받아야 한다. 초급 간부에 대한 대우도 병사 처우개선 속도보다 한참 처진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등으로 병사들의 처우는 2025년까지 병장 기준 월급 150만원과 지원금 55만원으로 오른다. 반면 초급 간부에 대한 대우 개선방안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자칫 병사와 간부의 월급이 역전될 수 있다. 긴 복무기간과 열악한 처우를 감내해야 하는데 지원자가 늘어날 리 만무하다.

초급 장교뿐이 아니다. 직업으로 군인을 택한 부사관 역시 비슷한 이유로 지원자가 큰 폭 줄고 있다. 초급 간부는 군을 지탱하는 허리나 마찬가지다. 일선 병사들을 지휘감독해야 하고, 첨단화된 고성능 장비를 운영하는 것은 대부분 이들의 몫이다. 아무리 좋은 군사장비를 갖췄다 해도 이를 운영할 인력이 모자란다면 아무 소용 없는 일이다.

역량 있는 우수 초급 간부 확보는 군 경쟁력의 핵심이다. 그렇다고 초급 간부의 복무기한을 줄이는 것은 인적 자산을 낭비하는 자해행위나 다름없다. 결국 방법은 처우개선뿐이다. 재정 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하나 초급 간부 사기진작도 화급하다. 다른 항목 지출을 줄이더라도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우선해서 해결해야 한다. 정치권도 사안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적극 협력해야 할 것이다. 따지고 보면 초급 간부 부족 사태는 정치권의 ‘국방 포퓰리즘’에서 비롯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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